4차 산업 핵심 부각된 의료기기…수백억 예산 봇물

발행날짜: 2021-04-28 05:45:56
  • 복지부부터 기재부, 중기부, 식약처까지 육성 예산 마련
    인공지능과 비대면 분야 혜택…일각선 전시 행정 지적도

의료기기 산업이 4차 산업의 핵심으로 부각되면서 수백억원대의 지원 예산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각 정부 부처가 경쟁적으로 이른바 K-헬스케어 육성을 위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의료기기 스타트업 등은 새로운 기회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분산된 투자로 인해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의료기기 산업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면서 정부 예산 지원도 확대되고 있다.
27일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차 산업 혁명과 코로나 대유행으로 K-헬스케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수백억대에 달하는 정부 지원 사업이 줄을 잇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기조의 핵심은 역시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 사업단이다.

과학기술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등 주요 부처가 주관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인 이 사업은 무려 1조 2천억원이라는 대규모 자금을 굴리며 의료기기 국산화와 스마트 헬스케어 기기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이처럼 범부처 사업단이 대규모 자금을 들고 시작했지만 각 정부 부처별로 별도의 지원 사업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사실상 정부 전 부처가 의료기기 사업에 발을 담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기획재정부는 국산 의료기기 활성화 지원 대책을 내놨다. 정부 지원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혁신형 의료기기 제품을 선 공급하는 것이 사업의 골자.

마찬가지로 국산 의료기기에 대한 사용자 경험 축적이 목적으로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아주대병원 등 5개 컨소시엄에 정부 예산으로 기기를 지원한 뒤 시판 후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제도다.

보건복지부는 국산 의료기기 사용자 평가 지원사업을 통해 31개 과제에 3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국산 의료기기의 시판 후 임상시험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

이를 위해 의료기관에 1년에 7500만원, 2년에 2억원을 지급해 국산 의료기기를 구입하게 하고 세계적으로 공신력을 가질 수 있는 임상 결과들을 도출하는 것이 목적이다.

중소벤처기업부 등 정부 부처들은 비대면 의료기기 스타트업 지원에 600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사업을 시작했다.

원격진료 장비와 인공지능 등을 활용한 비대면 의료기기 분야의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이 제도는 오는 28일까지 접수를 받아 기업당 1억 5천만원의 예산과 인허가 업무를 지원하게 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한국의료기기안전정보원은 차세대 의료기기 전주기 지원사업을 준비중이다.

이 사업은 의료기기 국산화를 추진중인 기업과 디지털 치료제 개발 기업을 대상으로 개발부터 인허가, 수출까지 전주기에 걸쳐 기술 지원과 예산을 투입하는 사업이다.

보건산업진흥원은 의료기기 스타트업들의 상용화를 지원하기 위한 국산 의료기기 사용자 평가 지원사업을 마렴하고 공모에 들어갔다.

이 사업은 인허가를 받았지만 아직까지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한 의료기기를 대상으로 최대 2억원의 에산을 지원해 대학병원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도록 지원하는 제도.

자금이 부족해 임상시험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스타트업 등에 국내 대학병원과 연계해 임상시험 환경을 제공해 제품 성능에 대한 신뢰도를 축적하고 나아가 수출 판로를 열어주기 위한 것이다.

이렇듯 각 정부 부처가 경쟁적으로 예산과 지원책을 내놓는데 대해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은 반길만한 일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IPO(기업공개)를 추진중인 A기업 대표는 "창업 초창기와 지금의 상황을 비교하면 불과 몇년 사이에 엄청난 격세지감이 느껴진다"며 "현재 운영비의 70% 이상이 정부 지원 과제 등으로 채워질 만큼 각종 예산 지원이 정말 풍부해졌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여기에 모태펀드를 따라 벤처캐피탈 등 투자 회사들의 투자도 활기가 띄면서 지금 상황이라면 기술 하나만 가지고 사실상 창업이 가능할 정도"라며 "오히려 실리콘밸리도 이 정도의 창업 생태계가 갖춰져 있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렇게 각 부처들이 경쟁적으로 지원 예산을 마련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헬스케어 유니콘 기업이 나오기 위해서는 분산돼 있는 예산을 한 곳에 몰아 정말 혁신적인 기업에 집중 투자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유철욱 회장은 "혁신 의료기기가 지속적으로 시장에 나오고 나아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이 여러 부처와 기관 등에 예산이 분산되면 안된다"며 "간접적이고 전시적인 지원으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나오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정말로 확실한 혁신 기술을 가진 기업에 직접적이고 집중적으로 예산을 지원하는 마중물 붓기 전략이 더욱 효과적인 정책"이라며 "규제와 예산을 일관되게 유지해야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기업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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