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데이터 혁신포럼서 마이데이터 둘러싼 쟁점 논의
상업적 활용 우려 여전…환자 동의시 충분한 사전설명 필수
보건의료 마이데이터 논의가 진행됨에 따라 이와 관련 쟁점도 구체적이고 다양해지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4일 오후, 보건의료 마이데이터 안전한 생태계 조성을 위한 실천 전략을 주제로 제1차 보건의료데이터 혁신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 나선 패널 일부는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에서 추진 중인 마이데이터 논의에 '보건의료 데이터'도 함께 논의하면서 상업적으로 활용되거나 혹은 정보유출 우려 등 건전한 데이터 활용 기준을 마련할 것을 당부했다.
다만, 전 세계적 마이데이터 시스템 확산 흐름에 발맞춰 한국의 의료소비자도 혜택을 누릴 수 있고 산업적 측면에서 선도해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에도 공감대가 형성됐다.
쟁점1. 마이헬스데이터 확인한 환자들 의료이용 급증?
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문석균 실장(중앙대병원)은 패널토의에서 "마이데이터 사업은 자칫 의료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다"면서 "특히 상급종합병원 장벽이 낮은 특성상 빅5병원으로 몰려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 실장의 우려인 즉 이렇다. 상당수 환자는 자신의 의료데이터를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미흡한 상태. 데이터에 조금만 변화가 있어도 걱정스러운 마음에 의료기관을 찾아가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는 얘기다.
더 문제는 이 과정에서 상급종합병원 문턱이 낮은 한국 의료 특성상 지역내 1,2차 보다는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몰려갈 경우 의료생태계를 교란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문 실장은 "환자들의 의료이용 증가 현상에 대한 부분을 반드기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까지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를 지낸 카카오헬스케어 CIC 황희 대표 또한 일부 공감했다.
황 대표는 "사실 마이데이터를 시작해도 현재 구조로 환자들이 데이터를 해석할 수 없다보니 불필요하게 의료기관에 방문을 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의료정보를 환자에게 오픈하려면 환자가 이해가능한 데이터로 공개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한다"고 말했다.
쟁점2. 마이의료데이터 활용 안전할까?
마이헬스데이터를 둘러싼 거듭 제기되는 쟁점은 역시나 상업적으로 활용되는 것에 대한 우려다.
이날 패널토의에서도 시민단체 및 환자단체 대표자들은 환자의 의료데이터 유출 차단 혹은 활용에 대한 명확한 기준 마련을 촉구했다.
암 시민연대 최성철 대표는 "마이헬스데이터를 언급할 때 마다 경제적 가치가 거론되는 것을 보면 의료가 상업화로 흘러가는 게 아닌가하는 막연한 우려가 있다"면서 "윤리적 위험성 등에 대한 검토 혹은 어떤 안전장치를 둘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카카오헬스케어 황 대표는 정부, 환자, 산업계 모두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며 신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의료데이터는 금융 등 마이데이터와는 다른 규제를 갖고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면서 "복지부 즉 정부가 환자-병원-산업계 등 각각의 플레이어간 신뢰가 깨지지 않도록 관리, 감독하면서 일정한 테두리를 허용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맞물려 거버넌스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산업계가 모델을 보여주면 논의과정이 생기고 자연스럽게 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으면 좋겠다"면서 "해보지 않고 신뢰가 없기 때문에 우려가 있는 이는 정부에서 나서줘야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디지털치료제 선두 업체인 웰트 강성지 대표는 "결국 사용자에게 권한과 함께 책임도 함께 부여함으로써 관리 기준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 데이터를 예로 들며 과거와 달리 은행 거래 상당수가 숫자로 된 데이터가 이동하면서도 의심하거나 불안해하지 않듯이 의료데이터를 주고 받는 것에서도 그 정도의 신뢰 관계는 구축돼야 한다고 봤다.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 사용자 즉, 환자가 자신의 데이터를 어떻게 쓸 것인가 권한과 책임을 함께 부여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쟁점3. 환자가 의료 데이터에 대한 비용적 권리를 요구?
이날 포럼에서는 의료데이터 주체인 환자가 향후 자신의 데이터에 대한 권리를 요구할 수 있는가에 대한 법적인 논의도 있었다.
(주)인벤티지랩 최미연 변호사는 "데이터 생성자가 결과물을 얻기까지 환자가 개입할 수 없는 영역이 있어 이는 특허나 지적재산권 등을 인정받을 수 있다"면서도 "다만 데이터 주체인 환자에게 동의서를 받은 과정에서 동의 범위를 세분화해서 진행해야한다"고 당부했다.
가령, 환자가 자신의 의료데이터로 특정 연구를 진행할 때 충분한 사전 설명이 없었다면 추후 이부분에 대해 자신의 지분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봤다.
최 변호사는 "환자 동의를 받을 때 어떻게 데이터가 활용될 것인지 충분히 설명하고 적법한 동의를 받아야 분쟁의 소지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복지부 이길원 사무관은 "데이터의 표준화 기준을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이와 더불어 데이터 제공 측면에서도 일단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정보(데이터)부터 제공하고 일선 의료기관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정보가 무엇인지부터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료데이터 제공은 사회적 합의가 중요할 것 같다"면서 "장기적 계획을 잘 수립하고 그 과정에서 각 분야 의견을 적극 수렴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