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경제팀 이창진 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건정심 등 정례적 회의를 제외하고 보건복지부와 의료 현안 논의가 사실상 스톱됐다. 필수의료 강화 방안 발표도 11월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의료단체 한 임원은 과거와 달라진 복지부 행태를 이 같이 지적했다.
복지부는 지난 5년 동안 의학적 비급여의 급여화 국정과제 달성을 위해 보장성 강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MRI와 초음파 급여 확대를 비롯해 의료단체, 관련 진료과 및 학회 등과 협의체를 구성해 의료계 설득에 공을 들였다.
정권 교체 이후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감사원과 기재부는 보장성 강화 정책에 투입한 건강보험 재정의 과다 사용을 지적하면서 진료비용 통제를 강하게 주문했다.
보장성 강화 방안에 반대한 의료계를 달래가며 급여 기준 완화와 재정을 투입한 복지부가 일순간 의료기관을 향해 재정 억제 채찍을 드는 모양새이다.
정책 당사자인 공무원들의 심정은 어떨까.
코로나 장기화로 중수본과 보건부서 업무를 겸임하며 힘들게 도출한 성과에 침묵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인 셈이다.
이 현상은 정권 5년마다 반복됐다. 진보와 보수의 정권 교체인 경우 강도가 심했다.
문제는 젊은 공무원들이다.
과장급 이상 오랜 기간 공직을 이어온 공무원들은 반복된 일상이나, 사무관과 주무관 등 5년차 내외 공무원들은 허탈감이 밀려올 수밖에 없다.
모든 보건의료 정책과 제도는 사무관 손끝에서 출발한다는 불문율이 무색한 실정이다.
복지부 전 공무원은 "정책 기획서 작성에 열정을 쏟은 공무원들 시대는 갔다. 실·국장은 승진과 자리보전을 위해 대통령실 눈치를 살피고, 사무관과 서기관은 주어진 업무만 수행하고 있다. 현 상황에서 젊은 공무원들에게 기획력과 추진력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무리가 있다"고 전했다.
해법은 조규홍 장관의 위기관리 능력에 있다.
필수의료를 포함한 국정과제 성과는 현장에 기반한 공무원들 의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복지부의 침체된 분위기를 쇄신하고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리더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국정감사가 종료된 만큼 진단과 처방은 빠르고 신속해야 한다. 기재부 출신이라는 조 장관의 꼬리표에 대한 해석도 현 상황을 방치할지, 치유할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