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자병원 추가하자는 공단..."천문학적 비용은 생각안하나"

박양명
발행날짜: 2021-06-30 19:06:39 수정: 2021-07-05 16:55:42
  • 30일 보험자병원 설립 공청회에서 비용경제성 문제 지적
    전문가들 "수천억원 설립 비용 아껴 수가보전에 써라"

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 재정으로 본격적인 설립을 염두에 두고 여론 조성에 나선 '보험자병원'.

보험자병원 설립을 전제로 모형까지 설정하는 전향적인 연구까지 추진했지만 아직도 '왜' 보험자병원을 설립해야 하는지에 전문가도, 가입자도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30일 연세대 세브란스빌딩에서 '보험자병원 추가 설립 필요성 및 방안 연구' 결과로 공청회를 열었다.

보건산업진흥원은 건보공단의 의뢰로 연구를 진행, 보험자병원 추가 설립을 전제로 ▲(가칭) 노인의료돌봄 통합서비스 모형 ▲급성기 종합병원 단독 모형 ▲(가칭) 소아재활 장애인 건강통합관리 모형 등 3가지 형태를 제시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30일 연세대 세브란스빌딩에서 '보험자병원 추가 설립 필요성 및 방안 연구' 결과로 공청회를 열었다.
보험자병원 설립은 해묵은 과제...여전히 필요성에 의무

문제는 보험자병원 설립은 건보공단의 해묵은 과제이지만 여전히 '왜'라는 의문을 해소해 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데 있다.

공청회에서도 전문가로 참석한 토론자는 물론 건강보험료를 내는 가입자도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도 보험자병원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기점으로 대두된 공공의료 확산, 보다 정확한 원가 산출이 보험자병원 설립의 주요 이유로 나오고 있지만 공감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고려의대 윤석준 교수는 "공공의료가 부족하다면 그 책임은 보험자가 아니라 국가 및 지방정부가 우선적인 재정투자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며 "그래야만 설립 이후 운영에서 지방정부의 책무를 포함한 구체적인 노력이 더해질 가능성이 더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정확한 원가 조사도 이미 국민과 공급자에게 인정받고 있는 전국 10개 국립대병원과 우선적으로 협조관계를 구축해 자료를 제공받고 필요한 노력을 더해가는 게 정책적으로 우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윤형선 교수는 보험자병원을 설립해야 한다면 민간병원보다는 공공병원에 적합한 분야를 찾아 제한적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을 더했다.

윤 교수는 "취약지역, 취약분야, 취약계층에 대한 의료는 수익성에 비중을 두는 민간병원이 꺼리기 때문에 공공병원이 나서야 한다"라며 "건보공단이 보험자병원을 해야겠다면 급성기병원 설립보다 소아재활 모형이나 노인의료돌봄 통합 모형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중에서도 노인의료돌봄 통합 모형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며 "모델병원의 역할을 한다면 강제적으로 (보험자병원 설립)을 동의할 수 있겠다"라고 회의적인 시간을 견지했다.

공청회에는 전문가, 가입자, 공급자, 시민단체, 정부 관계자가 참석해 의견을 공유했다. 좌장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선임연구위원이 맡았다.
가입자 대표로 참석한 한국경영자총협회 손석호 사회정책팀장은 보다 강하게 보험자병원이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을 펼쳤다.

손 팀장은 "원가조사에 기반을 둔 합리적 수가체계 마련, 공공의료 확충이라는 취지는 이해한다"면서도 "해법이 수천억원의 설립 비용이 드는 보험자병원이어야만 하는가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보험자병원이 하나든 열이든 같은 의료행위를 하는데 원가가 얼마나 다르겠나"라고 반문하며 "원가조사가 필요하다면 수천억원이 드는 보험자병원을 고집할 게 아니라 민간병원에 획기적인 보상을 하고 원가조사에 참여토록 유인하는 편이 비용적인 면에서 효율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건강보험료로 설립되는 보험자병원이 공공병원을 대체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으며 이는 불합리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공공병원이든, 보험자병원이든 낮은 효율성을 얼마나 극복할 수 있는지 보여주를 사례를 더 생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병원협회 유인상 보험위원장 역시 공감을 표시하며 "건보재정은 거시적이고 포괄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라며 "국공립병원이 전국에 204곳 있다. 제2 보험자병원 목적이 원가 분석 때문이라고 하면 현실과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간병원도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충당하고 있지 못하는 부분도 분명 있다. 이 부분을 잘 활용해야 한다"라며 "병원 경영자 입장에서 고민한다고 해도 리스크가 더 많다"라고 덧붙였다.

부산 침례병원 전경.
제2보험자병원 유력후보는 부산 침례병원?

근본적인 회의론에도 불구하고 공청회 자체가 '보험자병원 설립'을 전제로 하다 보니 구체적인 설립 지역도 나왔다. 2017년 파산을 맞은 '부산 침례병원'이 그 주인공. 침례병원은 최근 보험자병원 설립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유력한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공청회에서 침례병원 언급의 단초는 연구진이 제시했다. 연구진은 보고서에 보험자병원의 3가지 모형을 침례병원에 적용해 구체적인 비용을 산출했다.

정형선 교수는 "건보공단이 침례병원을 구입해야 하는 논리로 연결돼서는 안된다. 건보공단의 침례병원 구입을 반대한다고 공공의료 확충 반대라고 오해하는 것도 안된다"라며 "침례병원 하나를 인수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김정목 정책차장은 "침례병원 한곳만 갖고 보험자병원을 얘기하는 것은 위험하다"라며 "정치적으로 불필요한 논란을 낳을 수 있다"라고 우려감을 보였다.

그러면서 "건보공단은 2016년에도 보험자병원 추가 설립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었는데 이때도 급성기병원 역할과 동시에 고령화를 고려해 재활기능을 특화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라며 "보장성 강화, 효율적 의료체계에 좌표를 설정하고 보험자병원의 기능과 역할을 설정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반면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정재수 정책실장은 다수의 보험자병원이 필요하다며 침례병원을 우선으로 하고 과감하게 확충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정 실장은 "부산에는 요양병원 숫자가 전국 광역시도 중 최다 수준이라 노인의료돌봄 모델은 적합하지 않고, 부산 동부권에는 급성기 병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침례병원을) 급성기 중심으로 하되 노인의료돌봄, 소아재활 등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침례병원의 보험자병원으로 전환은 큰 의미가 있다"라며 "민간병원 인수를 통해 병상 총량을 늘리지 않는 사례다. 그 의미를 적극적으로 살려나가는 쪽으로 실천적 활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의견이 오갔지만 건보공단의 보험자병원 확충은 결국 상위 기관인 보건복지부의 결단이 뒤따라야 하는 부분.

복지부 진영주 보험정책과장은 "건강보험 재정은 전 국민이 내는 건강보험료를 재원으로 하고 있고 지출이 급속 증가하고 있어 재정을 검소하게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보험자병원 역할, 추가 설립 타당성에 대해 엄격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기본적으로 국민과 지역주민을 위한 공공병원 확충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라며 "보험자병원은 가입자 한 명 한 명의 보험료로 하기 때문에 재정을 잘 쓸 수 있도록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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