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창원병원 김지윤 교수, 정책적 지원 유연한 변화 당부
치매 신약 효용 논란 꼬리표…"조기 진단과 약물 치료가 핵심"
"치매 환자가 혼자 살거나 부부 모두가 치매인 경우 증상이 악화돼 응급실에 오는 경우가 많다. 치매안심센터가 환자에게 커뮤니티케어를 제공할 수 있는 전초 기지가 되길 바란다."
정부가 2017년 9월 '치매국가책임제'를 선포한 이래 건강보험 적용이 어려웠던 치매 진단 검사의 보험이 확대되면서 어느 정도 결실들이 맺어지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코로나 대유행이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나면서 상황은 다시 열악해졌다. 국가적 정책 설정과 지역사회의 공조가 무엇보다 중요하게 평가되는 노인 문제가 한동안 논의 테이블에서 밀려나 버렸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삼성창원병원 신경과 김지윤 교수는 치매는 무엇보다 조기 검진이 중요한 만큼 지속적인 환자 관리를 위한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지윤 교수는 특히 임상 현장에서 느끼는 치매 환자 수에는 변화가 없지만 코로나에 따른 영향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보건복지부 국회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전국 치매안심센터 치매조기 검진 현황'에 따르면 치매 선별검사를 받은 인원이 코로나 이전 2019년 195만4249명에서 2020년 82만562명으로 58% 급감했다.
2021년 역시 상반기 기준 42만2125명에 불과해 최근 2년 간 중증 치매 환자를 줄이기 위해 필수적인 조기 진단 자체가 줄어든 셈이다.
김지윤 교수는 "병원 규모나 위치에 따라 환자 수의 증가나 감소 추이에는 차이가 있지만 코로나로 조기 검진 수검률이 줄어든 것은 분명하다"며 "과거에는 조기 검진을 통해 내원하는 환자가 많았다면 치매 질환에 대한 걱정으로 내원하는 환자가 늘어난 추세"라고 설명했다.
즉, 임상 현장에서 봤을 때 전체적인 치매 환자의 수치 차이보다는 환자의 내원 계기가 달라졌다고 보고 있는 셈.
특히 코로나 장기화에 따라 치매 환자에 대한 관리가 취약해질 수 밖에 없었다는 점도 김지윤 교수가 아쉬워하는 부분 중 하나다.
그는 "치매는 스스로 몸을 돌보는 능력이 떨어지는 질환이기 때문에 치매 외 다른 기저질환을 관리하지 못해 중증화되는 문제가 함께 발생한다"면서 "조기에 관리하면 개선이 가능한 만성 질환들이 악화돼 여러 문제가 생긴 상태로 내원하는 치매 환자가 많아졌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지윤 교수는 치매 환자의 기저 질환 관리의 빈틈을 메우기 위해 치매안심센터의 역할이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윤 교수는 "치매 환자가 혼자 살거나 부부 모두가 치매인 경우 치매 증상 악화와 더불어 기저질환이 악화돼 응급실로 오는 경우가 많다"며 "치매안심센터에서 연계 받은 환자를 진료하는 입장에서 센터가 치매 환자에게 커뮤니티케어를 제공할 수 있는 전초기지로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임상현장에서 봤을 때 보호자가 없는 치매 환자의 예후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고, 병원 입장에서도 보호자 확인이 어려운 환자가 내원 시에 법적책임 문제가 얽혀 있는 만큼 이를 대응 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으로서 치매안심센터의 역할을 잡아가야 한다는 의견.
김지윤 교수는 "치매안심센터가 현재 진행하는 치매 선별 검사 등은 이미 의원이나 병원에서 기존에 충분히 진행하고 있었던 부분"이라며 "치매안심센터 존재 의의를 살리기 위해서는 환자 상태를 주기적으로 관찰하고 전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역할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방 강조되는 치매…조기검진‧약물치료 조기관리 중요"
현재 시판 중인 치매 치료제는 병의 진행 자체를 막지 못하고 환자 증세 악화 속도를 늦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르게 보면 그만큼 치매 조기진단이 중요성이 다시 한번 강조되는 상황. 치매를 초기에 진단해 약물을 적절하게 처방하는 것이 환자의 예후는 물론 사회적 비용을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치매 안심센터 등을 통한 조기 진단과 함께 치매 환자의 약물 치료를 위해 복약 순응도 향상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지윤 교수는 "대부분 환자가 경구 치료제를 이용 중이지만 피부에 붙이는 패치형 제제부터 삼키기 힘들어하는 환자를 위한 액상 제형 등 선택지는 꽤 있다"며 "초기 치매 환자의 경우 제형에 상관없이 약물을 사용할 수 있는 반면, 중증 이상의 환자는 기저질환이 많아 기존의 정제 약과 함께 챙길 수 있는 약이 고려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약을 투여했을 때 삶의 질을 유지하는 시간이 투여하지 않았을 때에 비해 오랫동안 유지되는 것이 이미 입증돼 있다"며 "다만 최근 FDA 승인을 받은 생물학적 제제는 비용 대비 효과성 논란이 있어 좀 더 지켜봐야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김지윤교수는 치매 발병원인과 관련해 여러 기전의 연구가 이뤄지고 있고 지난해 FDA 승인을 받은 신약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10년 내에는 신약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끝으로 김 교수는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심혈관계 위험 인자들을 컨트롤하는 것이 최선이다"며 "예방할 수 있는 약들을 제때 복용해야 추후에 복용 가능한 약의 옵션을 늘리고, 많이 복용해야 하는 시기를 최대한 미룰 수 있기 때문에 조기 관리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