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코박터 감염 진단에 필요한 약제는 비급여 비용을 받을 수 없는가
우리 국민건강보험법은 약제에 관하여, 보건복지부장관이 결정하여 고시한 것을 요양급여의 대상으로 인정하고 있다. 즉, 허가된 의약품 중 보건복지부 장관이 급여 대상으로 고시한 것은 급여, 그렇지 않은 것은 비급여로 간단히 구분할 수 있다(국민건강보험법 제41조 제2항, 약제 급여 목록 및 급여 상한금액표).
그런데 일선 의료기관에서 검사와 관련한 진료비를 청구할 때, 특정 약제가 비급여로 돈을 받아도 되는 것인지, 그래서는 안되는 것인지 혼동되는 경우가 있다. 보건복지부 고시 「건강보험 행위 급여·비급여 목록표 및 급여 상대가치점수」에는 “검사에 사용된 약제 및 재료대(제1회용 주사침 및 주사기 포함)는 소정점수에 포함되므로 별도산정하지 아니한다.”라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헬리코박터 감염 진단(보험분류번호 : 누 589라 [Urea Breath Test; UBT])에 보조 수단으로 사용하는 '헬리캡캡슐(Helicap Cap)'을 들 수 있다. 유사한 용도로 사용되는 '유비트정100mg'의 경우, 급여구분에 명백히 '산정불가'라고 표시되어 있는 반면에, 헬리캡캡슐은 약학정보원 데이터베이스에 '비급여'로 표시될 뿐, 급여, 약가 산정 관련 정보를 전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즉, 헬리캡캡슐의 구매 가격은 앞서 살펴 본 「건강보험 행위 급여·비급여 목록표 및 급여 상대가치점수」에 따라, 검사 비용에 포함되므로 별도 산정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고 해석할 여지도 있고, 약학정보원에 표시된 대로 “비급여”로 보고 환자들로부터 그 비용을 따로 받을 수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이에 관해 전문가들도 상반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의료기관의 입장에서는 헬리캡캡슐을 직접 구매하여 환자에게 투여하면서 환자에게 비급여 약제비용으로 청구할 수 없다면 그에 상응하는 손해가 발생하리라는 점은 자명하다. 검사 수가가 약제를 커버할 정도로 넉넉하게 책정되어 있지 않은 이상 말이다.
법령의 해석론
국민건강보험법 및 제반 법령에 따르면, 의약품 등 제조업자가 요양급여대상 여부에 관한 신청을 할 경우, 해당 의약품은 급여, 비급여로 구분될 수 있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약제의 원가가 검사 비용의 상대가치점수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아 '산정불가'로 구분되기도 한다(유비트정100mg이 이에 해당한다). 반면에 의약품 등 제조업자가 건강보험 요양급여대상 여부에 관한 신청을 하지 않을 경우, 해당 의약품은 자연스럽게 “비급여”로 분류되는 것으로 해석된다(국민건강보험법 제41조의3 제2항). 헬리캡캡슐은 후자에 해당한다.
또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검사 행위에 관한 상대가치점수를 산정할 때 각, 행위별로 투입되는 원가를 조사해서 산정할 것인데, 요양급여대상 여부를 신청하지도 않은 의약품의 원가를 상대가치점수에 포함시켰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렇다면 약제의 가격은 별도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미 “산정불가”로 표시된 유비트정100mg과 효능·효과 및 성분이 상이하다는 점 또한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구분 | 유비트정100mg Ubit Tab. 100mg | 헬리파인더캡슐 (13C-요소) | 헬리캡캡슐 Helicap Cap |
효능·효과 | 헬리코박터 파이로리의 감염진단 | 위장내 H. pylori 감염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위의 요소분해효소(gastric urease) 검사 | |
용법·용량 | 요소(^(13)C)로서 100mg (1정)을 공복시에 경구투여 | 동봉된 캅셀제를 물 약 50mL와 함께 복용 | 물과 함께 이 약 1 캡슐을 복용 |
ATC 코드 | V04CX05 : 13C-UREA | V04CX :OTHER DIAGNOSTIC AGENTS | |
식약처분류 | 면역혈청학적 검사용 시약 (725) | 방사성 의약품 (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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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분 | Urea(13C) 우레아(13C) 100mg | 13C-요소 | Urea(14C) 우레아(14C) 1μCi |
급여정보 | 678400270 - 삭제(2015-07-01) 649900380 - 원/1정 산정불가(2017-02-01) | 비급여 |
이처럼, 현장에서의 필요성, 법령과 각 고시의 내용을 경험칙에 따라 해석하면, 헬리캡캡슐과 같이 요양급여대상 여부에 관한 신청을 하지 않은 “비급여” 항목의 경우에는 검사비와 별도의 약제비를 청구할 수 있다는 결론이 일응 타당해 보인다.
문제점
문제는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관한 명백한 유권해석이나 판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런 내용을 국민신문고 등에 질의해봐야 돌아오는 대답은 뻔한 법령의 나열에 불과할 것이다.
그렇게 때문에, 의료기관이 이 약제의 가액을 환자로부터 비급여로 섣불리 징수했다가는, 부당이득환수결정을 받을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다. 이에 실무에서는 유비트정을 사용할 수 있는 경우에 최대한 사용하고, 부득이한 경우에만 헬리캡캡슐을 사용하는 등 궁여지책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신 있는 진료에 차질을 빗고 있는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헬리코박터 감염 진단에 보조로 사용하는 약제에 관해서만 다루었으나, “비급여”로 진료비를 받을 수 있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해석상 혼선을 빗는 항목이 꽤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의사의 진료 방법에 대한 선택권 보장은 국민의 건강과도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보다 명확한 행정규칙 제정, 유권해석 등을 통해 해결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