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진 의료경제팀 기자
"국공립병원 병원장들에게 잔인한 6월이 될 것 같다. 밤잠을 설치는 병원장이 적지 않다."
지방의료원 한 병원장은 국공립병원 병원장들이 직면한 내부 상황을 이 같이 표현했다.
5월 10일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보건복지부와 산하기관 모두 인사에 촉각을 세우며 복지부동 자세를 취하는 모습이다. 정권 교체에 따른 공무원과 기관장 인사는 수순이다.
국공립병원도 예외가 아니다.
5월말 임기가 종료되는 서울대병원 병원장은 이달 말 이사회 후 임용절차를 거쳐 빠르면 6월 대통령 임명이 예상된다.
서울대병원 병원장은 연건동 본원과 분당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 강남센터 그리고 국립교통재활병원, UAE 왕립 셰이크칼리파전문병원, 기장암센터 등 다수의 관할 병원 병원장 인사권을 지니고 있다.
현 병원장과 연임과 교체 결과에 따라 서울대병원 경영 핵심인 보직 교수들 명단이 전면 수정될 수 있다는 의미다.
공공병원 상황은 폭풍전야이다.
6월 1일 서울시 등 지자체장을 포함한 전국동시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하루 아침에 병원장에서 구직자로 바뀔 수 있다.
지방의료원장은 지자체장과 함께하는 계약직이다.
임명한 지자체장이 낙선하거나, 새로운 정당 후보가 지자체장이 당선될 경우 지방의료원장은 물갈이 일순위이다.
많은 지방의료원장 이력서에 다른 지역 공공병원 병원장 또는 부원장 스펙이 길게 나열된 이유이기도 하다.
정권교체 후 뒤바뀐 여야의 선거판에서 전국 지방의료원장들은 숨죽여 선거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의료원장은 의사 면허를 지니고 있어 중소병원이나 요양병원 봉직의사로 이직할 수 있지만 경영에 수년간 몸담은 상황에서 진료와 수술을 이어가기 쉽지 않다.
지자체 소속 의사 출신 보건소장 입장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자체장이 바뀌면 보건소장 교체는 암묵적 관례이다. 여기에 도청과 시청에서 보건 부서 주요 보직을 맡고 있는 의사 출신 공무원들도 마찬가지이다.
한 지방의료원장은 "지방의료원 등 공공병원장은 '보따리장수'에 불과하다. 6·1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떠나야 하는 병원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면서 "같은 정당 소속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병원장 자리를 담보할 없다"고 토로했다.
지방의료원장과 보건소장은 계약직 공무원으로 선거 운동을 할 수 없다. 자신을 임명한 지자체장이 당선되지 않으면 떠나야 하는 숙명이다.
지방선거 결과에 따른 공공병원장 인사는 6월 중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
세종자치시를 포함한 17개 시도에서 근무 중인 지방의료원장과 보건소장에게 올해 6월은 혹독하고 잔인한 한 달로 기억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