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최연호 교수, 통찰지능 발간…2번째 저서
"환자 이면 볼 수 있어야 좋은 의사" 후배 의사에게 당부
"의학 교과서는 틀렸다."
'기억 안아주기'에 이어 신간 '통찰지능'을 펴낸 삼성서울병원 최연호 교수(소아청소년과)의 말이다. 그는 최근 책 발간을 기념해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의과대학 교수로서 의학교과서가 아닌 대중을 상대로 한 책을 펴내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성균관의대 학장까지 지낸 최 교수는 왜 의학 교과서가 틀렸다고 했을까.
그에 따르면 교과서에서 소아 크론병와 궤양성 대장염 환자는 먼저 항염증 치료를 시작하고 면역조절제, 그래도 안되면 생물학적 항체 치료를 치료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스텝업 방식으로 진행하다보면 환자는 장 협착증을 호소하고 결국에는 수술에 이른다. 현재 의료시스템의 맹점인 셈이다.
그는 소아환자의 치료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내 자식이라면 어떤 치료를 할 것인가 고민했고, 스테로이드 치료가 불가피한 스텝-업 방식 대신 탑-다운 방식을 택했다.
초기 크론병의 염증 단계부터 차단하기 위한 적극적인 치료법. 앞서는 생물학적 항체 치료는 림프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어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그는 해외 연구 사레 등을 바탕으로 치료를 진행한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최 교수의 탑 다운 방식의 치료법은 해외 유수의 의학 저널에 그의 연구가 실렸으며 무엇보다 환자의 수술율이 줄어들고 삶의 만족도가 높아졌다. 최 교수는 환자의 입장에서 치료한 결과라고 봤다. 통찰지능이 제대로 먹혀든 것.
의학 교과서에 정해진 과정을 밟아 치료하는 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의학지식만으로 환자를 진료하면 환자가 다친다. 통찰지능이 필요하다. 모든 것에는 과정과 결과가 있는데 우린 결과만 본다. 그래서 실수를 한다."
최 교수는 의과대학 강의에서도 학생들에게 통찰지능을 깨우쳐주는데 주력한다. 가령, 윌슨병은 조기에 발견하면 약만 복용하면 되지만 시기를 놓치면 간 이식을 받아야 한다. 교과서에선 피검사를 통해 간 수치를 확인하면 된다고 하지만 의료현장에선 다르다.
"윌슨병을 진단하려면 일단 의사가 피 검사를 통해 간 수치를 확인해야하고 그 과정에서 높은 간 수치를 보고 윌슨병일 수 있다는 의심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의사의 통찰지능이 필요하다."
윌슨병은 다양한 형태로 발병하기 때문에 단순히 교과서적 지식 이상의 무엇 즉 통찰지능을 갖춰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 교수는 '통찰지능'에 이어 세번째 책도 집필 중이다. 그가 이처럼 쉬지 않고 글을 쓰는 것은 임상현장에서 알게 된 깨달음을 활자로 남겨두기 위해서다. 그래야 후배들이 이를 기반으로 진화하는데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지금도 의사 후배들은 물론 소아환자의 보호자의 소통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