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산업에 선택과 집중이라는 숙제가 있고 우수후보물질 발굴과 함께 정말 신약을 개발할 의지가 있는지가 매우중요하다."
지난 5일 개최된 국가신약개발사업단(KDDF) 2주년 간담회에서 나온 묵현상 단장의 말이다.
정부의 예산으로 한정된 연구개발(R&D)지원을 하는 입장에서 적절한 기업과 기술을 지원하는 것 외에도 실제로 그러한 기술을 신약으로 연결할 의지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기업이 기술을 가지고 신약개발의 의지가 분명하다면 전략 등 경로 설정이 잘못될 경우 컨설팅 등을 통해 바로 잡을 수 있지만 아예 다른 길을 구상하는 경우 이마저도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투자업계의 바이오기업 옥석가리기 그리고 감사보고 의견거절에 따른 상장폐지 위기론 등이 지속적으로 언급되는 상황에서 다시 한 번 되새김질해야 할 발언이기도 한다.
신약개발과 함께 산업계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모달리티(Modality)의 다양화다.
모달리티는 의약품이 표적을 타깃하는 방법, 약물이 약효를 나타내는 방식을 의미하며, 모달리티를 다양화 한다는 것은 신약개발에서 새로운 기전과 기술을 적용해 기존에 없던 치료제를 창출한다는 개념이다.
KDDF의 파이프라인 조사결과에 따르면 신규타겟이나 신규모달리티를 가진 파이프라인은 43%로 긍정적인 지표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그 이면. 신약개발이라는 기치를 내세웠지만 이미 시장에 신약이 개발된 기술을 바탕으로 연구를 지속하는 기업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개량신약이 있듯이 기존 치료제를 보다 발전시키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최근 바이오기업 옥석가리기에 대한 화두가 던져진 상황에서 군불을 떼기 위해 발표하는 임상성과 등에 대해 면밀히 살펴봐야하는 시점이라는 생각이다.
실제로 몇몇 기업이 발표한 자료를 살펴보면 임상에서 유효성을 확인한 것이 아니라 유효성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등의 모호한 표현을 쓰는 경우가 존재한다. 이 과정에서 세부데이터는 공개되지 않는다.
혹은 간담회에서 묵 단장의 말처럼 라이센서 아웃 결과를 공표하는 것이 아닌 '협상을 하고 있다'와 '상업화 가능성이 열렸다' 등 결과가 아닌 과정을 공개하며 소위 주주달래기라는 오해를 살 수 있는 발표들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여지가 존재한다.
바이오 투자가 얼어붙으면서 산업의 성장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반대로 이러한 과정이 바이오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기회가 될 것이란 시각이 교차하고 있다. 현재의 어려움에 대한 생각이 다른 것이다.
결국 바이오기업 옥석가리기는 여러 요소가 영향을 미쳤지만 일부 바이오기업의 잘못도 포함됐다는 지적이다. 제약바이오산업이 성장하고 더 성숙해지면서 이를 바라보는 눈높이도 올라가고 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화두처럼 기술이 부족해서 투자를 못 받는 것인지 자금이 부족해서 기술을 더 발전시킬 수 없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입장에 따라 서로 다른 의견이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제약바이오 산업이 글로벌 목표로 한다면 이제는 '눈 가리고 아웅'의 발표는 멈춰야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