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학술팀 황병우 기자
최근 충북대병원이 인력공백 문제로 3월부터 산부인과 야간진료 중 일부를 못하게 됐다고 발표했다.
사직 등이 겹치며 한정된 인력 안에서 당직 공백을 메우기엔 한계에 봉착했다는 게 충북대병원의 설명.
충북대 병원이 공백을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립대 병원 중 처음으로 산부인과 야간진료 중 일부를 못하게 됐지만 똑같은 상황이 다른 지역에서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실제 최근 몇 년 사이 소아청소년과 뿐만 아니라 산부인과 역시 기피과 대열에 합류하면서 주요 지방 거점 의대에서도 산부인과 지원율이 0명을 기록하면서 공백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자가 최근 지방 상급종합병원 병원장들과 인터뷰를 통해서 느낀 점은 지방 병원들이 수도권 병원과의 경쟁으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 환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노후 된 병원을 리모델링하고 신규 장비를 도입하는 투자를 하고 있지만 이외에도 인력확보 경쟁도 맞물리면서 내실을 다지기 위한 인력에 대한 고민은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병원 내 인력문제는 소위 내외산소로 불리는 필수진료과 그중 최근에는 소청과 등이 부각되고 있지만 이외에도 신경과, 뇌신경외과 등 다른 과에서도 현실적으로 의사가 많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개인적으로 SNS를 통해 한 대학병원 교수가 내분비내과 지원 감소에 대한 우려를 토로하는 모습을 확인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들이 맞물려 충북대 병원의 사례에서 보듯이 사명감으로 시니어급 교수까지 당직을 서고 있지만 '사명감' 만으로는 한계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현장의 시각이다.
현재 기피과 문제와 관련해 의대정원에 대한 문제가 최근 몇 년간 끊임없이 나오고 있지만 카이스트, 포스텍 등의 대학과 연계된 의사과학자 양성이 같이 언급되는 상황에서 필수진료 붕괴를 막기 위한 본질적인 논의인지는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는 생각이다.
완전한 해결책이 될 수는 없지만 현장에서는 의대 정원을 늘리고 수가를 인상하기 보다는 고위험, 고된 업무, 낮은 수가로 기피하는 진료과의 의료인들에 대한 적절한 지원, 보상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OECD 기준 의사수가 적다 많다 등의 기준을 들이밀지 않더라도 단순하게 계산해 봤을 때 의대정원을 늘린다 하더라도 의대 6년, 인턴 1년, 전공의 수련 4년 등 지금 당장 시작해도 인력양성에 최소 11년이 걸리게 된다.
지방 필수진료과 붕괴가 가속화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의대정원 확대가 과연 본질적인 해결책인지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국내 의료가 선진화되고 초고령사회로 넘어가면서 필수의료에 대한 정의를 지금보다 폭넓게 바라봐야 한다는 제언도 현장에서는 꾸준히 나오고 있다. 중증질환과 관련해 자주 쓰이는 표현이 '골든타임'이다.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필수진료 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골든타임을 잡을 수 있는 현실적인 논의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