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들병원 정성관 이사장 "아동학대·학생검진 사회적 역할 필요"
소청과 선택 젊은 의사들 판로 시급…"새해 소망 안정적 병원 운영"
"젊은 의사들에게 소아청소년과 매력은 이미 상실됐습니다. 획기적인 수가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아동 복지 분야로 소아청소년과 영역을 확장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합니다."
우리아이들병원 정성관 이사장(고려의대 2005년 졸업,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은 소아청소년과 위기 상황에 대한 해법을 이 같이 밝혔다.
우리아이들의료재단 소속 구로와 성북 우리아이들병원 2곳은 2021년 보건복지부로부터 소아청소년과 유일한 전문병원으로 지정을 받았다.
소아청소년과는 전공의 지원율 급감으로 최대 위기를 막고 있다. 2019년 지원율 101%에서 2020년 78.5%, 2021년 38.2%, 2022년 28.1%, 2023년(전기) 16.3% 등 최근 4년간 추락을 거듭했다.
정성관 이사장은 "수년간 지속된 전공의 지원율 감소와 대학병원 교수들 사직 등 소아청소년과는 현재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며 "진료과 선택에서 내과와 경쟁하던 상황은 옛 말이 됐다"고 전했다.
그는 "10%대 전공의 지원율은 대학병원 교수들의 업무부담 증가와 전문의 수 감소 그리고 종합병원과 병원, 의원 등 소아 진료체계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며 "소아청소년과 임상교수와 봉직의들이 소아내분비와 피부미용 등 비급여 분야로 개원한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 소청과 위기 저출산·저수가 만의 문제 아니다 "적정보상 없는 콧물 빼는 현실 직시"
일반적으로 소아청소년과 추락 주된 원인을 저출산 여파로 진단하고 있지만 정 이사장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단순히 저출산과 저수가 만의 문제가 아니다. 젊은 의사들에게 소아청소년과가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합당한 보상도 없는 수가체계에서 진료실에 앉아 아이들 콧물 빼기에 연연하는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소아청소년과 생존전략은 무엇일까.
보건의료와 복지 투 트랙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정 이사장은 "의료수가 개선을 기본으로 젊은 의사들에게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수가 문제는 상대가치체계의 총점고정 원칙으로 전문과 간 이해가 얽혀있어 파격적인 개선을 기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소아청소년과의 사회적 역할을 들여다봐야 할 때"라며 "보건의료 정책에 국한된 요구사항을 넘어 아동학대 예방 및 초중고 학생 건강검진 등 복지부 외에 교육부로 소아청소년과 영역을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파격적 수가개선 진료과 이해관계로 어려워 "아동복지 부처로 영역 확장해야"
정 이사장의 주장은 다소 생뚱 맞을 수 있다.
그의 소신은 소아청소년과 희망을 봤기 때문이다. 고려의대 학생 실습 기관인 우리아이들병원은 이미 실습 정원을 채운 상태이다.
정 이사장은 "구로와 성북 우리아이들병원 의대생 실습교육 8명을 신청했는데 정원을 모두 채웠다. 일부 학생은 개인 메일을 통해 실습하고 싶다고 요청을 해 교육 정원을 늘렸다. 위기상황을 아는 의대생들이 실습 교육을 자청하는 것을 보면서 소아청소년과에 아직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다. 선배 의사들이 이들을 위한 비전과 판로를 제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우리아이들병원 올해 경영 전략은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위한 최상의 진료환경 구축이다.
구로와 성북 각 13명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근무에도 불구하고 전문의 추가 채용 등 과감한 투자를 택했다.
평일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이어지는 야간 진료와 휴일 진료, 명절 진료 그리고 병동 당직 등 의사들의 피로도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이다.
정 이사장은 "대학병원도 소아응급실을 중단하거나 축소 운영하는 상황에서 전문병원에서 야간진료를 지속할 필요가 있느냐는 근무 의사들의 문제 제기가 있었다. 의사들의 지적은 충분히 이해한다. 우리아이들병원을 믿고 찾은 부모들의 심정을 생각해 전문의 추가 채용을 통해 진료 부담을 줄여 나갈 방침이다. 병동 당직 업무 지원을 위해 정맥 주사 간호사도 추가 채용했다"고 말했다.
경영자로서 소아청소년과 위기에 따른 병원 운영 부담감 역시 적지 않다.
■ 야간진료 부담 완화 전문의 채용 등 과감한 투자 "초심 잃지 않고 목소리 내겠다"
정 이사장은 "직원들 급여 날이 다가오면 머리가 지끈거린다. 인건비 비중은 늘어나고 입원환자 식자재까지 인상됐는데 전문병원 의료질평가지원금과 관리료 수가는 전년대비 40원 인상에 그쳤다"고 전했다.
그의 새해 소망은 안정적 병원 운영이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인 그는 "중소병원장을 만나면 소아청소년과 힘든 상황인데 진료는 놓고 경영에만 집중하라는 말을 자주 듣고 있다"며 "제가 진료를 하는 이유는 의사로서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함이다. 경영에만 몰두하면 의료진과 행정직원 등의 실질적인 어려움을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성관 이사장은 "그동안 병원협회를 비롯해 전문병원, 아동병원 임원으로 적응하기 바빴다면 올해부터 소아청소년과 대표 병원으로 정책적 목소리를 내겠다"며 "소아청소년과 모든 의료기관이 안정적 운영을 할 수 있도록 일조하겠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