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전공의 지원자 넘쳤지만 확보 실패한 병원 다수 현실 반영
"값싼 인력 활용해 인력 부족 메우려는 정책" 비판 이어져
정부가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해 내과와 응급의학과 전공의 추가 모집을 공표하자 전공의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전례가 없던 정부 방침에 내과 전공의 사이에서는 "근시안적" 시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감염병 전문인력 양성을 내세우며 2022년도 내과, 응급의학과 전공의를 각각 50명(미달 수련병원)+50명(감염병 전담병원 희망), 28명 추가 모집한다고 밝혔다. 이들 인원은 지난해 진행된 레지던트 1년차 전기모집에서 정원을 채우지 못한 병원들의 정원을 취합한 결과다.
문제는 지난해 이뤄졌던 2022년도 레지던트 1년차 전기모집 결과만 놓고 봤을 때 응급의학과는 정원을 채우지 못했지만 내과는 지원율이 넘쳤다는 점이다. 실제 응급의학과는 158명 모집에 148명이 지원, 전체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반면 내과는 정원이 576명인데 616명이 원서를 냈고, 106.9%의 지원율을 기록했다. 전체 정원은 넘쳤지만 개별적으로 정원을 확보하지 못한 병원이 있다는 점이 정부가 이번 정책을 만드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내과는 여기에다 50명을 추가로 더 뽑겠다는 것이다.
메디칼타임즈가 전국 수련병원 65곳을 대상으로 2022년도 레지던트 1년차 모집 현황을 조사한 결과 13개 병원이 내과 전공의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강원대병원은 5명 정원에 단 한 명도 원서를 내지 않았고 전라북도 예수병원도 5명 정원에 한명만 지원했다. 빅5병원으로 꼽히는 세브란스병원 내과에도 27명이 지원을 해 30명 정원을 모두 채우지 못했다. 가톨릭중앙의료원 역시 45명 정원에 36명만 지원했다.
이 밖에도 길병원, 조선대병원, 전남대병원, 고신대병원, 동아대병원, 제주대병원, 건양대병원, 충남대병원이 내과 전공의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내과 전공의 비판 "수련도 제대로 안 이뤄지는 게 현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내과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로 '수련'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은 환경에서 정부가 전공의를 단순히 코로나19 진료에 투입할 값싼 인력으로만 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공의는 '수련'을 받는 존재라는 사실을 뒤로 한 정책이라는 것. 경기도 한 대학병원 내과 전공의는 "뒤통수 맞은 느낌"이라고까지 표현했다.
그는 "코로나 확진자 및 중환자 숫자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내과와 응급의학과 인력이 태부족한 것은 분명한 현실"이라면서도 "전공의는 어디까지나 수련을 받는 존재인데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수련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도 현실"이라고 말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지난해 10월 내과 전공의 1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병동 업무 과정으로 내과 수련은 차질을 빚고 있었다. 설문에 참여한 내과 전공의 91.7%가 수련 교육의 질 저하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수련 교육 질 저하가 발생한 이유로는 ▲감염내과 수련 과정에서 다양한 환자를 보면서 경험을 쌓아야 하지만 주간에 코로나 병동만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아 다양한 환자를 볼 기회 감소 ▲행정명령으로 급하게 코로나 병동이 마련되어 구체적 지침이나 교육 없이 무작정 코로나 병동에 투입되는 경우가 대부분 ▲코로나 환자를 통해 배울 수 있는 내용들은 대부분 중환자실 수련을 받으며 배울 수 있는 내용과 중복 등을 꼽았다.
이 전공의는 "전공의 추가 모집은 단순히 부족한 인력을 메우려고 보다 싼 인력을 수급하겠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잘라 말하며 "단기적으로는 인력 부족 현실에서 숨통을 틔우는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수요와 공급 컨트롤이 잘 돼야 진료과의 질도 유지될 수 있다"라며 "당장 3년 뒤 초기 설정했던 정원보다 더 많은 숫자의 전공의가 배출되는 과정에서 질적 부분도 담보할 수 있을까. 장기적으로 파생될 수 있는 문제들도 모두 고려된 것인지 모르겠다"라고 토로했다.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 한 종합병원 내과 전공의는 "고무줄식으로 정원을 계측하는 것은 분명 문제"라며 "병원마다 정원이 정해져 있고 수련환경평가위원회의 승인을 거친 후 정원책정이 완성되는데 이 같은 충분한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역시 전례없는 추가 모집 소식에 분노를 표시했다. 여한솔 회장은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정원 확보에 실패한 수련병원에 추가모집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백번 이해하지만 추가로 50명을 더 선발하는 것에 대해서는 강하게 비판했다.
여 회장은 "단순히 현재 코로나 상황을 면피하려고 전공의 정원을 쉽게 증원하는 복지부 판단을 전혀 신뢰할 수 없다"라며 "코로나 환자가 5000명, 1만명 나오더라도 감당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는 것과는 배치되는 비상식적인 결단이다. 코로나 환자를 볼 수 있는 인력이 전공의 밖에 없다"라고 반문했다.
