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만으로 충치 가능성 진단…플랫폼 개입으로 중복 검진
치협, 진료권 침해 우려 제기…"의료 영리성 가속화 한다"
의료계에서 비대면진료 플랫폼으로 인한 전문의약품 광고, 의료서비스 및 의약품 오남용 문제가 지적되는 상황에서 치과계에선 아예 진단까지 내리는 업체가 나와 반발이 커지고 있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치과계에서 의사의 진료 영역을 침범하는 서비스를 운영하는 비대면진료 플랫폼이 등장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방식이 현재는 치과계에 그치고 있지만 향후 전체 의료계로 확대되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해당 비대면진료 플랫폼은 환자가 보내준 사진으로 충치 가능성을 진단해주는 치아우식 상세지수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단단한 치아에 생기는 충치의 특성 상 사진 만으로는 실제 진행도를 파악하기 어려움에도 이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 질병 발생 가능성을 퍼센트로 가늠하는 방식 역시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료에 플랫폼이 개입하면서 중복 검진이 생길 수 있는 데다가 의사와 진단이 다른 경우 불신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다. 잘못된 정보로 치료 받을 시기를 놓쳐 질병이 악화되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대한치과의사협회 이미연 홍보이사는 지난 18일 의료계 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비의료인이 비대면진료를 유도하는 움직임이 포착돼 본회와 대한교정치의학회가 공조해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홍보이사는 정말 비대면진료가 필요한 이들은 의료취약지역에 거주하는 노년층 환자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환자들은 전자통신기기 사용이 어렵고 다른 전신질환과의 상관성을 평가해야 해 오히려 대면진료가 더욱 필요하다고 짚었다.
비대면진료에서 강조되는 의료취약계층의 편의성 향상에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스럽다는 지적이다. 산업계가 플랫폼 개발의 타당성을 위해 허울 좋은 핑계를 대고 있다는 것.
이 홍보이사는 "우리나라는 아프리카나 호주의 오지와는 환경이 전혀 다르다. 거의 모든 지역에서 의료진을 대면할 수 있을 정도로 의료기관이 많고 의료비 부담도 적은 편입니다"라며 "굳이 비대면진료가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기관이 유지되지 못할 정도로 인구가 적은 지방이라면 비대면진료 플랫폼이나 공공의대가 아니라 공공의료기관의 건립이 적절한 대책이라고 생각한다"며 "시대적인 흐름으로 노인 간병과 유지 관리를 위한 플랫폼이 요구된다고 한다면, 비의료인이나 기업 주도가 아닌 의료계에서 사용지침을 먼저 정립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 역시 사진으로 진단하는 방식은 오진 확률이 굉장히 높다고 우려했다. 가벼운 자상으로 예를 들어도 상처 봉합 여부나, 감염 가능성 등을 사진으로 판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로 인해 불필요하게 항생제 등을 처방하는 등 의약품 오남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의협 박수현 대변인은 "현장에서 환자가 상처를 사진으로 찍어서 가져오는 경우가 있는데 결국 진단을 위해선 직접 상처를 봐야 한다. 사진 만으론 상처의 깊이를 앞 수 없기 때문"이라며 "단편적인 시각 정보에 치우치면 오진 확률이 굉장히 높아진다. AI도 오진 확률이 꽤 높은데 사진 한 장으로 진단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