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검진 통보서에 골밀도 수치 등 표기토록 고시 개정 예정
"시스템 개발 후 내년 중 적용…검진 실효성 높이고 중복 검사 방지"
정부가 건강검진 과정에서 '골다공증'에 대한 결과를 수치와 검사 부위까지 보다 자세하게 기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계는 결과 기입에 행정적 낭비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달았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건강보험공단은 건강검진결과 통보서에 골밀도수치(T-score)와 검사부위를 표기토록 하는 내용을 담은 '건강검진 실시기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골밀도 검사결과는 장비마다 수치 표기 단위가 달라 '건강검진 결과통보서'에 ▲정상 ▲골감소증 ▲골다공증 중 한 곳에만 체크 하도록 해 안내하고 검사 값은 따로 표기하지 않고 있다.
건보공단은 "검사 값을 표기하면 검진 후 진료 시 골다공증 수치를 확인할 수 있어 검진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중복 검사를 방지할 수 있어 결과통보서 서식을 개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뀌는 서식에는 덱사(DEX) 장비 결과 값인 T-score 수치와 검사 부위를 표시해야 한다. 검사부위는 요추와 고관절, 기타로 나눠진다. 덱사 장비는 검진기관의 93% 이상이 쓰고 있으며, 해당 장비를 쓰지 않는 검진기관은 T-score 수치를 따로 입력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건보공단은 건강검진 결과통보서 개선을 위해 올해 상반기부터 대한골대사학회와 간담회를 갖고 국회 토론회도 여는 등 의학적 의견을 수렴해왔다. 지난 9월에는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등과 검토 과정을 거쳐 골밀도수치와 검사부위를 검진결과서에 표기토록 '건강검진 실시기준'을 개정하기로 했다.
건보공단 건강관리실 관계자는 "고시 예고부터 개정까지는 내년 1월안으로 가능하지만 개정된 고시에 적합한 프로그램 설계, 검진비 청구, 내외부 전산시스템 개발에 시간이 필요해 실제 현장에 본격적인 적용은 더 늦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건강검진을 하고 있는 의료계 역시 입력 과정에서 행정력 낭비만 크게 없으면 현장 적용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건강검진학회 임원인 한 내과 원장은 "현재는 프로그램이 단순 결과에만 체크할 수 있도록 돼 있는데, 구체적으로 수치와 부위를 입력토록 프로그램이 만들어진다면 클릭이 몇번 늘어나는 것 외에는 기존과 크게 다를 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건보공단은 검진결과지 사본을 수검자에게 직접 제공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검진결과 사본 제공은 국회에서 제기된 문제이기도 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종성 의원(국민의힘)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수검자가 골밀도 검사결과를 확인하고 즉시 의료기관의 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검진결과지 사본을 수검자에게 제공해야 한다"며 건보공단의 의견을 물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골다공증 무료 건강검진 확대를 비롯해 골절 위험군 지속 관리, 재골절 예방 프로그램 강화 등을 공약으로 내건바 있다. 대한골대사학회도 골다공증 관리 국가책임제를 주장하며 골다공증 약제의 급여확대, 만성질환 관리사업에 포함, 골다공증 검사 기회 확대 및 사후관리 강화 등을 제안했다.
건보공단은 국회 서면답변을 통해 "골밀도검사 결과지 사본이 제공되면 검진 실효성이 높아지고 추가적인 중복 검사를 방지할 것"이라면서도 "검사장비별 검사결과 내용은 의사 상담 없이는 수검자가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한계점을 밝혔다.
이어 "검진기관이 결과를 출력하도록 하면 인쇄 등 추가적인 행정비용이 발생하고 추가 민원이 제기될 수 있다"라며 "의료현장의 수용이 가능토록 관련 부처와 학회, 검진기관 등과 협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