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경제팀 김승직 기자
계속되는 개원가 요구에도 코로나19와 독감을 한 번에 검사하는 콤보키트 도입이 지지부진해 현장 불만이 커지고 있다.
오는 겨울 코로나19와 독감이 섞인 트윈데믹이 예상되면서 개원가가 현장 혼란을 우려하고 있다. 환자가 폭증한 상황에서 두 번의 검사를 진행해야 해 업무 로딩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반면 정부는 상황을 낙관하고 있다. 개원가는 그동안의 경험으로 코로나19와 독감 증상을 구분할 수 있고 관련 진료 역시 원활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개원가에선 지금의 검사체계론 효율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반발이 나온다. 정부가 PCR 검사만 급여로 인정해 독감 환자의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독감은 48시간 이내에 치료제를 투여해야 하는데 PCR 검사는 결과가 나오기까지 1~2일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비 지원이 PCR 검사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환자들은 더 저렴한 검사를 택하기 마련이다.
치료제 투입이 시급한 고위험군 환자는 검사결과를 기다리다가 사태가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콤보키트 도입에 걸림돌이 있는 것도 아니다. 관련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이 이미 완료됐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는 총 15개의 콤보키트가 허가돼 유통·판매되고 있으며 청구도 가능하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의료급여 평가와 심사평가원 의료기술평가부 등재가 아직이어서 급여 인정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개원가는 정부가 재정적인 문제로 콤보키트 도입을 망설이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 정부 때 코로나19 방역에 많은 예산이 소모돼 이번 정부는 이를 틀어막을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실제 이번 정부는 자율방역 기조를 확실히 하며 다방면에서 관련 예산을 축소하고 있다.
자율방역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고 정부의 재정 건전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것엔 동의한다. 하지만 이를 환자의 선택권을 줄이는 방향으로 진행하는 것이 옳은지는 의문이다.
개원가의 콤보키트 도입 요구가 타당함에도 별다른 이유 없이 수용하지 않는 것은 재정적인 문제로 사회안전망이 느슨해지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십상이다.
더욱이 코로나19는 독감처럼 완화세가 있을 뿐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의료계 중론인 만큼, 보다 효율적인 검사법이 도입돼야 한다고 본다. 고열과 기침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두 번씩 코를 찔려야 하는 환자의 불편이 생각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