이어 "전공의들에게 의견 한 번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일처리를 하는 복지부 행태에 강하게 분노한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감염병 전문인력 양성을 내세우며 2022년도 내과, 응급의학과 전공의를 각각 50명(미달 수련병원)+50명(감염병 전담병원 희망), 28명 추가 모집한다고 밝혔다. 이들 인원은 지난해 진행된 레지던트 1년차 전기모집에서 정원을 채우지 못한 병원들의 정원을 취합한 결과다.
문제는 지난해 이뤄졌던 2022년도 레지던트 1년차 전기모집 결과만 놓고 봤을 때 응급의학과는 정원을 채우지 못했지만 내과는 지원율이 넘쳤다는 점이다. 실제 응급의학과는 158명 모집에 148명이 지원, 전체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반면 내과는 정원이 576명인데 616명이 원서를 냈고, 106.9%의 지원율을 기록했다. 전체 정원은 넘쳤지만 개별적으로 정원을 확보하지 못한 병원이 있다는 점이 정부가 이번 정책을 만드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내과는 여기에다 50명을 추가로 더 뽑겠다는 것이다.
메디칼타임즈가 전국 수련병원 65곳을 대상으로 2022년도 레지던트 1년차 모집 현황을 조사한 결과 13개 병원이 내과 전공의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강원대병원은 5명 정원에 단 한 명도 원서를 내지 않았고 전라북도 예수병원도 5명 정원에 한명만 지원했다. 빅5병원으로 꼽히는 세브란스병원 내과에도 27명이 지원을 해 30명 정원을 모두 채우지 못했다. 가톨릭중앙의료원 역시 45명 정원에 36명만 지원했다.
이 밖에도 길병원, 조선대병원, 전남대병원, 고신대병원, 동아대병원, 제주대병원, 건양대병원, 충남대병원이 내과 전공의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내과 전공의 비판 "수련도 제대로 안 이뤄지는 게 현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내과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로 '수련'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은 환경에서 정부가 전공의를 단순히 코로나19 진료에 투입할 값싼 인력으로만 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공의는 '수련'을 받는 존재라는 사실을 뒤로 한 정책이라는 것. 경기도 한 대학병원 내과 전공의는 "뒤통수 맞은 느낌"이라고까지 표현했다.
그는 "코로나 확진자 및 중환자 숫자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내과와 응급의학과 인력이 태부족한 것은 분명한 현실"이라면서도 "전공의는 어디까지나 수련을 받는 존재인데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수련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도 현실"이라고 말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지난해 10월 내과 전공의 1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병동 업무 과정으로 내과 수련은 차질을 빚고 있었다. 설문에 참여한 내과 전공의 91.7%가 수련 교육의 질 저하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수련 교육 질 저하가 발생한 이유로는 ▲감염내과 수련 과정에서 다양한 환자를 보면서 경험을 쌓아야 하지만 주간에 코로나 병동만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아 다양한 환자를 볼 기회 감소 ▲행정명령으로 급하게 코로나 병동이 마련되어 구체적 지침이나 교육 없이 무작정 코로나 병동에 투입되는 경우가 대부분 ▲코로나 환자를 통해 배울 수 있는 내용들은 대부분 중환자실 수련을 받으며 배울 수 있는 내용과 중복 등을 꼽았다.
이 전공의는 "전공의 추가 모집은 단순히 부족한 인력을 메우려고 보다 싼 인력을 수급하겠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잘라 말하며 "단기적으로는 인력 부족 현실에서 숨통을 틔우는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수요와 공급 컨트롤이 잘 돼야 진료과의 질도 유지될 수 있다"라며 "당장 3년 뒤 초기 설정했던 정원보다 더 많은 숫자의 전공의가 배출되는 과정에서 질적 부분도 담보할 수 있을까. 장기적으로 파생될 수 있는 문제들도 모두 고려된 것인지 모르겠다"라고 토로했다.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 한 종합병원 내과 전공의는 "고무줄식으로 정원을 계측하는 것은 분명 문제"라며 "병원마다 정원이 정해져 있고 수련환경평가위원회의 승인을 거친 후 정원책정이 완성되는데 이 같은 충분한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역시 전례없는 추가 모집 소식에 분노를 표시했다. 여한솔 회장은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정원 확보에 실패한 수련병원에 추가모집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백번 이해하지만 추가로 50명을 더 선발하는 것에 대해서는 강하게 비판했다.
여 회장은 "단순히 현재 코로나 상황을 면피하려고 전공의 정원을 쉽게 증원하는 복지부 판단을 전혀 신뢰할 수 없다"라며 "코로나 환자가 5000명, 1만명 나오더라도 감당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는 것과는 배치되는 비상식적인 결단이다. 코로나 환자를 볼 수 있는 인력이 전공의 밖에 없다"라고 반문했다.
이어 "전공의들에게 의견 한 번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일처리를 하는 복지부 행태에 강하게 분노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