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토론회서 문제점 지적돼…정치권·경제계·가입자도 "동감"
"정부 일방적 결정은 시장경제 근간 훼손…자원배분도 왜곡해"
건강보험수가협상 제도개선을 위한 논의가 본격화했다. 공급자뿐만 아니라 정치권과 경제계, 가입자 역시 제도개선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14일 대한의사협회는 국회의원회관에서 건강보험 수가협상 제도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경희대학교 김양균 경영학과 교수는 발제를 통해 건강보험 수가협상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그는 내년부터 건보 재정 적자가 예상되며 2025년에는 적립금 고갈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이를 막기 위한 재정합리화 방안이 필요하며 특히 지출에 대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김 교수가 공개한 '연도별 전년대비 건강보험 수가인상률과 지출 및 보험료율, 건강보험 수입 증가 추이 자료'를 보면 수가는 연평균 2.2% 인상되는 반면 전체 건강보험 지출 증가는 7.9%로 약 1.6배 증가하고 있다.
또 2016년 이후 지출 증가율이 수익 증가율을 두 배 가까이 상회하고 있다. 2020년엔 코로나19 여파로 지출 증가율이 2.11%로 꺾였지만, 2021년 5.5%로 반등했다. 이 같은 추세를 고려하면 2022년 이후부터 급격한 지출 증가가 예상된다는 우려다.
김 교수는 수가가 전년대비 감소했음에도 오히려 지출이 증가한 해가 많았다는 것에 주목했다. 이는 보장성 강화가 수가인상보다 건보 재정에 주는 부담이 더 크다는 뜻이다. 특히 근 10년 중 2018년 지출 증가율이 13.71%로 가장 높았는데 이는 건보 보장성이 추가적으로 강화된 해다.
이와 관련 김 교수는 "건보 지출 증가를 예방하기 위해선 수가 통제보다는 진료량 증가를 억제할 방안이 필요하다"며 "진료량을 억제하려면 국민과 의료인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국민의 의료이용 행태의 변화와 의료제공자의 진료 형태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행 방식을 유지하면서 마련할 수 있는 대안과 법률개정을 통한 개선방안을 제안했다.
현행 방식을 유지하는 방식과 관련해선 기존 수가협상에서 사용되고 있는 SGR 모형 대신 이해하기 쉽고 예측력이 높은 지표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관련 지표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또는 공단 재정운영위원회와 협상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협상 요소와 관련해선 ▲이용량과 질 ▲정책 달성 과제 ▲가산제도 등 기타사항 ▲협상요소에 대한 범위와 요소를 강조하며 이 같은 대안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법률개정을 통한 개선방안과 관련해선 수가의 심의·의결과 계약협상의 기능을 분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원회가 수가를 심의·결정하는 방식은 소통에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미국 등 해외 사례를 조명하며 위원회가 제출한 수가인상률을 국회가 결정하는 방식도 유효하다고 봤다. 다만 이를 위해선 건보 재정을 기금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국회 결정 외에도 수가 인상률을 정하는 별도 기구를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김 교수는 "수가 인상율을 매년 결정하기보다 2년 단위로 중기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협상 결렬시 모든 의료공급자에 페널티를 주기보다 이상치를 만드는 공급자에 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협상 당사자도 기존 의협에서 대한개원의협의회로 변경하고 병원급은 상급·종합·요양 등으로 세분화하는 조치가 유의미할 것"이라며 "가산제도 등으로 의원급과 병원급의 수가가 역전되는 현상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협 조정호 보험이사는 수가계약제도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발제를 통해 현재의 수가계약제도가 불공정한 협상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협상의 사전적 의미를 강조하며 이는 상호 의견을 조율·협의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공급자단체는 공단이 제시한 최종인상율의 수용여부만 결정하고 있다는 것. 실제 조 보험이사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이후 수가 인상률은 공단 최종 제시안과 동일했다.
현재 수가협상에 사용되는 SGR 모형 역시 객관적 근거자료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운영위 밴드 결정현황을 보면 물가인상율 변동과 관계없이 재정현황이 2020년부터 계속해서 축소세기 때문이다.
조 보험이사는 "운영위에 공급자 위원이 참여하거나 그 기능을 축소해 공단에 실질적 협상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며 "물가인상률·최저임금 등 객관적 상황을 감안해 기본 밴딩 규모를 설정해야하며 위원회는 협상 전 관련 근거를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재기구 부재 및 건정심의 불공정 논의과정도 문제로 지적했다. 공단과의 수가협상이 결렬되면 건정심을 통한 심의·의결을 거쳐야하지만, 여기서도 공급자 측 입장이나 근거자료에 대한 논의과정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협상이 결렬돼도 공단이 최종 제시한 인상율로 결정되기는 마찬가지라는 것. 중재기구의 부재로 공단과 공급자단체의 입장차가 조율되지 않는 것도 문제로 꼽았다.
조 보험이사는 관련 대책으로 협상 결렬 시 중재기구를 통한 별도의 중재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중재기구가 공급자와 가입자가 동수로 추천한 보건의료전문가로 구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밴드가 늦게 결정되고 그마저도 공개되지 않아 공급자단체간의 눈치싸움이 발생하는 지금의 협상 방식도 개선돼야 한다"며 "밴드 규모는 최소 협상 전까지 결정하고 협상 기한을 준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협상 과정에서 논의의 장을 마련해 양측의 입장을 조율할 기회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바른사회시민회의 임금자 운영위원 역시 실질적인 수가 계약이 성사될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의 개정이 요구된다고 전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현재의 수가협상 시스템은 당사자 간 자율협상이라는 시장경제의 근간을 크게 훼손하고 자원배분을 왜곡시킨다는 지적이다.
임 운영위원은 "가능한 한 적절한 자원배분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해법을 찾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수가 외에 급여대상 항목·범위에 대해서도 공급자와 보험자가 협의하고 협상해 결정되는 구조로 변경할 것을 제안한다"며 "가입자들의 의료수요 우선순위를 반영하기 위해 의료 현장의 의견도 적극 반영해야 한다. 결렬 시 건정심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현 시스템도 개선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은 축사를 통해 "성공적인 협상 진행을 위해선 상호 동등한 입장에서 협상의 목표를 설정하고, 상대를 설득해 최종적으로 협상 타결에 이르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의료비용을 억제한다는 명목으로 물가상승률·최저임금 상승을 무시하고 일방적인 수가를 통보하는 형태로는 의료의 질 상승과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인과 의료기관이 국민을 위해 소신 있게 진료하고,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최소한 필요한 비용은 지급해야 한다"며 "이것이 결과적으로 국민을 위한 일이며 비용을 최소화하는 지름길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 역시 "국가 보건의료의 존립을 위해 의료인의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수가는 적정하게 보장돼야 한다"며 "현행 수가협상 제도는 최근 5년간 의료계 요청사항은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공단이 제시한 최종인상률과 동일하게 결정되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합리적인 수가 결정이 선행돼야 의료인이 적절하고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또 국민이 적절한 비용을 부담해야 건강이 증진되는 상생의 관계가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