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씨엘 첫 허가 이후 체외진단기업들 국내 승인 준비중
전문가들 회의적 입장 지배적…"수요 매우 제한적일 것"
면봉으로 코를 깊숙히 찔어야 하는 비인두도말검사법의 불편함과 거부감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국산 타액검사키트가 잇따라 상용화 단계를 밟고 있다.
지난달 말 첫 허가가 나오자 국내 체외진단기업들이 연이어 국내 승인을 준비하며 경쟁을 예고하고 있는 것.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회의적 입장을 보이며 수요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3일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체외진단기업들이 타액 즉 침을 기반으로 하는 코로나 자가검사키트를 잇따라 출시하며 국내 승인을 추진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일단 현재 국내에서 사용이 가능한 제품은 단 한가지 뿐이다. 지난달 29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은 피씨엘의 'PCL 셀프테스트 COVID19 Ag'다.
사실 그동안 각 체외진단기업들은 타액 검사 기반 검사키트 개발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비인두검사가 쉽지 않은 영유아와 노인 인구는 물론 검사법에 불편함과 거부감, 공포를 느끼는 사람들의 수요는 분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내 시장에 제품이 나온 것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식약처가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허가에 상당히 보수적 입장을 유지해온 이유다.
실제로 이번에 허가를 받은 피씨엘도 이미 지난해 임상시험을 통해 유럽 CE 인증까지 획득하고 이미 유럽 각지에 수출을 진행해 왔지만 국내 승인은 받지 못한 상태였다.
이러한 식약처의 방침이 변화한 것은 해외 사례들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타액검사키트를 긴급 사용 승인하며 제도권에 안착시켰기 때문이다.
FDA의 승인을 받은 제품은 마이크로젬(MicroGEM)사의 'Sal6830 SARS-CoV-2'. FDA는 이 검사가 비인두검사에 비해 민감도와 특이도가 열등하지 않다는 점에서 영유아와 노인에게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고 승인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이러한 FDA의 승인이 알려진 직후 식약처는 국내에서도 타액검사키트에 대한 심사를 진행중이라는 소식을 알렸고 1주일만에 피씨엘의 키트를 최종 승인했다.
이처럼 국내에서도 타액검사키트가 제도권으로 들어오면서 체외진단기업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키트를 유통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 내수 시장 공략을 미룰 이유가 없어진 이유다.
일단 국내에서 손꼽히는 체외진단기업인 SD바이오센서도 자체 개발한 타액검사키트에 대한 승인 준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SD바이오센터의 타액검사키트는 'COVID-19 Ag Saliva Home Test'로 현재 개발을 끝내고 동시다발적으로 전 세계 허가 기관에 승인 절차를 준비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바디텍메드도 마찬가지로 이미 타액검사키트 개발을 끝내고 국내 승인 절차를 준비중인 상황이다.
바디텍메드의 타액검사키트는 'Boditech Quick COVID-19 Ag Saliva'로 이미 해외 수출 허가를 받은 상태. 해외 수출 허가 절차를 위한 임상에서 이 키트는 민감도 90%와 특이도 100%를 기록해 이미 국내 승인을 위한 기준을 충족한 상태다.
또한 기존 제품 대비 원가를 절반 이상 줄였다는 점에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바디텍메드 최의열 대표는 "오미크론은 물론 스텔스 오미크론 등 주요 변이에서 기존 검사보다 특이도와 민감도에서 우수하며 검사 편의성을 높인 장점으로 해외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식약처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사용 승인도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처럼 체외진단기업들이 새로운 수요를 향해 발빠르게 뛰고 있지만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이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미 확진자 수가 크게 줄어들며 엔데믹 상태에 접어든데다 자가검사키트가 가지는 한계점을 극복할 수는 없다는 반응이다.
A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민감도와 특이도 수치는 말 그대로 임상시험 결과일뿐 비강이건 타액이건 자가검사키트가 가지는 한계점은 분명하다"며 "하물며 오미크론 이후 변이들은 상기도부터 바이러스가 확산된다는 점에서 타액은 분명하게 비인두보다 정확도, 신속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한계에도 자가검사키트를 활용했던 것은 급격한 확진자 증가로 인한 임시방편의 성격이 강했다"며 "이미 확진자 수가 크게 줄어들고 있는 만큼 비강이건 타액이건 자가검사키트의 수요는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