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사자들 자택격리, 외래·입원 시스템 차질…"경영 악화 지속"
윤석열 방역 전문가들 "의료 완화 바람직, 정점 예측 어려움 변수"
일일 30만명을 넘는 오미크론 확산 추세가 의료기관 종사자에게 이어지면서 병원계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중소병원들은 의료진과 행정직 재택 격리에 따른 진료 시스템 공백 최소화에 나서고 있지만 직원들의 연일 확진자 발생에 난감해하는 상황이다.
14일 메디칼타임즈 취재결과, 전국 병원들이 의료진과 행정직원 등 종사자 일부의 연일 코로나 확진으로 진료 시스템에 어려움울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4일 0시 기준 코로나 신규 확진자는 30만 9790명으로 총 누적 확진자 수는 686만 6222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일일 확진자는 3월 1일 13만 8932명을 시작으로 4일 26만 6765명, 9일 34만 2375명, 11일 28만 2871명, 12일 38만 3584명, 13일 35만 154명 등 연일 30만명을 넘어서고 있는 상황이다.
오미크론 여파에 의료기관도 예외는 아니다.
수도권 한 상급종합병원은 이날 긴급 회의를 열고 의료진 확진자 발생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해당병원 보직 교수는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를 비롯해 전공의, 간호사 등 의료인들의 확진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외래는 물론 입원과 수술이 예정보다 한 달 가까이 지연될 것 같다"며 "구성원 중 확진자가 20~30명에서 100명 가까이 발생하고 있다. 모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하루 수 백명이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리가 들린다. 대체 인력이 없는 실정에서 상황이 심각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중소병원 병원장은 "의료진과 원무과 직원 등 전제 구성원을 대상으로 확진자가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확진 의료진의 재택격리에 따른 외래와 입원, 수술 등 진료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아이러니 한 점은 외래 환자들의 예약 부도율이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의료진과 행정 직원, 외래 환자 모두 코로나 확진으로 우려한 진료 차질은 생각보다 적다"며 "병원 경영 악화가 지속되고 있지만 사회적 현상인 만큼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감염병 전담병원인 지방의료원도 구성원 확진자 발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확진된 의료진과 함께 식사한 의료진을 외래와 입원 치료에서 배제시키는 등 코로나 확산 차단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구사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방의료원연합회 조승연 회장은 "지방의료원별 하루 많게는 10명 내외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확진된 종사자에게 자택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며 "병상 가동률이 50% 미만이라 아직까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확진자 증가세가 4월까지 이어진다면 어려움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요양병원과 재활병원은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재활의료기관 병원장은 "의사와 간호사, 행정 직원 등 매일 종사자들의 확진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가족 확진으로 격리된 의료진이 발생하면서 병원장으로서 병실 당직을 일주일째 하고 있다"면서 "외래는 물론 입원 환자가 감소하면서 전년대비 30% 이상의 경영 손실이 예상된다"고 토로했다.
요양병원 경영진은 "종사자들의 연이은 확진에 솔직히 답이 없다. 직원들의 야외활동 자제와 매일 PCR 검사에도 확진자 발생을 막을 방안이 없다. 방역당국이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됐다"며 "코로나 치료체계를 재택치료와 일반병실로 전환한 것으로 부족하다. 치사율이 독감 수준이라면 이에 걸맞은 의료체계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보좌한 방역 전문가들도 일상적 의료체계 전환을 주문했다. 다만, 오미크론 확진자 발생 정점 시기를 예측하기 힘든 부분이 변수이다.
국민의힘 선대위 보건바이오의료정책분과 위원장을 지낸 연세의대 예방의학과 박은철 교수는 "코로나 방역의료를 단계적으로 완화해야 한다. 문제는 오미크론 발생의 정점을 예단하기 힘들다는 부분이다"라면서 "확진자가 20만명 대로 떨어지면 일상적 의료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코로나비상대응위원회 위원장으로 활약한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정기석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대학병원과 중소병원 종사자들의 확진이 다수 발생하며 의료기관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단계적 완화로 가야 한다. 방역당국도 음압병실에서 일반병실로 코로나 대응 수위를 점차 조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기석 교수는 "3월과 4월 확진자 정점을 기대하고 있지만 아직 단정하기 이르다. 전 국민 백신 접종 상황과 확진자 발생 추이를 감안할 때 코로나 완화 조치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