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예지 학생(차의학전문대학원 본과 3학년)
난임은 생물학적으로 임신이 충분히 가능한 상태이지만 1년 정도 임신 시도를 했음에도 성공하지 못한 경우로 정의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난임 여성 환자수가 65.1%이며 연령대별 환자수는 20대 12.3%, 30대 72.6%, 40대 17%로 나타났다. 여성 난임은 자궁질환이나 배란장애, 난관 요인, 자궁 요인, 난소 기능 저하 등이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초혼 연령 증가와 임신 및 출산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 이에따라 여성의 다양한 난임 원인 중 난소 기능 저하가 주요 요인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시•구청 및 읍•면사무소에 신고된 평균 초혼 연령은 남자 33.4세, 여자 31.1세로 재작년보다 각각 0.1세, 0.3세씩 높아졌다. 일반적으로 여성 난소 기능은 만 25세부터 서서히 저하되며 35세가 넘으면서 난소 기능과 난자 수 감소가 급격히 진행되고, 난자 염색체 이상도 증가한다.
난소 노화와 더불어 자궁내막증 환자의 증가 또한 난임의 중요 요인으로 꼽힌다. 자궁내막증이란 자궁내막의 선(gland)조직과 기질(stroma)이 자궁이 아닌 다른 부위의 조직에 부착해 증식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복적인 만성 골반 동통, 월경통 등 증상을 보이므로 조기 진단 및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자궁내막증은 가임기 여성 10명 중 1명이 겪고 있으며, 난임 여성의 30~40%가 이 질환에 노출돼 있다. 심평원에 따르면 자궁내막증 환자가 2017년 11만 명에서 2021년 18만 명으로 꾸준히 늘었고, 2·30대 환자 비율은 38%를 차지하고 있다. 자궁내막증 환자는 난소 기능뿐만 아니라 질도 떨어진다. 수술을 시행하면 난소 기능이 더 떨어질 수 있으므로 수술하기 전에 난자 동결 등 가임력 보존 치료가 필요하다. 시간적 제약으로 난자ㆍ배아 동결이 불가능한 암 환자라면 난소를 동결했다가 이식하는 방법도 있다. 임신계획이 있는 여성이라면 가임력 보존 시술은 초혼 및 출산 연령이 증가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다.
실제로 최근 방송 및 매체를 통해 난자동결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하면서 미혼 여성의 난자동결 및 보관 시술은 증가되고 있는 추세이다. 차병원 난자은행 통계에 따르면, 2021년 난자 동결 보관 시술 건수는 1194건으로, 2020년 574건의 2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2011년에는 10건 미만이었던 것이 2015년 71건, 2017년 292건을 2018년 546건으로 꾸준히 증가했고 전국으로 확대하면 증가폭은 훨씬 높을 것으로 예측된다.
그렇다면 언제 난자동결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 기저질환이 없는 38세 미만이라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난자 동결을 하는 것이 좋다. 미국 뉴욕 대학 난임 치료 센터(Fertility Center)의 제임스 그리포 박사 연구팀에 따르면 젊었을 때 난자를 동결 보존했거나 동결 보존된 난자 수가 많을 경우는 출산 성공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그러나 가임력은 나이뿐만 아니라 난소의 상태와 기저질환에 따라 개인차가 크므로 난자 동결을 고민하고 있다면 산부인과를 방문해 정확한 검사와 충분한 상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난자동결시술 비용은 병원마다 차이가 있으나 300만~400만원 선이며 보존비용은 연단위로 별도 산정된다. 국민건강보험 급여 항목이 아니기 때문에 시술받는 이가 비용의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1명의 아기를 안정적으로 출산하기 위해 약 15개의 난자가 필요한 것으로 보는데, 개인의 난소 기능에 따라 한 주기에 얻을 수 있는 난자 수가 다를 수 있다. 따라서 난자동결시술이 1회로 끝나지 않고 전체 시술 횟수가 늘어날 수 있다.
난임 치료인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아기 시술을 하더라도 여성의 나이가 많아질수록 성공률은 점차 낮아진다. 따라서 건강한 아이를 출산하기 위해서는 후향적으로 난임 치료를 받기 보다는 전향적으로 질 좋은 난자를 동결해야 한다. 현재 난임 부부에게 시술비를 지원하는 것과 달리 미혼여성의 난자 동결 시술에는 어떠한 경제적 지원도 없는 상태다. 출산 계획이 있더라도 난자동결시술 비용은 젊은 사회초년생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저출산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가임력 보존법도 급여기준으로 포함하는 확대 개선방안이 필요하다.
정부의 제도적 지원 강화를 위해서는 동결 난자의 실제 임신 활용 시도 및 연령대 분석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연령과 지원 기간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세워야 할 것이다. 막대한 출산장려금 지원 정책으로 임신을 원하지 않는 여성들을 회유하는 방법도 좋지만 임신을 원하는 여성들에게 시술 비용 지원을 한다면, 훨씬 확실하고 효과적으로 출산율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효과는 해가 갈수록 높아 질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