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위 주체 결론 안난 심초음파, 법원은 "간호사가 실시 가능"

발행날짜: 2022-04-05 05:30:00
  • 다수의 검사실과 한 개의 판독실 운영…검찰 무혐의 결론이 흐름
    행정법원 "의사가 심초음파 촬영 장소와 가까운 곳에 있어야"

급여화까지 됐지만 좀처럼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간호사의 심장초음파 검사 가능 여부.

심초음파 시행 주체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려야 하는 정부는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상황에서 법원은 의사의 지시‧감독하에서 간호사의 심초음파 촬영이 가능하다고 봤다. 의사의 지시‧감독에 대한 구체적인 범위도 제시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간호사도 의사의 지시 감독하에 심초음파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이상훈)는 최근 경상북도 H의료법인이 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비 환수 처분 무효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의료기관의 패소 판결을 내렸지만, 간호사의 심초음파 촬영 행위는 의사의 지시‧감독하에 있으면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었다.

의료기관이 소송에서 패소한 이유는 간단하다. 건보공단의 급여환수 처분 '취소'를 구할 수 있는 기간이 넘어버려 무효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행정소송법에 따르면 행정처분 취소 소송은 처분 등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안에 제기해야 한다.

H의료법인은 2019년 8월 건보공단의 급여비 환수 처분을 받고, 이의신청까지 했지만 11월 이마저도 기각됐다. 상황은 2020년 5월 반전됐다. 검찰이 심초음파 검사 관련 무면허 의료행위 의료법 위반에 대하 모두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것이다.

의사의 지도 감독하에 실시한 간호사의 심초음파 촬영은 무면허 의료행위가 아니라는 검찰의 판단이 나왔지만 건보공단의 요양급여비 환수 취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90일의 시한은 이미 지나가버린 것.

법원은 "건보공단의 급여비 환수 처분은 처분 사유의 존재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위법하기는 하지만 그 하자가 명백하다고 볼 수는 없어 무효라고 할 수 없다"라고 판단했다.

행정처분이 당연 무효가 되기 위해서는 그 하자가 법규의 중요한 부분을 위반한 중대한 것으로 객관적으로 명백해야 하는데, 건보공단 행정처분의 하자가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소리다.

한 의료소송 전문 변호사는 "무효 소송은 명백해야 하기 때문에 취소 소송보다 더 어렵다"라며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행정소송 제기 기간이 이미 지났기 때문에 무효 소송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무면허 의료행위 혐의 의료기관의 심초음파 운영 형태는?

그렇다면 경찰과 검찰의 엇갈린 판단을 받아든 의료기관들은 심초음파를 어떻게 운영하고 있었을까.

판결문에 따르면 H의료재단은 5명의 간호사와 병원장이 의료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았는데, 이들 간호사 5명은 약 3년 10개월 동안 환자 1만2121명에게 심초음파 검사를 했고, EDI에는 의사면허번호를 입력했다. 이렇게 H의료재단이 타간 급여비는 총 7억5277만원에 달한다.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고 있는 의료기관은 심초음파실을 다수 운영하며 의사 모니터링하는 판독실을 따로 두고 있었다.

간호사 2명은 국제심장초음파 자격증을 취득했고, 3명은 일정 기간 동안 심초음파 교육을 받은 후 촬영을 했다. 이들은 심장 내경, 외경, 구혈률, 혈류 측정 등 단순 반복,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을 했다. 측정 자료를 보고 판단하고 결론을 내려서 치료에 적용하는 것은 의사가 했다.

심초음파 검사실에서 간호사가 환자에게 심초음파 촬영을 하고, 의사는 심초음파실 내부 벽에 설치된 모니터를 보면서 실시간으로 동영상을 확인하다가 이상이 있을 때만 간호사에게 추가 검사를 지시하거나 직접 추가 검사를 했다.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받은 5개 병원 역시 H의료재단과 상황이 비슷했다. 다수의 검사실과 한 개의 판독실(모니터룸)을 설치한 후 간호사는 검사실에서 심초음파 촬영을 하고, 판독실에서는 의사가 교대로 당번을 서며 실시간 지도 감독하는 식이었다. 검사실을 15개까지 운영하는 병원도 있었다.

행정법원, 심초음파 시행 주체부터 의사 지시‧감독 기준까지 제시

눈길을 끄는 것은 H의료재단이 제기한 행정 소송에서 의료기관이 패소했지만 법원은 의료계 현안인 심초음파 시행 주체에 대한 답을 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결론은 간호사 심초음파 촬영을 이유로 요양급여비 환수 처분을 받은 의료기관이 건보공단을 상대로 행정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해 볼 수 있다는 근거가 된다.

재판부는 "심장초음파 촬영 행위는 의사의 지시‧감독 하에 간호사가 진료보조행위로서 할 수는 있다"라며 "의사가 구체적인 지시‧감독을 한다면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지시‧감독 범위에 대해서도 제시했다.

재판부는 "심초음파 촬영을 위해 탐촉자로 환자의 왼쪽 가슴 부위를 문지르는 행위 자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환자에게 위험이 따르거나 부작용 또는 후유증이 있을 수 있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라며 "검사자 전문성이 검사의 질에 미치는 영향이 크며 초음파 영상을 토대로 한 진단과 판독은 의사만이 할 수 있다"라고 했다.

이어 "의사가 직접 심초음파 영상을 촬영하는 행위를 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그 영상이 촬영되는 과정에서 의사가 실시간으로 해당 영상을 보고 진단과 판독을 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경우에 따라서는 즉시 촬영 행위에 직접 개입할 수 있을 만큼 심초음파 영상 촬영 장소와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간호사도 의료법상 '의료인' 중 하나이고 간호사가 방사선사 보다 심장초음파 영상을 촬영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의료 지식이나 자질이 부족하다고 볼 수 없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H의료재단 간호사는 심초음파 촬영 관련 교육을 받았고 의사가 실시간으로 촬영 결과물을 확인하면서 지도 감독을 할 수 있는 구조"라며 "간호사의 심초음파 촬영 행위가 환자에게 보건 위생상 위험을 가져온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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