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 자주 바뀌는데 알기 어려워…"유예기간 주고 급여비만 환수해야"
수법 다양해지는 손보사에 회원 민원 늘어…"대표 소송 및 법률 지원"
개원가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실사와 보험업계 보험금 거절 공세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대한의원협회는 협회 차원에서 관련 문제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20일 대한의원협회는 추계연수강좌 기자 간담회를 열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행정처분 확대를 문제로 지적하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에도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의원협회는 개원가에서 행정처분이 확대되고 있으며 이는 심평원의 태만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고시 등의 산정기준이 변경된 것을 인지하지 못했을 뿐인데 부당청구로 지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협회 실사 상담 서비스 이용 회원들로부터 이 같은 민원이 계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의원협회 유환욱 회장은 "상급병원은 행정 시스템이 갖춰져 있고 청구 관련 인력이 있어 청구기준이 신설·변경돼 부당청구가 발생해도 자체적인 해결이 가능하다"며 "하지만 의원급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의사가 혼자서 모든 보건복지부 고시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요양급여 기준이 복잡하고 변경도 빈번한 만큼, 심평원은 고시가 바뀐 후 일정 기간 동안 사후적으로 부당청구를 확인해 알려줄 책무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로 인한 불이익도 과하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부당청구인지 모른 채 같은 청구를 계속하다가 복지부 실사에서 부당청구가 발견되면 해당 청구금액 전부가 환수되고 최대 5배의 과징금이 부과된다는 설명이다. 이 경우 의료기관 매출이 아닌 약제비까지 배상해야 한다는 것.
이와 관련 의원협회 이동길 법제이사는 "실사로 인해 이런 불비익을 당한 의사들의 공통된 의견은 요양급여비 환수는 납득할 수 있지만 몇 배 과징금과 약제비 배상까지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라며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원협회는 관련 대책으로 고시 변경 후 3~5년의 유예기간 내지 계도기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 기간 내에 발생한 부당청구에 대해서는 요양급여비 환수 외의 불이익을 부가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다만 계도기간 중이라고 해도 심평원 심사에서 부당청구를 지적받아 삭감된 이후엔 과징금 및 약제비 배상을 부과할 수 있다고 전제했다.
이 법제이사는 "심평원의 부당청구 지적은 명백한 근거를 남긴 서면을 통해야 한다. 이는 과징금 처분 등의 적용기준이 되기 때문"이라며 "지금의 제안대로라면 심평원이 제 역할을 해야만 부당청구가 줄어드는 구조인 만큼 심평원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 회장은 "심평원은 정규직 임직원만 4000명 이상으로 연간 4627억 원의 정부지원을 받는 공공기관"이라며 "그럼에도 심평원의 업무 태만으로 의료기관에 부당한 불이익이 발생하는 것을 지켜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의원협회 제안으로 의사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해서는 "부당청구는 보통 허위청구로 거짓청구와 다른 개념이다. 거짓청구는 형법상 사기죄로 처벌받는 행위지만 부당청구는 기존에 정당했던 것이 고시 변경으로 부당해지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본 협회 제안으로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실사 상담 서비스도 강조했다. 의원협회는 2013년부터 관련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다빈도 상담 사례와 최근 새로 문제가 되는 사례를 분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관련 내용을 협회 연수강좌 등에서 발표하고 대비책을 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교육과 법률 상담, 소송 지원도 제공하고 있다.
실사로 인한 회원의 스트레스를 강조하며 관련 대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의원협회 좌훈정 보험부회장은 "비대면 조사라고 해서 가볍게 생각하거나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 불이익이 커질 수 있어 신중히 응대하는 것이 좋다"며 "특히 괴로움에 실사를 빨리 끝내고 싶어도 충분한 검토 없이 사실 확인서 등의 서류에 서명해서는 안 된다. 이 때문에 추후 법률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회를 잃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유 회장은 "실사 받는 것을 주변에 알리기 싫어 혼자 속앓이를 하거나 과도한 스트레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며 "동료 의사가 자신의 상황을 들어주고 공감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된다. 더는 혼자 고민하지 말고 언제든 본회 상담서비스의 문을 두드려달라"고 전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에 대한 반대 입장도 밝혔다. 또 실손보험사 횡포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우려하며 협회 차원의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손보사 관련 회원 민원이 늘어나고 있으며 환자를 기망해 위임장을 받아내는 등 그 수법이 지능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손보사가 의료기관에 각종 서류를 요구하고, 이를 근거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거나 심평원 민원을 제기하는 등의 문제가 생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관련 수법으로는 ▲급여인데 비급여 치료를 했다며 의료기관에 이를 인정하라는 공문을 보내는 것 ▲환자의 수술 전 사진을 요구하며 응하지 않을 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통보 ▲보험사가 의료기관에 실사를 나오겠다고 연락하는 식이었다.
의원협회는 이에 대응해 기존 협회 실사 상담팀이 실손보험 상담업무를 병행하도록 하는 등 체계적인 대응에 나선다고 밝혔다. 또 협회 차원에서 대응이 필요한 경우라면 법률 지원 및 대표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과 관련해서는 의료기관 자료를 심평원에 모아 삭감을 통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려난 속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유 회장은 "이미 키오스크나 스마트폰 앱 등을 통해 환자들이 간소하게 보험금을 청구하고 있고 많은 병원들이 이에 행정적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며 "재벌 보험사들의 잇속만을 위한 법안은 절대 반대한다"고 선언했다.
좌 보험부회장은 "올해 전반기 손보사 순이익이 사상 처음으로 2조 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는 보험사들이 마땅히 지불해야 할 의료비를 트집 잡아 거절한 사례가 많을 것"이라며 "이런 비윤리적 경영을 감독해야 할 국회·금융당국이 정작 국민의 불편과 손해를 외면하고 있다. 결국 그 피해자는 우리 국민이다"라고 지적했다.
의원협회는 보험업계가 의료기관이 환자의 실손보험 가입 여부를 묻는 것을 부도덕한 것으로 호도하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환자는 치료를 받기위해 보험료를 낸 것이고 여기에 실손보험을 이용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라는 설명이다. 오히려 보험사들이 가입자에게 먼저 실손보험 가입 사실을 알리라는 캠페인을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연수강좌와 이메일·문자 등 여러 수단을 이용해 손보사가 불법·탈법적으로 회원을 압박하는 사례를 공론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관련 피해를 입은 회원의 상담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