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부작용 호소했는데 또다시 같은 성분 처방 손해배상 결론

발행날짜: 2023-02-28 05:30:00
  • 이름만 다른 같은 성분의 소염진통제 처방해 피부병 유발
    병원도 시스템 미비 인정…의료중재원 "투약 오류" 지적

의료분쟁은 처음이지? -의료분쟁 조정중재 이야기-

의료현장에서 벌어지는 예기치 못하는 의료사고. 이에 따른 분쟁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도 모를 의료사고, 그리고 분쟁에 현명한 대응책을 찾을 수 있도록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도움을 받아 '의료분쟁 조정중재' 사례를 소개하는 창을 마련했다.

특정 성분의 약을 복용한 후 부작용이 발생한 50대 남성 환자. 병원은 약 이름만 다른 같은 성분의 약을 또다시 처방했고, 해당 환자는 또다시 약 복용에 따른 부작용을 겪어야 했다. 병원 시스템이 정교하지 못했던 탓이었다.

환자 측은 한국의료분쟁조정위원회의 문을 두드렸다. 병원 측은 시스템의 미비로 분쟁에 휘말리게 됐고, 손해배상액으로 300만원을 환자에게 지급하고 나서야 일은 마무리됐다.

50대 남성 환자 A씨는 2020년 11월과 이듬해 7월 B병원 정형외과에서 소염진통제 비모보정500/20mg(나프록센, 에소메프라졸)을 처방했다.

문제는 A씨가 해당 성분의 약을 먹고 부작용을 겪은 것. 성기에 물집에 생겨 B병원 피부과에서 '고정약물발진' 진단을 받았다. 고정약물발진은 특정 약만 먹으면 피부에, 그것도 같은 자리에 발진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A씨는 지난해 7월, 왼쪽 발목 통증으로 B병원 정형외과를 다시 찾았다. 의사는 발목 염좌 진단을 내리고 소염진통제 낙센에스정(나프록센, 에소메프라졸)을 처방했다. 앞선 비모보정과 이름만 다를 뿐 같은 성분의 약이다.

자료사진. 50대 남성 환자는 특정 성분의 약을 먹고 부작용을 겪었는데, 의료진은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상품명만 다른 동일성분의 약을 또 처방했다.

결국 A씨는 성기 발진과 충혈로 B병원 피부과를 또 찾아야만 했다. 이후 알레르기 원인 약물의 같은 성분 복용이 확인돼 알레르기에 대한 약물치료를 받았다.

A씨는 "중대한 투약 상 과실임에도 의사의 사과조차 받지 못했다"라며 의료중재원을 찾았다. 치료비, 휴업손해, 일실이익, 위자료 등을 반영해 손해배상금으로 500만원을 요구했다.

그는 "과거 비모보정에 대한 이상반응으로 알레르기 금지약물로 지정돼 전산 시스템에서 경고 표시가 나타남에도 의사는 같은 성분의 약을 처방했다"라며 "약사도 조제 시 확인 가능한 경고 표시를 무시해 같은 성분의 약을 투약했다. 이후 중요 부위에 궤양 등 부작용이 발생해 목욕도 하지 못하며 3주간 고생했고 흉터도 남았다"라고 호소했다.

병원 측도 시스템의 부실함을 인정했다. A씨의 경우 비모보정 이상 반응은 병원 정보시스템에 알레르기 등록이 돼 있어 처방을 위해 처방창을 열면 1차적으로 경고 창이 뜬다. 이후 비모보정을 처방하려고 하면 2차 경고 창이 나타나도록 시스템화돼 있었다. 같은 성분이라도 다른 약품명을 처방하면 2차 경고 창이 뜨지 않았다.

병원 측은 "조제과에서는 진료 시 환자 문진을 통해 약물 이상 반응이 반영돼 처방됐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경고창에서 성분명 안내가 이뤄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했다. 앞으로 약품 선택 및 조제 과정에서 좀 더 세심한 확인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중재원 또한 "B병원에서 약물 발진을 유발하는 약 성분에 대한 인지가 있었지만 같은 성분, 상품명이 다른 약물이 처방됐기 때문에 투약오류에 해당한다"며 중재를 시도했지만 양 측은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의료중재원이 손해배상액으로 제시한 300만원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의료중재원은 "환자의 약물발진 양상은 고정약물발진 형태로 다행히도 중증 약물발진 양상은 아니라서 치료를 시행하면 큰 후유증 없이 호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B병원도 같은 종류의 투약오류를 개선하기 위한 질 향상 활동을 해 성분명으로 경고 창이 뜨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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