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빈 세브란스병원 외과 진료교수(입원전담전문의)
입원전담전문의 시범사업 기간 동안 지적되어 오던 제도의 불안정성이 해소되면 입원전담전문의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는 지난 1월 시범사업에서 본 사업으로 전환하였다.
이러한 기대와는 달리 지난 3월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입원전담전문의 수는 전국 249명에서 235명으로 감소하였고, 이에 대한 많은 우려와 제도적 결함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는 “운영현황 신고 시점에 따른 일시적 감소이며, 4월 5일 기준 279명으로 증가하는 추세”임을 밝힌 바 있다. (“본사업 이후 줄었던 입원전담의, 4월 기점으로 상승세”, 메디칼타임즈 2021년 4월 15일자 기사.)
입원전담전문의의 규모가 확대되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나, 그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제도의 방향성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된다.
1분기 운영현황 신고가 끝난 3월 31일 기준으로, 전국의 입원전담전문의는 52개소, 117병동, 전문의 260명으로 시범사업에 비해 모두 증가하였다.(그림1) 그러나 상급종합병원의 전문의 수가 24명 증가한데 반해 종합병원 기관에서는 오히려 13명이 감소하였다.
이에 따라 전체 입원전담전문의 중 상급종합병원에 근무하는 비율은 약 74%로 증가하였으며(그림 2), 이는 종합병원 기관에서 입원전담전문의 운영이 본 사업 전환 이후 더욱 어려워졌음을 나타낸다.
또한 입원전담전문의 운영 병동은 시범사업 기간 전국 90개 병동에서 본 사업 전환 후 117개 병동으로 27개 병동이 증가한데 반해, 전문의 수는 11명이 증가하는데 그쳤으며, 전문의 수 증가에 비해 운영 병동 수의 증가세가 비정상적으로 가파르다.
특히 종합병원 기관에서는 전문의 수가 감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운영 병동은 증가하였으며, 이는 운영 병동마다 배치하는 의사 수를 줄이고 운영 병동과 진료 환자 수를 늘려 기관의 수익을 보전하려는 소위 ‘쪼개기 운영’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병동 당 전문의 수는 상급종합병원 및 종합병원 모두 시범사업 기간 약 2.7명에 비해 본 사업으로 전환 후 약 2.2명으로 대폭 감소하였으며(그림 3), 병동 당 근무하는 전문의 수의 감소에 따라 주말이나 야간까지 진료하는 상위 유형의 모델로 확대되지 못하고, 주중 진료만 가능한 1형 운영 모델이 전체 운영 병동의 대부분인 81%를 차지하게 되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우려하였던 입원전담전문의의 서울 편중 현상은 본 사업 전환 이후에도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운영 기관 수, 병동 수, 전문의 수 모두 서울과 서울 외 지역에서 본 사업 전환 후에도 시범사업과 유사한 비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운영 병동과 전문의 수는 서울과 서울 외 지역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위와 같은 구체적 지표는 입원전담전문의 운영의 성패가 지역적 차이보다는 기관 규모의 차이에서 기인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입원전담전문의가 상급종합병원에 집중되는 현상은 낮은 수가 수준, 상급종합병원의 의사 인력 구조, 입원전담전문의 운영의 경험을 갖춘 기관에 대한 수요에서 기인한다.
현재의 수가 수준으로는 종합병원 규모의 기관에서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도입하기에 부담이 있으며, 초대형의료기관이 아니면 입원전담전문의 운영의 동력을 갖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급종합병원이 앞 다투어 입원전담전문의를 도입하는 이유는 전공의에 의존한 기존 입원환자 진료 구조가 전공의 수련환경 변화에 따라 붕괴하고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아직은 불완전한 새로운 영역에서 전문의들이 기존 입원전담전문의 운영의 경험을 갖춘 대형의료기관으로 집중되는 것 역시 이러한 현상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더불어 향후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의료질평가 등에 입원전담전문의 운영 여부가 새로운 지표로 포함될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대형의료기관으로의 입원전담전문의 집중 현상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의료전달체계의 붕괴와 상급종합병원, 나아가 초대형 의료기관으로 환자가 집중되는 현상은 이미 오랫동안 지적되어 온 국내 의료 시스템의 중요한 문제이다. 입원전담전문의마저 대형의료기관에 집중되면 이러한 차이는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으며, 반대로 다양한 규모의 의료기관에서 입원전담전문의를 운영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하고 이를 독려하면 대형의료기관으로의 환자 집중을 완화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다행히도 입원전담전문의 분포가 서울 외 지역에서도 높게 나타나고 있어, 이를 잘 활용하면 지역별 의료 격차의 간극을 좁히는 데에도 입원전담전문의 제도가 단초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는 대형 의료기관 만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되며, 대형의료기관을 찾는 환자만이 양질의 진료를 경험할 수 있어서도 안 된다. 초대형 의료기관들이 그들만의 잔치를 벌이도록 부채질하는 지금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의 방향성은 옳지 않아 보인다.
