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경제팀 김승직 기자
정부가 공동활용병상제 폐지를 고수하면서 개원가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특정 종별의 특수의료장비 도입을 막는 것은 의료 쏠림 현상을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5월 보건의료발전협의체 회의에서 공동활용병상제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수의료장비 사용에 병상 제한이 있기 때문에 기준에 충족하지 못한 병·의원이 주변 의료기관에서 병상을 사오는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공동활용병상제는 도입 당시 중소병·의원은 특수의료장비 사용이 어려웠기 때문에 일정 규모의 병상을 갖춘 의료기관과 연계해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병상 제한을 충족하지 못한 의료기관이 특수의료장비 사용을 위해 주변에서 병상을 사오는 부작용이 생기자 정부가 칼을 빼든 것.
다만 정부는 공동활용병상제를 폐지하는 대신 병상 제한을 기존 200병상에서 CT는 100병상, MRI는 150병상으로 낮췄다. 또 이미 병상을 구매해 특수의료장비를 사용하고 있는 의료기관은 규제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완화된 병상 제한이 비현실적이어서 개원가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사실상 중소병·의원의 CT·MRI 도입을 원천 봉쇄하는 조치라는 불만이다. 의료자원 분배의 불균형으로 의료 쏠림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다.
이에 대한영상의학과의사회·대한비뇨기과의사회·대한신경과의사회·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등 여러 의사회의 규탄성명이 계속되고 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별도로 TF를 구성한 상황이다.
CT·MRI 품질관리 필요성과 오·남용 문제에 대한 지적, 의료비용 낭비 등의 우려에는 공감한다. 특수의료장비 사용을 위해 병상을 수 백만 원에 거래하는 행위 역시 근절돼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그 해법이 병상과 관련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특히 접근성을 낮추는 방식은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려는 노력 없이 문제 자체를 없애는 방식으로 느껴진다. 환자 입장에서도 간단한 검사만 필요한데 불필요하게 입원하는 것이 유효한지 의문이다.
제도의 도입과 폐지는 보다 신중히 접근해야 하는 문제라고 본다. 고민 없는 제도 폐지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기 마련이다. 공동활용병상제로 인한 문제를 해결할 더 나은 해법이 마련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