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중재원, 1천만원에 합의 개입했지만 병원 측 '부동의'
척추성형술 이틀 후 폐색전 소견 관찰, 병원은 5개월 후 발견
의료분쟁은 처음이지? -의료분쟁 조정중재 이야기-등뼈 수술 후 폐동맥 색전이 발생한 환자가 의료사고를 주장하며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문을 두드렸다. 의료중재원은 병원 측의 과실을 일부 인정하며 1000만원에 합의를 권했지만 병원은 끝내 거부했다.
의료현장에서 벌어지는 예기치 못하는 의료사고. 이에 따른 분쟁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도 모를 의료사고, 그리고 분쟁에 현명한 대응책을 찾을 수 있도록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도움을 받아 '의료분쟁 조정중재' 사례를 소개하는 창을 마련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지난해 7월 50대 여성 환자 A씨는 운동 중 낙상으로 결린 듯 아프고 목 가누기가 힘들며 몸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다고 호소하며 B병원을 찾았다.
의료진은 영상 검사 후 목뼈 염좌 및 긴장이라고 진단했지만 다음날 등뼈(흉추) 7번과 11번의 급성압박골절이라고 진단을 내렸다.
A씨는 즉각 입원해 보존적 치료를 받다가 흉추 11번이 더 주저앉았다는 소견을 받고 해당 부위에 골시멘트를 주입하는 '경피적 척추체성형술(이하 척추성형술)'을 받았다. 시술 이틀 후에는 엑스레이 검사상 이상 소견이 관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퇴원했지만 3개월 후 척추 협착 및 불안정으로 다시 B병원을 찾아 보존적 치료를 받았다.
올해 1월, A씨는 대상포진 치료를 받던 중 폐CT 검사에서 폐색전증 소견을 듣게 됐고 정밀검사를 위해 상급병원으로 전원 됐다. A씨는 심폐의 기능적 이상은 없지만 폐동맥 골시멘트 색전이 발생해 혈전 예방을 위한 약물치료를 받으며 경과 관찰을 받고 있다. 평생 약을 먹으며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
A씨는 의료중재원에 의료사고를 주장하며 B병원에 신체적, 정신적 손해 배상 책임을 주장했다. 부주의한 척추성형술로 골시멘트가 폐동맥으로 누출돼 흉통 및 호흡곤란을 겪었고 치료방법은 약물치료밖에 없어 통증과 불안장애가 발생했다는 이유에서다.
B병원은 척추성형술 사전동의서에 폐색전증 합병증에 대한 설명을 한 후 환자 서명까지 받았다고 반박했다. 또 척추성형술에는 혈전을 일으키지 않고 안전성이 입증된 PMMA(Polymethyl Methacrylate)를 사용했고 골시멘트 폐동맥 색전이 있더라도 심폐기능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맞섰다.
의료중재원의 판단은 달랐다. 척추성형술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폐동맥 색전을 미리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을 짚었다.
척추성형술 이틀 뒤 시행한 엑스레이 촬영해서 골시멘트가 정맥을 통해 폐동맥까지 이동이 의심되는 소견이 관찰된다는 것. B병원은 수술 후 약 5개월이 지나서야 환자가 흉통을 호소해서 폐CT 검사를 했고 폐색전증 소견을 발견했다.
즉, 수술 후 이틀 만에 발견할 수 있는 진단이 늦어졌다는 것.
의료중재원은 "환자가 별다른 증상을 호소하지 않았을지라도 환자에게 색전 소견을 알려주고 혈전 예방을 위한 정기적인 추적 검사 및 진료를 받도록 안내함이 필요하지만 진료기록에서는 그런 내용이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B병원은 척추성형술 후 골시멘트가 폐동맥까지 이동한 소견을 뒤늦은 시점에 조치해 진단 및 혈전예방치료를 지연시켰다는 결론을 내리며 합의를 권했다. 의료중재원이 제시한 합의금은 1000만원. 하지만 B병원은 의료중재원의 결정을 거부해 합의에 실패했다.
의료중재원은 "법이라는 잣대만으로 장기간에 걸쳐 다액의 소송비용을 들여 결과가 불확실한 법적 다툼을 하는 것보다 인간적 대화를 통해 조속히 평화로운 관계를 회복하는 게 조정 절차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의 심폐기능에 이상이 없고 후유 장해 및 노동능력 상실률이 확인되지 않으며 색전으로 인한 응급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고 관리하는 게 최선의 치료방법"이라며 "손해를 구체적으로 특정해야 하는 재산상 손해를 따로 계산하지 않고 위자료 계산에 참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