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린대로 거두는 보건의료계

강윤희 위원
발행날짜: 2022-06-27 05:30:00
  • 강윤희 전 식약처 임상심사위원

최근 약 자판기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풀리자 대한약사회는 이를 저지하기 위한 전면 투쟁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기 때문이란다. 이에 대한 국민들의 댓글들을 보면(NAVER, Daum에서 관련 뉴스에 대한 댓글들을 살펴봄), 이미 약국이 달라는 대로 주는 자판기인데 무슨 차이가 있냐는 것이다. 즉, 국민들은 약국을 약 자판기로 보고 있는 것이다. 약사는 조제비와 복약지도비를 보험공단에서 지급받고 있는데 실제 복약지도를 제대로 하는 경우를 국민들이 체감하지 못하는 것이다.

필자도 마찬가지이다. 필자는 고혈압, 당뇨로 약을 처방받고, 10개 이상의 약국을 다녀봤지만(복약지도를 하는 약사가 있기는 한지 확인하기 위해 일부러 다른 약국을 찾아가기도 함), 단 한 번도 복약지도라는 것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냥 약봉투에 약 주고 '혈압, 당뇨약 드시고 계시네요?' 하고 끝이었다. 부작용에 대한 안내는 말할 것도 없이 들은 바가 없다.

한 번은 필자가 당뇨치료제로 SGLT2 억제제가 추가된 적이 있었는데, 1주일 정도 복용 후 질염이 발생했다. 질염이 발생할 만한 상황이 없었으므로 혹시 약물부작용인가 찾아보니 SGLT2 억제제의 질염은 임상시험에서 약 5% 정도로 상당히 높은 부작용이었다. 이렇게 흔한 부작용은 반드시 환자에게 설명됐어야 하는 것이다(물론 부작용을 설명하지 않은 의사도 잘못했다). 필자는 약물부작용을 의심했기 때문에, 주치의와 의논해 처방약을 변경했지만 약물부작용을 의심하기 어려운 환자들은 다른 진료과를 찾아 진료를 받고 고생하는 일들이 발생할 수 있다.

만약 약사들이 평상시 환자들에게 충분한 대면 복약지도를 하고 있었다면 국민들은 약사들의 얘기에 귀 기울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미 자판기 수준의 약무를 하고 있으면서, 자판기를 반대하니 국민들은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다. 뿌린 대로 거두는 것이다.

간호사들은 어떠한가? 간호사들에 대한 처우와 전문성을 보장하기 위한 간호법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그런데 처음에는 진료의 경계가 모호한 문구로 인해 대한의사협회가 반대했는데, 지금은 13개 범보건의료단체들, 사실상 간호사 단체를 제외한 거의 모든 보건의료단체들이 반대하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을까? 간호사들이 이 간호법으로 말미암아 피해를 볼 수 있는 다른 보건의료인들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약 간호법이 다른 보건의료직군의 입장까지 헤아린 법안이었으면 간호법에 찬성하는 직군이 있었을 것이고, 간호법 통과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럼 왜 간호법은 다른 보건의료직군을 헤아리지 않았을까? 필자는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로서 환자 진료를 한 임상 경험은 인턴 시절 약 1년으로 매우 짧지만 그 때 참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을 보았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함께 식사를 하지 않는 것이다. 간호사는 간호사들끼리, 간호조무사는 간호조무사들끼리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함께 환자를 돌보는 사람들인데 그들 사이에 벽이 느껴졌다.

간호사들 사이에는 태움이라는 잘못된 문화가 있고, 이로 인해 안타까운 선택을 하는 경우가 여전히 발생한다. 이는 다른 보건의료직군에서는 볼 수 없는 현상이다. 간호사가 간호조무사보다 우월한가? 의사가 간호사보다 우월한가? 필자는 임상병리사 선생들과 함께 일을 하는데, 솔직히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는 1~2주 없어도 병원 돌아가는데 큰 문제가 없지만 임상병리사들이 없으면 병원은 단 하루도 돌아가지 않는다.

모든 보건의료직군은 각자의 위치에서 환자를 위한 본연의 업무가 있다. 그 모든 업무가 잘 이루어져야 환자에게 질 높은 의료서비스가 보장되는 것이다. 간호사들은 간호법에 대해 거의 모든 보건의료직군이 반대하는 상황 앞에서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봐야 할 것이다. 간호 면허의 반 정도가 장롱에 있는 것이 과연 간호사에 대한 처우 문제만 있는지, 간호사들 사이의 태움 문화와 같은 잘못된 문화의 원인은 없는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그들도 뿌린 대로 거두고 있다.

의사들은 어떠한가? 가장 할말하앓이다. 대표적으로 수술장 CCTV는 의사단체들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슈가 된지 5년도 채 안돼 통과됐다. 과거 어린이집 CCTV의 경우 약 15년만에 통과된 것에 비해 신속하게 통과된 것은 그만큼 국민들의 의사들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국민의료보험 제도로 모든 국민이 부담 없이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받는 나라다. 필자가 알기로는 전국민의료보험의 모체가 된 청십자보험을 장기려 선생님이 만들 때 인건비를 계산하지 않아서 비정상적으로 낮은 수가가 책정됐다. 올해 수가 협상에서 기본 진료비가 약 200~300원 정도 올랐다고 하니, 이런 비정상적인 수가 속에서 의사들의 진료가 비정상적으로 변질되는 점은 어쩔 수 없는 점도 있다.

그러나 넘지 말아야 할 선이라는게 있다. 대리수술을 하고, 출혈 있는 환자를 방치하고, 마취 상태의 환자를 성추행하고.. 어느 집단이나 이상하고 나쁜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의사들의 행태에 대한 의사단체의 태도이다. 수술장 CCTV에 대해서는 강력반발하면서 이런 의사들의 범죄에 대해서 의사단체는 어떤 모습을 보였는가? 또 가장 국가 의료서비스 시스템에 모범을 보여야 할 상급종합병원이 분원 경쟁을 하면서 의료전달체계가 완전히 무너지고 있다. 우리나라 의료서비스는 그야말로 대혼돈의 메타버스 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 의사단체들이 국민의 건강이라는 대의에는 책임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의사직군의 이익, 자기 병원만의 이익을 추구한다면 국민들은 계속해서 외면할 것이다. 그들도 뿌린 대로 거두고 있다.

※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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