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찬 학생(가천의대 예과 2학년)
3년 전 캘리포니아 대학교-버클리 캠퍼스 재학 중 가장 즐거웠던 기억은 연구도, 동아리 활동도 아닌 다양한 문화의 체험과 교류였다. 인종의 용광로(melting pot)라는 별명을 가진 미국에서는 파키스탄, 영국, 이란 등 다양한 국가에서 온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고 활동할 수 있었다.
시간은 흘러 이제 필자는 모국인 대한민국에서 의학을 공부한다. 의사가 되기 위해 과감히 미국에서 화학 공부를 포기한 만큼 후회는 일절 없지만 가끔 미국의 다양성이 그리울 때가 있다. 단일민족 국가인 한국에서는 국제 교류의 기회가 적어서, 돌이켜보면 다른 문화에 대해 배울 수 있었던 경험이 얼마나 소중하고 값진 기회인지 알 수 있다. 특히나 의대생의 경우, 본과의 살인적인 공부량 덕분에 국제 교류를 신경 쓸 겨를조차 없다.
따라서 비교적 한가한 2년의 예과 시절 동안 나는 최대한 많이 국제 교류 대회와 공모전 등에 참가했다. 필자처럼 국제 교류에 관심있는 의대생을 위해 이 중 몇몇을 소개하려 한다.
1. 환태평양 보건사례 공모전(APRU Global Health Case Competition)
환태평양 보건사례 공모전은 UC 버클리,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 서울대학교, 푸단대학 등 19개 국가의 명문대들이 구성하고 있는 환태평양 대학연합(Association of Pacific-Rim Universities)에서 주관하는 대회다. 매년 4월에서 6월 사이에 열리는 이 대회의 주제는 환태평양 국가의 보건 향상이다. 올해는 취약 국가인 피지의 판데믹 대응 능력을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는지 계획을 짰어야 했다.
2. 아시아 의대생 컨퍼런스(AMSC)
아시아 의대생 연합(Asia Medical Students’ Association)에서 주관하는 아시아 의대생 컨퍼런스(Asia Medical Students Conference)는 매년 여름마다 진행된다. 아시아 의대생 컨퍼런스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인도 등 십수 개 아시아 국가 출신 의대생들이 함께 모여 공중보건 같이 현대 의료에 있어 중요한 주제에 대해 토론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올해 여름, 5년 만에 대한민국에서 개최되었으며 주제는 원격의료의 장단점이었다. 해외 의대생들과 함께 원격의료 어플을 디자인하고, 첫날과 마지막날 연극과 무용을 통해 서로의 문화를 나눌 수 있었던 점이 정말 값진 경험이었다.
3. 아시안 사이언스 캠프(ASC)
아시안 사이언스 캠프(Asian Science Camp)는 International Board of Asian Science Camp(IBASC)에서 주관하는 국제 캠프다. 매 여름, 일주일간 진행되는 이 캠프는 기초 과학에 흥미가 높은 아시아 고등학생과 대학생을 위해 노벨상 수상자들과 아시아의 최고 연구자들과의 자유로운 학술토론의 장을 제공한다.
코로나19로 인해 3년만에 대전 기초과학연구원에서 개최된 올해 ASC에서 사이클린을 발견한 2001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팀 헌트 교수님, RNA 연구의 권위자 김빛내리 교수님, 그리고 성상세포를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으로 지목하신 이창준 교수님을 만날 수 있었다. 아시아 의대생 컨퍼런스와 마찬가지로 마지막날 문화 공연을 하며 즐겁게 서로의 문화를 교류했다.
비록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 교류의 기회는 미국과는 달리 대부분 아시아 지역에 한정되어 있지만 그래도 타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이 글을 읽는 의대생들도 본과 동안 쉽게 경험할 수 없는 국제 교류를 예과 때 최대한 많이 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