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해법은 처우 개선?…노동기본권은 외면해"
추석 이후 5차 교섭 추진…"사회적 책무 지켜달라"
보건의료노조가 의사단체들에게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교섭을 촉구하고 나섰다. 필수의료 해법으로 처우 개선을 제시하면서 교섭 요구를 외면하는 것은 이중적이라는 지적이다.
31일 보건의료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대한의사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 등 의사단체들이 4차례에 걸친 노동기본권 교섭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고를 계기로 필수의료 문제 해법으로 수가 현실화 및 처우 개선을 제시하면서 노조의 교섭 요구를 무시하는 것은 이중적이라는 주장이다.
노조는 중소병원·의원 노동자들이 법정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저임금을 받고 있으며 초과근로·야간근로·휴일근로 등 법정 가산수당 역시 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이 같은 노동자들이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소진·탈진·이직으로 내몰리고 있으며 근로기준법·최저임금법·모성보호법·산업안전보건 등을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을 외면하면서 필수의료 수가가산, 중증환자 진료 행위 결과에 대한 면책, 필수의료 육성을 위한 법 제정 등만 요구하는 것은 이중행태라는 지적이다.
노조는 지난달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요양기관 근무 의사 평균임금은 2억3070만 원이라고 설명했다. 또 중소병원·의원 개원의의 연평균임금은 2억9428만 원으로 전체 의사 평균임금보다 높다고 강조했다.
반면 중소병원·의원 간호조무사 평균임금은 2803만 원, 작업치료사 3086만 원, 치과위생사 3110만 원, 물리치료사 3857만 원으로 평균임금보다 적다고 지적했다.
임금상승률 역시 의사들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5.2% 임금이 올랐지만, 중소병원·의원 노동자들은 법정 최저임금 수준만 받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노조는 7~8월 의협·치협·한의협·병협을 대상으로 4차례에 걸쳐 노동기본권교섭을 요구했지만 한 번도 성사되지 않았다고 규탄했다.
이에 노조는 추석 이후 5차 노동기본권교섭을 다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 이달부터 다음 달 6일까지 '300인 미만 중소병원·의원 노동자 삶의 질과 노동환경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9월 말 국회토론회와 10월 국정감사 대응 활동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노조는 "의사단체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선 목소리를 높이면서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철저히 외면하는 이중행태를 중단하고 노동기본권교섭에 성실히 참여해야 한다"며 "이들 단체는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정부 대책을 요구할 권리가 있지만, 열악한 노동조건에 방치된 중소병원·의원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할 사회적 책무도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