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주장은 어불성설"…필수·공공의료 유인책 강조
기피현상 해결 강조…"의사만 늘리면 의료비 폭증"
최근 한 시민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나라 의료취약지 문제가 심각하다고 밝히자 대한의사협회가 이 같은 주장은 근거 없는 비약적 결론이라고 반박했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최근 지역 의료격차 실태발표 및 개선 관련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인천·전남·경북을 최악의 의료취약지로 평가했다. 해당 지역은 국립의과대학 및 부속병원이 없어 적정 공공의료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함께 치료 가능 사망률이 평균을 초과한 지역으로 충북·인천·강원·전남·경북을 꼽았으며 전남·충남·충북·경북·경남은 의사 수가 평균 미만이라고 밝혔다. 광주·대전·울산·세종·강원·인천은 공공병원 설치율이 평균 미만이었다.
이에 의협은 우리나라의 급격한 출산율 감소와 의사 수 증가 상황을 조명하며 의사 공급 과잉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실제 통계청이 지난해 9월 발표한 '2021년 장래인구추계를 반영한 세계와 한국의 인구현황 및 전망'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는 2022년 5200만 명에서 2070년 3800만 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보건복지부 보건복지통계연보를 보면 2020년 우리나라 면허 의사 수는 13만여 명에 이르며 의사 1인당 국민 수는 2009년 641명에서 2020년 480명으로 감소세다. 우리나라의 인구대비 의사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것.
또 OECD 건강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민 1인당 외래 진료 횟수'는 연간 14.7회로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기대수명, 주요 질병별 사망률, 영아사망률' 등 주요지표도 OECD 평균보다 높은 수치를 보이는 등, 의료서비스 및 의료접근성이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에서 의사가 부족하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경실련이 의사 부족 근거로 내세운 '치료가능사망률' 통계자료는 자의적 해석이라고 꼬집었다. 2021년 OECD 건강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치료가능사망률은 42명으로 2019년 통계가 보고된 OECD 32개국 중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특히 인구 1000만 명 이상 OECD 국가 중에서는 가장 낮다.
또 우리나라 광역시도별 치료가능사망률을 보면 전국 평균이 41.83명이며 서울이 36.36명으로 가장 낮고 충북이 46.95명으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 치료가능사망률이 가장 높은 충북 역시 OECD 국가들과 비교하면 5위 수준으로 우리나라 의료서비스 질 지표는 전반적으로 매우 뛰어나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의협은 "경실련에서 예를 들고 있는 지방의료기관 구인난의 근본적인 이유는 의사 수 부족 때문이 아니라, 의사가 지방에서 근무할 환경과 여건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진짜 문제는 의사 수 부족이 아니라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의사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협은 필수의료 의사가 감소하는 원인으로 저수가, 의료사고 책임 문제, 열악한 근무환경 등 지원책 부재를 꼽았다.
이런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 무리하게 의사 수를 늘릴 경우, 필수의료 및 지방 기피 문제가 여전한 상황에서 국민의료비만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다.
의협은 의사 증원에 앞서 의료취약지역 및 기피분야에 각종 인프라 구축하고 충분한 보상·처우개선을 제공해 유인기전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를 위한 국가의 강력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의료분쟁특례법 제정 ▲전공의 및 전문의를 포함한 필수·공공의료 분야 인력에 대한 지원 강화 ▲필수·공공의료 인력의 근무환경 개선 ▲전폭적인 재정 투입을 통한 필수·공공의료 분야의 수가 인상 및 공공정책수가 신설 등 다각적인 지원 강화를 강조했다.
의협은 "필수·공공의료 분야를 담당하는 의사들이 다른 걱정 없이 오로지 환자진료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국가가 나서서 안정적인 의료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며 "근본적 이유를 간과하고 단순히 총 의사 수를 늘린다거나 공공의대를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은 단편적이고 무책임한 방안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의협과 복지부는 9·4 의정합의를 통해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정협의체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며 "이를 준수해 향후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정부와 신중한 논의를 거쳐, 중·장기적이고 합리적인 의사인력 수급정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