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도 약자 만드는 간호계 권력" 간호법 규탄 전국 집회
간협 토론회 제안에 비대위 "모든 직역과 함께 참여" 제안
간호법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의료계와 간호계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간호계가 의사와 공개토론회를 요구하자, 의료계가 소수 직역이 참여하는 토론회를 역으로 제안하는 등 쟁점이 첨예하게 갈리는 모습이다.
23일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간호사특혜법·의료인면허강탈법 저지를 위한 전국 동시 집회'를 열고, 간호법이 돌봄을 위한 법안이라는 간호계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비판했다.
이는 전날 진행된 대한간호협회 간호법제정추진 범국민운동본부 집회를 겨냥한 발언이다. 이날 집회에는 100여 명의 간호사·간호대생이 모여 "간호법은 변화한 보건의료 환경에 발맞춘 부모돌봄법"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간협은 이에 앞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사들이 간호법에 반대하는 것은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함이라고 각을 세웠다. 또 의협을 향해 '존엄한 돌봄 활성화의 걸림돌은 과연 누구인가'라는 주제로 간호법 관련 공개토론회를 열자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 의협 비대위 박명하 위원장은 간호법 투쟁에서 진짜 기득권은 더불어민주당과 야합한 간호계라고 비판했다. 의료계는 국회 밖에서 천막을 치고 철야농성과 단식투쟁을 벌이는 반면, 간호계는 국회 안에서 기자회견과 집회를 열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 위원장은 "그동안 간호계는 불쌍한 간호사 프레임을 내세우고 이들의 처우를 개선하겠다며 간호단독법을 제정하려고 했다"며 "하지만 정작 간협은 국회의원의 특권을 이용해 국회 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사당 앞 계단에 모여 돌봄 사업을 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누가 기득권을 가진 강자인가"라고 반문했다.
간협이 제안한 공개토론회 주제와 관련해서도 간호법의 진짜 피해자인 소수 직역을 배제한 악의적인 선정이라고 지적했다. 간호법 갈등이 의사와 간호사만의 싸움인 것처럼 포장해 진짜 피해자를 가리려는 속셈이라는 것.
박 위원장은 "공개토론회 자체는 찬성이지만 간협의 의도가 너무 불순하다. 간호법을 토론하자는 것이 아니고 그저 우리가 걸림돌이라고 지적하는 꼴"이라며 "오히려 간협에 역으로 제안한다. '왜 간호법은 간호사특혜법으로 불리는가'라는 주제로 대한간호조무사협회·한국요양보호사협회·대한응급구조사협회·대한임상병리사협회 등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와의 공개토론회를 개최하자"고 강조했다.
의협 이필수 회장 역시 간호법은 간호사의 이익만 대변하는 법안으로 이로 인해 소수 직역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료인면허취소법 역시 범죄 종류와 상관없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경우 면허를 취소하도록 해 의료인의 직업 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간호법과 면허박탈법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며, 오늘도 보건의료계의 각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보건복지의료지역의 명예와 자존심을 짓밟는 법안"이라며 "나아가 현행 보건의료체계를 붕괴시킬 수 있는 악법 중의 악법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러한 잘못된 법안들이 더는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하지 않도록, 의협 비대위가 강력한 행보를 이어나가야 한다"며 "현재 의료계는 심각한 위기상황에 봉착했지만, 끝까지 연대해 이 난관을 잘 헤쳐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자유발언 순서에선 서초구의사회 구현남 회장이 나서 미국의 널싱홈 실패사례를 강조했다. 간호법을 통한 돌봄 확대 역시 이처럼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구 회장은 "미국은 넓은 영토와 비싼 의료비로 널싱홈 등 만성질환 관련 요양시설이 보편화 돼 있다. 하지만 여기선 매년 5~6만 건의 의료사고가 일어나 골치를 앓고 있다"며 "왜 의료접근성이 뛰어난 우리나라에 이런 널심홈이 필요하느냐. 간호법은 불필요한 재정을 낭비하는 악법"이라고 강조했다.
동대문구의사회 정재원 회장은 필수의료 붕괴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간호 돌봄을 주장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지금도 관련 간호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간호법까지 제정되면 인력 이탈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다.
정 회장은 "우리나라 의료에서 가장 큰 문제는 필수의료 붕괴다. 지금도 필수의료 담당 간호사를 구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며 "이런 상황에서 굳이 돌봄을 얘기하며 본인들의 이익을 위해 다른 상황의 이권을 뺏어가는 상황은 매우 모순적이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각 직역이 협력하며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 국민건강을 지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을 규탄하는 풍선 터뜨리기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의협 비대위 위원들은 구호제창과 함께 간호특혜법, 간호단독법, 의료인면허박탈법, 민주당 OUT 등의 문구가 적힌 풍선을 일제히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