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의곤 전 대장항문학회 대장내시경연구회장, 유용성 강조
"민감도 98% '엔도브레인 아이' 미숙련 의사 길잡이 될 것"
"대장내시경은 치료와 진단 영역 모두 다른 내시경에 비해 난이도가 높습니다. 숙련도가 매우 중요한 이유죠. 이 경험과 숙련도의 격차를 메울 수 있는 인공지능(AI)이 있다면 쓰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요?"
최근 조기검진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국내에서도 내시경 인프라가 급속도로 확장되고 있다. 특히 조기암 등에 대한 내시경 시술법이 발전하면서 치료 내시경 분야도 급성장 하고 있는 상황.
이에 맞춰 내시경 기기도 눈부신 발전을 지속하고 있다. 더욱 선명한 화질로 꼼꼼하게 병변을 찾아내기 위한 다양한 기술이 새롭게 개발되고 있고 속속 임상현장에 도입되며 유효성을 인정받고 있다.
인공지능 또한 예외는 아니다. X레이와 CT 등 이미지에 국한됐던 진단 보조 인공지능이 마침내 실시간 감지 기술로 발전하며 내시경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 임상현장에서 이러한 인공지능은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을까. 또한 과연 그 기술은 임상 의사가 보기에 어느 정도 수준까지 이르렀을까.
"정확도와 편의성 이미 전문가 수준…비숙련자 큰 도움"
장튼위튼병원 육의곤 대표원장을 찾아간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대한대장항문학회 대장내시경연구회를 이끌던 회장으로서 또한 20년간 매일 수십건의 대장내시경을 해온 전문가로서 그의 평가를 듣기 위해서다.
"내시경 분야에 있어 획기적 발전이라고 봅니다. 당연하게도 내시경 저변 확대와 검진 사업 등에도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대장내시경 인공지능이 내시경 저변 확대에 어떠한 영향을 줄 수 있을까. 그는 이에 대해 위와 대장내시경의 차이를 먼저 설명했다.
육의곤 원장은 "위내시경의 경우 국가 검진 사업 등을 통해 이미 상당 부분 보편화됐고 이로 인해 숙련도가 지속적으로 상향평준화되는 추세"라며 "하지만 대장내시경의 경우 아직까지 국가 검진 사업 등에 포함되지 않아 숙련의와 비숙련의 사이에 격차가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치료 내시경 분야에서도 대장은 문제가 생기면 바로 응급수술을 진행해야 하는 위험이 있어 대학병원급 이외에서는 아직 시도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며 "결국 이러한 숙련도 차이를 극복하며 상향평준화 하는 것이 최대 과제라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면에서 그는 인공지능이 이러한 차이를 줄이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숙련도, 즉 경험의 차이를 인공지능이 메워준다면 격차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육 원장은 "진단 내시경 영역, 즉 용종을 찾는 부분에 있어 잘 학습된 인공지능이 보조해준다면 숙련의와 비숙련의 사이의 격차는 크게 좁혀질 수 있다"며 "바로 이 곳이 인공지능이 필요한 부분이며 앞으로 가야할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대장내시경 인공지능이 이러한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평가했다. 단순 보조 기능을 넘어 숙련된 의사의 수준까지 고도화됐다는 것.
결국 진단 내시경은 용종을 얼마나 정확하게 찾아내서 필요한 정보를 얻어내는가가 관건인 만큼 이 부분에 있어서는 효용성이 확실하다는 설명이다.
육의곤 원장은 "현재 우리 병원에서 활용중인 올림푸스의 엔도브레인 아이의 경우 임상시험에서 민감도 98%, 특이도 93.7%를 기록했다"며 "결국 용종을 발견할 수 있는 확률(민감도)와 용종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는 확률(특이도) 모두 신뢰할만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면에서 엔도브레인 아이의 도움을 받는다면 매우 숙련된 전문의가 함께 화면을 보며 검토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갖게 된다"며 "아직 대장내시경이 숙련되지 않은 전문의라면 충분히 고려할만한 요소"라고 평가했다.
"더블체크 효용성도 중요…비약적 발전 기대"
그렇다면 대장내시경 인공지능은 비숙련 전문의에게만 필요한 것일까. 그는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숙련된 전문의라 하더라도 도움을 받을 부분이 많다는 것이 그의 평가다.
육 원장은 "연구에 따르면 오전에 일찍 내시경을 하는 경우보다 오후 늦게 내시경을 할 경우 용종 발견율이 유의미하게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됐다"며 "의사도 결국 사람인 만큼 집중력에 한계가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인공지능은 지치지 않고 쉴새없이 용종을 찾는다는 점에서 의사가 다양한 이유로 용종을 놓칠 확률을 최소화해준다"며 "일종의 더블체크가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효용성이 있는 셈"이라고 전했다.
그러한 면에서 그는 엔도브레인 아이와 같은 대장내시경 인공지능이 향후 내시경 인프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내시경 기술에 고도화된 인공지능이 결합돼 어느 누가 내시경을 하더라도 최고의 결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이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육의곤 원장은 "TV가 아날로그에서 HD, 4K 등으로 눈부시레 발전하듯 내시경 또한 화질 면에서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며 "예를 들어 과거의 내시경은 높이 차이가 없으면서 일반 표면과 비슷한 2B type이나 2A type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화질과 색감이 좋아지면서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올림푸스의 협대역 이미징(NBI, Narrow Band Imaging)의 경우 가시성을 향상시키는 기술이 더해지며 이상부위를 조금 더 근접해 자세히 영상을 볼 수 있게 됐다"며 "이러한 기술에 고도화된 인공지능이 더해질 경우 획기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이러한 기술들이 앞으로 대장내시경을 배우게 될 후배 의사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 또한 이러한 이유로 발빠르게 엔도브레인 아이를 도입한 케이스. 인공지능을 통해 병원내 내시경 수준을 상향평준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육 원장은 "병원급 의료기관이 되면 숙련된 전문의와 비숙련 의사가 공존할 수 밖에 없다"며 "숙련의가 모든 면을 커버할 수 없는 만큼 엔도브레인 아이가 이 갭(차이)를 메워주는 훌륭한 도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특히 대장내시경에 숙련되지 않은 의사의 경우 이상 부위를 놓치면 안된다는 일종의 강박이 있어 용종인지 아닌지를 더욱 세심히 살필수 밖에 없다"며 "이 경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고 필요 이상의 노력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인공지능의 도움이 큰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그가 바라보는 내시경의 미래는 어떠한 모습일까.
육 원장은 "현재 다른 인공지능 솔루션을 보면 X레이나 CT 이미지를 통해 매우 미세화된 용종까지 스크리닝이 가능하다"며 "내시경 분야가 실시간 영상인 만큼 좀 더 고도화된 기술이 필요하겠지만 앞으로는 용종의 실제 크기와 타입, 고분화나 고등급 이형성을 동반했는지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알려주는데까지 발전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이후에는 마치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이 레이더와 영상만으로 목적지를 찾아가듯 의사가 용종을 떼어보지 않아도 '6mm 2A-type’, ‘샘종(adenoma) 가능성이 70%'처럼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