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의연 18일 의협대강당서 PA 현황 및 합법화 문제 조명 토론회 개최
"의사 인력 이탈 부추겨 필수의료 붕괴 가속…원론적으로 접근해야"
간호법 여파로 진료보조인력(PA)에 대한 의료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당 법안으로 간호사가 의료법에서 분리되면 정부·의료계 입장과 상관없이, 전문간호사 제도를 통해 PA 합법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20일 국회 본회의 일정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의료계에서 간호법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PA 문제로까지 그 여파가 확대되고 있는데 의사의 지도하에 진료·처방업무를 수행하는 해당 인력에 독립적인 지위가 부여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지난 18일 제1회 토론 및 주제발표회를 열고 PA 합법화, 의대정원 증원 찬반 논란과 이에 대한 올바른 방향 및 대책을 논의했다.
바의연 정재현 기획조정실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PA 의료행위의 문제점 및 PA제도 합법화 이후 파장을 발표했다.
그는 대한민국 PA 현황과 관련해 그 숫자가 매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2010년 1009명에 불과했던 PA는 매년 200~500명 증가해 지난 2021년 5619명으로 늘어났다.
구체적으로 보면 이중 99.8%가 2~3차 병원 소속이었으며 진료과로 보면 내과계 PA 비중이 더 두드러졌다. 다만 외과계 PA는 지난 10년 간 10배 가까이 늘어나는 등 큰 증가폭을 보였으며 최근에는 비뇨의학과·성형외과 증가율도 높아졌다.
정 실장은 이로 인해 PA들이 현장에서 본인들의 면허 범위를 벗어나는 업무를 광범위하게 수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 행위를 보면 ▲동맥혈 체혈 등 침습적 검사 ▲초음파 검사 ▲수술 부위 봉합 및 매듭 ▲전신마취 시 기관 삽관 및 발관 ▲처방·진단서 작성 ▲수술동의서 설명 등 다양했다.
정 실장은 이는 무면허자에 의한 불법 의료행위라고 비판했다. 의료법상 의료인은 법에 규정된 범위 내의 업무만을 할 수 있는데, 이를 벗어난 행위 시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PA의 의료행위는 의사의 역할로 의료인 면허의 배타성을 훼손한다는 것.
이 같은 행태는 의사의 처지를 바라고 내원하는 환자를 기망하는 행위며, 허위 부당청구로 행정 처분까지 가능하다고도 지적했다.
교수나 지도전문의들이 매년 바뀌는 전공의보다, 장기간 합을 맞춰온 PA와의 업무를 더 선호하는 현상이 생기는 것도 문제로 짚었다. 이는 교육자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전공의들의 수련기회가 박탈당한다면 미래의료의 질이 저하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다.
이와 관련 정 실장은 "PA가 저임금으로 의사의 역할을 대신하면서 미용 개원 시장으로 의사 인력 이탈하는 문제가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의사 수 감소와 의료인 면허체계 붕괴 등으로 인한 필수의료 붕괴로 전체적인 의료 질 하락과 국민 건강 수준의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진료보조업무범위를 구체화하는 등 PA 문제에 해결의지를 보이는 상황도 조명했다. 정부는 현재 '진료지원인력 실태조사 및 정책방안 연구'를 통해 도출된 '진료지원인력 관리·운영체계(안)'의 실효성을 확인하기 위해 10곳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다만 진료지원인력 자격을 신설할 계획은 없으며 시범사업은 진료지원인력 제도화보다는 의사와 PA 간 업무범위에 대한 불안감 완화가 목적이라는 입장이다.
대한의학회는 해외처럼 간호사·응급구조사 제도를 바탕으로, 단축된 의학교육을 통해 의사에 준하는 인력이 아닌 진료보조사(가칭)를 배출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복지부와 의학회 모두 관련 인력 양성에는 찬성하지만, ▲시간·비용 부담 ▲제도적 복잡성 및 면허체계 혼란 등을 우려해 제도화는 기피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간호법이 통과돼 간호사가 의료법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지위를 얻게 된다면 이 같은 복지부·의료계 입장과 무관하게 제도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
정 실장은 "간호법이 통과되면 법 개정을 통해 간호사의 의료행위 범위를 언제든 조정할 수 있다. 간호법이 제정되면 전문간호사 제도 관련 법 조항이 의료법에서 떨어져 나가기 때문"이라며 "이 경우 새로운 법을 만들지 않고 조금만 손 봐도 PA 합법화가 이뤄질 수 있다. 의료계는 이 같은 문제를 우려해 간호법을 반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PA 문제 해결을 위해선 원론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봤다. 또 관련 대책으로 ▲현실적인 필수의료 지원 대책 ▲전담전문의 등 병원급 의료기관의 전문의 고용 확대 ▲현실성 있는 전공의 수련 교육 체계 수립 ▲상급종합병원의 진료 기능 축소 및 연구 및 교육 중심 기관으로 탈바꿈 ▲미국 및 유럽식의 체계적인 전문 인력 교육 시스템 구축 및 ▲엄격한 자격 및 보수교육 제도 수립 등을 강조했다.
다만 이 같은 대책은 의료기관 부담으로 이어지는 만큼, OECD 평균 수준 이상으로의 수가 현실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정 실장은 "정부는 최근 필수의료 지원 대책을 발표했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굉장히 현실성이 떨어지고 미봉책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런 대책 대신에 현실적으로 제도의 근본적인 문제를 고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병원급 의료기관이 전문의 고용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해줘야하며 이를 위해선 수가 등 제도적인 뒷받침이 이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