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박싱]동료 전공의에 불필요한 신체접족으로 징계 받은 전공의
"무혐의더라도 병원 질서 유지 등을 위해 징계 처분을 할 수 있다"
대구에 있는 한 병원의 수련 1년차 남성 레지던트가 회식 장소에서 2년차 여성 레지던트의 등부터 허리까지 쓰다듬었다. 이는 여성 레지던트의 주장으로 그는 "어이없고 기분 나쁘다"라며 지인에게 호소했다.
해당 레지던트는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했다며 남성 레지던트를 강제추행 혐의로 형사 고소했고, 병원에다가도 직장 내 성희롱이라고 신고했다.
남성 레지던트는 "팔 아랫부분을 누르면서 말을 한 적은 있지만 등을 만지거나 쓰다듬지 않았다"라고 항변했다. 검찰은 '불기소 처분(혐의 없음, 증거불충분)'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반면, 병원은 직장 내 성희롱이라고 보고 '경고' 처분을 했다. 가장 낮은 징계 수위이기는 하지만 수련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징계' 처분을 받았다.
A전공의는 병원을 상대로 징계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기본적으로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하지 않았고, 설령 불필요한 신체 접촉에 해당하더라도 징계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더불어 위자료 1000만원까지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도 더했다.
대구지방법원 제14민사부(재판장 장민석)는 병원의 징계처분에 실체적, 절차적 위법이 없다며 A전공의 패소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2019년 중반에 벌어졌지만 법원 판결은 올해 초 나오면서 약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A전공의는 항소를 포기했다.
A전공의가 수련 받던 대구 B병원은 불필요한 신체 접촉이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약 한 달동안 병원 조사위원회, 윤리위원회, 징계위원회를 차례대로 열면서 심의했다.
여성 전공의는 A전공의가 총 세 차례에 걸쳐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했다고 했고, 조사위는 "윤리위원회를 개최해 A전공의가 한 불필요한 신체 접촉 행위가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판단 및 징계위원회 회부 여부를 심의할 것을 건의한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 보고서를 작성했다.
윤리위원회는 고용노동부 및 외부 전문가 자문을 받아 A전공의에 대한 징계 절차를 밟기로 의결했다.
징계위원회는 "A전공의가 여성 전공의에게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했고 전공의 수련규정에 따라 경고로 한다"고 징계 의결을 했다. 양측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음에도 병원 측이 '성희롱'이었다고 판단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A전공의의 발언이었다. 여기에다 여성 전공의는 불필요한 신체 접촉 주장 과정에서 신빙성 있게 일관된 진술을 했다.
A전공의는 여성 전공의와 대화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 접촉이 있었다는 단순 사실은 인정하는 듯한 말을 한 것.
그는 "팔을 잡은 것에 대해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 터치한 것은 사실이고 충분히 기분 나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터치한 곳이 신체의 주요 부위가 아니고, 성적인 의도가 있거나 한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법원은 "형사상 강제추행죄가 성립하지 않더라도 병원 입장에서는 병원 질서 유지 등을 위해 징계처분을 할 수 있다"라며 "병원은 징계처분 과정에서 전공의 수련 규정 또는 상벌 규정상 절차상 규율 내용을 위반한 것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