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에 6~7% 금리 부담…코로나19로 대출금 더 늘어
개원가 "우리도 소상공인인데…세액 감면·상환 유예해달라" 촉구
연일 고점을 갱신하는 대출금리에 개원가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수익성 개선이 요원한 상황에서 추가적인 지출로 이중고를 겪는 상황이다.
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이달 기준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3%에 도달했다. 이는 2012년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이다.
반년 전인 지난 4월만 해도 기준금리는 1.5%로 현재의 절반 수준이었다. 여기서 반년을 더 거슬러 올라간 2021년 8월 기준금리는 0.75%다. 2020년 금리 역시 이와 비슷한 수준이었는데 불과 1~2년 만에 기준금리가 3배 이상 인상된 셈이다. 이는 3년 전인 2019년 10월과 비교해도 2배 이상의 숫자다.
■금리 3배 올랐는데…"연말 추가 인상 가능성 있어"
금융업계는 이 같은 인상 폭의 원인으로 미국의 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 가계 부채 증가 등을 꼽고 있다. 한은의 연이은 인상 행보는 고물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꺾기 위한 극약처방이라는 분석이다.
더욱이 한은이 다음달 24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어 업계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연말에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며 "기존에는 0.5%포인트 인상이 유력했는데, 최근 강원도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가 터지면서 채권시장 자금경색 우려로 0.25% 인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준금리 특성상 시중은행도 이 같은 인상 폭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데, 이 때문에 개원가에선 신용대출 금리 역시 종전 대비 3배 가까이 인상됐다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개원의 가입 비중이 큰 시중은행 신용대출에는 평균적으로 연 6~7%의 금리가 적용되고 있다. 일부 전문직 신용대출은 연 4% 금리에 머무르고 있기는 하지만, 시중은행 신용대출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2%로 극소수였다.
더욱이 코로나19 여파로 환자 수가 급감하면서 병·의원 유지를 위해 추가적인 대출을 받은 개원의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한 개원의는 "전체적으로 상황이 어렵다. 가뜩이나 대부분 병·의원이 수억 원의 대출을 끼고 개원 하는데 코로나19 기간 동안 오히려 대출금이 늘어난 이들이 많을 것"이라며 "코로나19가 완화세라고 해도 의료기관은 다른 업종처럼 보복소비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수익성을 개선할 호재가 없는데 그렇다고 병원 규모를 줄이면 악순환이 심해질 것 같아 진퇴양난이다"라고 말했다.
■문제 특히 심각한 비호흡기 전문과목…"대책 없어"
코로나19 유행세 당시 재택치료나 신속항원검사 등에 참여하지 못한 비호흡기 전문과 문제는 더욱 심각했다.
당시 정부는 개원가 코로나19 대응 참여를 촉구하기 위해 재택치료, 신속항원검사 수가에 가산을 적용했다. 하지만 호흡기 감염병 특성상 비호흡기 전문과가 받을 수 있는 혜택은 적었다.
내과·이비인후과·소아청소년과 등 진료과목에서도 관련 수익이 그동안의 손해를 보전하는 것에 그쳤다는 반응이 나오는 상황이어서, 비호흡기 전문과의 어려움이 더욱 심화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정형외과·산부인과 등은 의원급이라고 해도 규모가 크고 중소병원 비중이 커 금리 인상으로 인한 운영비 상승이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한 비호흡기 전문과 원장은 "코로나19 개원가가 큰 돈을 번 줄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수익이 있었던 것은 일부 전문과 한정이고 큰 돈을 번 것은 그중에서도 극히 일부다"라며 "근 1년 간 환자가 거의 없는 수준이었는데 직원들 월급은 줘야하니 그동안 받은 대출만 수천만 원이다. 최근 환자가 다시 늘기는 했는데 빚 갚는데 급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원장은 "대출 뿐만 아니라 물가도, 임금도 계속 오르고 있어 삼중고가 따로 없다. 기대할 구석은 수가인상 뿐인데 내년도 인상률이 고작 2.1%다"라며 "더욱이 정부가 계속 의료비를 감축하는 기조여서 이렇다 할 대책이 있을까 싶다. 반쯤 포기 상태"라고 전했다.
코로나19 창궐시기가 높은 최저임금 인상률로 개원가 타격이 심했던 시기와 겹친 것도 어려움을 키우고 있다. 이번 사태가 최저임금 인상, 코로나19에 이은 연속적 악재라는 것.
실제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2018년 7530원으로 전년대비 16.4%인상된 것에 이어 2019년 8350원으로 10.9% 올랐다. 이로 인한 손해를 보전하기 전에 곧바로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문제가 심화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한 중소병원 원장은 "최저임금이 올랐을 당시 직원이 많거나 수술실을 운영하는 병원들이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병원 운영에 기존보다 수억 수천만 원이 더 들어가는 상황에서 코로나19가 온 것"이라며 "최저임금 여파가 남은 상황에서 코로나19가 터지고, 감염병이 잦아드니 금리가 높아지는 웃지 못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거세지는 원금상환 압박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있다. 현재 은행권은 금리 인상과 함께 대출 한도도 축소하고 있는데 그 여파가 기존 대출자에게도 미치고 있다는 것.
이와 관련 한 병원 원장은 "대부분 중소병원은 원금을 바로바로 갚기 어렵다. 개원 당시 받은 대출을 안고 가면서 이자만 갚는 식인데 본원도 10년 전 대출의 원금을 그대로 두고 이자만 갚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금리가 2~3배 올라 병원 운영에 엄청난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 최근까진 은행의 원금상환 압박도 거셌는데 다행이 내년까지 유예돼 한 숨 돌린 상황이다. 중소병원 수익률은 10%도 안 되는데 수가도 제자리다. 이걸 어떻게 감당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지원책에서 배제된 개원의들…"세액 감면·상환 유예 촉구"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계속해서 마련되기는 했지만, 그 대상이 소상공인에 한정돼 개원의들의 박탈감을 키우고 있다.
특히 개원가 반발이 큰 것은 2020년 시행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조세특례제한법'이다. 이는 중소기업의 법인 및 소득세액을 50~100% 감면해주는 제도로, 당초 2021년 종료 예정이었지만 2024년까지 연장됐다. 하지만 의원급 의료기관은 지원 대상에서 여전히 제외된 상황이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김동석 회장은 의원을 세액감면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현재 개원가는 기대되는 수익은 없는데 운영에서의 부담은 점점 더 커지는 상황이다. 지금처럼 가다가는 많은 의료기관이 폐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순간을 맞이할 것"이라며 "대한의사협회는 물론 개원가에서 세액 감면 대상에 의원을 포함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받아 들여지지 않는 상황이다. 이를 수용하는 것이 가장 우선적인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희망대출 등 소상공인에게 1~2% 수준의 저금리에 수천 만 원을 대출해주는 금융 지원도 마련되고 있지만 개원가에 해당 사항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더욱이 메디칼 네트워크론 등 기존의 금융 상품도 사라지는 추세여서 개원시장도 얼어붙은 상황이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 이태연 회장은 국가 차원에서 개원가 담보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국가기관의 보증으로 개원가 신용을 높여 이율을 떨어뜨리고 대출 한도를 높이거나 상환을 유예해주는 식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회장은 "현재 개원가에 대한 은행권 압박이 거세지는 이유는 담보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인데 관련해 아무런 지원이 없다. 적어도 국가기관이 보증으로 이를 높여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어려울 때 한시적으로라도 지원해주면 당장 이자와 원금상환에 허덕이는 개원가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