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 간호사 장롱면허 감소세
간호사 62.5% "현행법 벗어난 업무 하고 있어"
수년 째 추진해 온 간호인력 정책이 먹혀 들고 있는 것일까. 소위 '장롱면허'로 칭하는 유휴 간호사가 감소세로 접어들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실시한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비활동 간호사 즉, 유휴 간호사가 27.2%로 집계됐다. 이는 과거 2010년 유휴 간호사 비율이 32.2%에 비해 5% 감소한 수치다.
장롱면허가 줄어들면서 임상현장의 간호사 비율도 2010년 50.2%에서 2020년 55.3%까지 증가했다. 의료현장을 지키는 간호사 비율을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연구를 진행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박사는 "과거 임상현장의 간호사 비율은 50% 미만이었는데 장롱면허 비율이 낮아졌다"면서 그 원인으로 태움 문화 개선, 교대 근무 개선, 간호사 교육 제도 등 간호사 관련 근무환경 개선 노력 등을 꼽았다.
일선 의료현장의 간호사들은 최근 유휴간호사가 해소된 것을 코로나19 여파도 일부 작용했다고 봤다.
수도권 A종합병원 간호사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장롱면허 상태의 간호사들이 의료현장으로 많이 나왔다"며 유휴 간호사 해소 요인이 됐을 것이라고 봤다.
또 다른 간호사는 최근 간호대 증원과 남자 간호사가 급증한 것도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그는 "최근 5년새 남자 간호사가 급증하고 있다. 이들 상당수가 안정적으로 임상 간호사 역할을 지속한 것도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간호관리료 차등제 적용 병동 간호사 현황에서도 간호사의 근무환경이 개선된 것으로 보이는 신호가 곳곳에서 나타났다.
2010년 기준 간호관리료 차등제 적용 일반병동 및 중환자실 간호사 수는 2010년 5만8007명에서 2020년 9만7073명으로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간호관리료 차등제란, 간호인력 확보 수준에 따라 기본진료료 중 입원료를 차등 지급하는 제도로 과거 병상 수 대비 간호사 수를 산정하던 것에서 환자 수 대비로 잣대를 바꿔 적용하고 있다.
중소병원 수간호사는 "간호관리료 차등제를 통해 간호사의 근로환경을 개선하는 효과가 일부 있다"면서 "이는 실제로 간호사들의 업무부담을 줄여 안전한 진료환경을 만드는 배경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간호사의 근무여건에 대한 불만은 여전하다. 신 박사는 근무시간 및 근무 만족도 등과 관련해 간호사 3955명을 대상으로 5점 척도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정신적 소진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지만, 신체적 소진, 과중한 업무량, 역할 모호, 열악한 근무환경 등도 5점 중 평균 3.5점 이상을 차지하며 높게 나타났다.
특히 현재 간호사의 법적 업무 범위의 적절성을 묻는 질문에 62.5%가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업무범위가 적절하다는 응답은 약37%에 그쳤다.
업무범위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 이유로는 현재 법적인 업무범위가 모호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29.63%로 가장 많았으며 '현행법이 시대를 반영하지 못 한다'는 응답도 23.07%를 차지했다.
신 박사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PA간호사의 업무 범위에 대한 부분"이라며 "현행 의료법을 벗어난 의료행위를 하고 있다는 얘기"라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일선 중소병원 수간호사는 "의료현장에선 모호한 업무 범위에 대한 스트레스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면서 "정부차원에서 시급하게 대책을 논의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