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공공임상교수제의 빛과 그림자
국립대병원, 지방의료원 진료·수련 파견…교육부 발령 미래 불안 ‘해소’
임상교수와 관계·수련교육 난제 ‘산적’…청와대 시범사업 준비 ‘속도전’
대통령 지시 이후 공공의료 강화 필수인력으로 급부상한 공공임상교수 제도.
국립대병원과 지방의료원 간 의료인력 연계를 목적으로 정부 발령 교원 트랙 신설이 유력한 상황이다.
메디칼타임즈는 정부 부처 시범사업 논의를 앞두고 의료생태계 변화를 몰고 올 공공임상교수 제도의 빛과 그림자를 조명해봤다.
■공공임상교수, 지방의료원 인력난에서 출발…필수의료·공동수련 수행
공공임상교수 제도의 태생은 지방의료원의 취약한 의료인력에서 출발했다.
전국 34개소 지방의료원 중 진료과 전문의 수가 100명 미만인 의료원이 32개소에 달한다. 진료과 전문의 수가 50명 미만은 7개소에 이른다.
지방의료원 원장들 80%가 의료질 향상을 위해 필요한 사안으로 '우수 의료인력 확보'라고 답한 건강보험공단의 최근 조사결과도 궤를 같이 한다.
일부 지방의료원과 적십자병원의 의사 채용 연봉이 3억~4억원에 달하고 있지만 지방 공공병원 한계와 동기부여 결여 등으로 의사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공공임상교수의 정의는 권역책임의료기관(국립대병원)에서 공공보건의료 영역의 진료와 교육, 연구를 수행하는 교육부 또는 병원장 발령의 정년 트랙 임상교수이다.
이들 교수는 권역책임의료기관 기능을 수행하면서 지역책임의료기관(지방의료원과 적십자병원 등 공공병원)에 파견 근무 형식으로 필수의료와 전공의 공동 수련 지도 등을 담당한다.
쉽게 말하면, 국립대병원 교원 발령을 받은 공공임상교수들이 지방의료원에 파견되어 진료와 전공의 수련을 맡게 된다는 의미이다.
■공공임상교수 교육부 발령…복지부 외상·입원전담의 신분 불안감 '여전'
공공임상교수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정식 교원 여부는 교육부 발령으로 귀결되는 상황이다.
전임교수 정원을 관할하는 교육부가 공공임상교수 지원을 포함한 제도 신설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여 정식 교수 신설은 시간문제인 셈이다.
보건복지부가 인건비를 지급하는 권역외상센터와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와 무엇이 다를까.
필수의료 강화와 환자안전을 명분으로 출발한 외상센터 전담의와 입원전담전문의는 여전히 신분적 불안감을 지니고 있다.
복지부가 국고 지원과 수가 형태로 인건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정식 교원이 아닌 계약직 진료 교수 형태를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병원 외상센터 외상전담의 중 일부가 정식 교원으로 발령된 것은 복지부의 교육부 설득 작업에 따른 미비한 개선 효과일 뿐이다.
이와 달리 공공임상교수는 교원 정원수를 결정하는 교육부에 의해 주도적으로 추진된다는 점에서 조기에 정식 교원으로 발령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정식 교원 발령에 따른 정년 보장과 공무원 연금 등 젊은 의사들에게 미래가 보장되는 새로운 교수 영역 창출 효과도 기대된다.
■의국 임상교수와 관계정립 관건…전공의 공동수련 실효성 '의문'
하지만 공공임상교수 제도의 한계는 여전히 존재한다.
우선, 국립대병원 기존 임상교수와 관계 정립이 제도 성패의 관건이다.
국립대병원 진료를 담당하는 전임교수와 기금교수, 진료교수 등 다양한 교수진이 교육부 발령이라고 하나 공공임상교수를 어떻게 바라볼지 단정하기 힘든 상황이다.
병원 내 공공의료사업단 소속과 의국 중심 임상교수 사이에서 공공임상교수의 자리매김이 불확실하다는 시각이다.
또 다른 우려는 지방의료원 파견에 따른 공동 수련의 실효성이다.
전국 34개 지방의료원 중 수련병원은 서울의료원과 부산의료원 2곳이다.
역으로 말하면, 대다수 지방의료원은 수련병원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국립대병원 공공임상교수와 전공의들이 지방의료원에 파견되어 필수의료와 공공의료 기능을 수행할 여건이 마련되어 있는가 라는 의문이 든다.
자칫, 지방의료원 공동 수련이 전공의 수련교육 질 하락과 진료 중심 노동력으로 변질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공공임상교수 제도 연구책임자인 강원의대 의료관리학 조희숙 교수는 "국립대병원과 지방의료원 공동 수련 시스템을 어떻게 구현할지 고민"이라면서 "전공의들에게 지방의료원 파견 동기부여와 수련교육 연계 등을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으면 잘못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방의료원연합회 조승연 회장(인천의료원장)은 "지방의료원 전공의 파견과 공동 수련을 위해서는 수련병원 고시에 공공의료 관련 예외 규정을 허용해야 한다"며 "지방의료원별 여건은 다르지만 시범사업을 통해 파견 수련을 시작하면 공공임상교수와 기존 전문의 모두 전공의 수련환경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의사 증원 대안 설득력 약해…국립대병원 임상교수 양성 '우려'
공공임상교수 제도의 명분 중 하나인 의사 증원 대안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게 중론이다.
코로나 장기화 사태에서 공공임상교수 제도 신설 취지에는 공감하나, 의정 간 뜨거운 감자인 의대 정원 증원과 지역의사제 신설을 뛰어넘을 히든카드인가라는 물음에는 부정적 시각이 강하다.
의사협회 박수현 대변인(분당차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은 "최근 상임이사회에서 공공임상교수 제도 신설 관련 많은 토의가 있었다. 제도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의사 증원의 대안이 될지, 지방의료원 진료 기능 강화로 귀결될지 속단하기 이르다. 정부의 시범사업 준비 과정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국립대병원 교수 확충을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2020년 기준,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12개 국립대병원(분원 포함)의 전임교수는 1332명이다. 또한 기금교수 580명, 임상교수 981명, 진료교수 414명 등 임상과 전체 교수 수가 3300명에 달하고 있다.
길병원 엄중식 기획조정실장(감염내과 교수)은 "공공임상교수로서 교육부 발령을 받았어도 전임교수와 기금교수와 진료교수 등 기존 교수들과 융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공공의료 강화라는 명분이 국립대병원의 진료 강화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필수의료 진료 확대는 공공의료 강화로 포장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청와대 주재 실무회의…교육부·복지부 시범사업 '잰걸음'
공공임상교수 시범사업은 현 정부에서 스타트할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는 얼마 전 여준성 사회정책비서관 주재로 공공임상교수 시범사업을 위한 실무자 회의를 가졌다.
교육부와 복지부, 국립대병원, 지방의료원, 전문가 등 참석자 모두 공공임상교수 제도의 시범사업에 동의하고 빠른 시일 내 정부 차원의 TF를 구성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필수의료인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를 비롯해 외상과 치매, 응급의학 등 공공의료 역할에 부합하는 진료과 전문의 150명~200명 선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조희숙 교수는 "대통령이 추진 의사를 표명하면서 공공임상교수 제도가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면서 "의료계에서 우려하는 많은 문제점에 공감한다. 의료현장에 안착할 수 있는 시범사업 모형이 필요하다. 정부가 시범사업 이후 제도화 방안 등 명확한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