시범사업에 비해 입원전담전문의 수가 늘었다고 기뻐하기에는 그 세부 지표들이 건강하지 않으며, 더 늦기 전에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의 방향성에 대한 진심어린 고찰이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이러한 기대와는 달리 지난 3월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입원전담전문의 수는 전국 249명에서 235명으로 감소하였고, 이에 대한 많은 우려와 제도적 결함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는 “운영현황 신고 시점에 따른 일시적 감소이며, 4월 5일 기준 279명으로 증가하는 추세”임을 밝힌 바 있다. (“본사업 이후 줄었던 입원전담의, 4월 기점으로 상승세”, 메디칼타임즈 2021년 4월 15일자 기사.)
입원전담전문의의 규모가 확대되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나, 그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제도의 방향성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된다.
1분기 운영현황 신고가 끝난 3월 31일 기준으로, 전국의 입원전담전문의는 52개소, 117병동, 전문의 260명으로 시범사업에 비해 모두 증가하였다.(그림1) 그러나 상급종합병원의 전문의 수가 24명 증가한데 반해 종합병원 기관에서는 오히려 13명이 감소하였다.
이에 따라 전체 입원전담전문의 중 상급종합병원에 근무하는 비율은 약 74%로 증가하였으며(그림 2), 이는 종합병원 기관에서 입원전담전문의 운영이 본 사업 전환 이후 더욱 어려워졌음을 나타낸다.
또한 입원전담전문의 운영 병동은 시범사업 기간 전국 90개 병동에서 본 사업 전환 후 117개 병동으로 27개 병동이 증가한데 반해, 전문의 수는 11명이 증가하는데 그쳤으며, 전문의 수 증가에 비해 운영 병동 수의 증가세가 비정상적으로 가파르다.
특히 종합병원 기관에서는 전문의 수가 감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운영 병동은 증가하였으며, 이는 운영 병동마다 배치하는 의사 수를 줄이고 운영 병동과 진료 환자 수를 늘려 기관의 수익을 보전하려는 소위 ‘쪼개기 운영’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병동 당 전문의 수는 상급종합병원 및 종합병원 모두 시범사업 기간 약 2.7명에 비해 본 사업으로 전환 후 약 2.2명으로 대폭 감소하였으며(그림 3), 병동 당 근무하는 전문의 수의 감소에 따라 주말이나 야간까지 진료하는 상위 유형의 모델로 확대되지 못하고, 주중 진료만 가능한 1형 운영 모델이 전체 운영 병동의 대부분인 81%를 차지하게 되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우려하였던 입원전담전문의의 서울 편중 현상은 본 사업 전환 이후에도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운영 기관 수, 병동 수, 전문의 수 모두 서울과 서울 외 지역에서 본 사업 전환 후에도 시범사업과 유사한 비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운영 병동과 전문의 수는 서울과 서울 외 지역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위와 같은 구체적 지표는 입원전담전문의 운영의 성패가 지역적 차이보다는 기관 규모의 차이에서 기인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입원전담전문의가 상급종합병원에 집중되는 현상은 낮은 수가 수준, 상급종합병원의 의사 인력 구조, 입원전담전문의 운영의 경험을 갖춘 기관에 대한 수요에서 기인한다.
현재의 수가 수준으로는 종합병원 규모의 기관에서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도입하기에 부담이 있으며, 초대형의료기관이 아니면 입원전담전문의 운영의 동력을 갖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급종합병원이 앞 다투어 입원전담전문의를 도입하는 이유는 전공의에 의존한 기존 입원환자 진료 구조가 전공의 수련환경 변화에 따라 붕괴하고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아직은 불완전한 새로운 영역에서 전문의들이 기존 입원전담전문의 운영의 경험을 갖춘 대형의료기관으로 집중되는 것 역시 이러한 현상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더불어 향후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의료질평가 등에 입원전담전문의 운영 여부가 새로운 지표로 포함될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대형의료기관으로의 입원전담전문의 집중 현상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의료전달체계의 붕괴와 상급종합병원, 나아가 초대형 의료기관으로 환자가 집중되는 현상은 이미 오랫동안 지적되어 온 국내 의료 시스템의 중요한 문제이다. 입원전담전문의마저 대형의료기관에 집중되면 이러한 차이는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으며, 반대로 다양한 규모의 의료기관에서 입원전담전문의를 운영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하고 이를 독려하면 대형의료기관으로의 환자 집중을 완화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다행히도 입원전담전문의 분포가 서울 외 지역에서도 높게 나타나고 있어, 이를 잘 활용하면 지역별 의료 격차의 간극을 좁히는 데에도 입원전담전문의 제도가 단초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는 대형 의료기관 만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되며, 대형의료기관을 찾는 환자만이 양질의 진료를 경험할 수 있어서도 안 된다. 초대형 의료기관들이 그들만의 잔치를 벌이도록 부채질하는 지금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의 방향성은 옳지 않아 보인다.
시범사업에 비해 입원전담전문의 수가 늘었다고 기뻐하기에는 그 세부 지표들이 건강하지 않으며, 더 늦기 전에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의 방향성에 대한 진심어린 고찰이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