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기자간담회서 현행 국가검진제도 문제 지적
"대형병원 공장식 검진센터, 동네의원 검진영역 침범"
한국건강검진학회가 공장식 국가건강검진기관 제한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들 기관은 개원가 영역을 침범하면서도 검진 이후 지속적인 관리를 제공하지 않아 제도의 근본적인 목적을 훼손한다는 지적이다.
14일 한국건강검진학회는 춘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를 열고 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 90% 이상이 검진센터를 두고 일반건강검진(국가건강검진)에 참여하면서 일차의료기관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엔 검진업무 비중을 늘리고 과도한 홍보에 나서는 등 공장식으로 기관을 운영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는 것. 이는 필수의료 및 중증·응급환자에 전념해야 할 2·3차 의료의 역할을 등한시해 의료전달체계를 훼손한다는 비판이다.
이들 기관이 건강검진결과를 통보서 및 진료의뢰서로 갈음하는 등 사후관리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것도 문제로 꼽았다.
이와 관련 건강검진학회 박근태 이사장은 "건강검진은 사후관리가 제일 중요하다. 하지만 상급기관은 결과를 책자로만 보내니 이를 보는 환자가 적고 아예 이를 가지고 동네의원에 내원하는 사례도 많다"며 "이는 환자 방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더욱이 공장식 운영으로 계속해서 검사를 추가하거나 방사선사가 초음파검사 술기를 진행하고 의사는 모니터링만 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 되면 환자는 불필요한 검사를 받아야 하고 검사에서 문제를 놓치기도 쉽다"며 "본디 검진은 어떤 부위에서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 이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 지 하나하나 알려줘야 하는데 상급기관은 그런 시스템이 아니다. 이는 환자 검사하고 그냥 던져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 상급병원의 국가검진을 제한하고 공장식 검진기관에 대한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
건강검진학회 조승철 공보이사 역시 "효율적인 국가검진 정착을 위한 필수 요소 중 하나가 철저한 사후관리다. 질환 의심자에 대한 확진검사 수검률을 높이고 질환 위험 요소를 가진 수검자에 대한 꼼꼼한 상담과 교육이 중요하다"며 "하지만 국민 관심도와 이해도가 낮고 사후관리로 인한 이득이 없어 검진기관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후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검진기관들의 난립도 이 같은 분위기를 악화시키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확진 검사 항목의 부실함, 검진결과 상담료 미책정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국가검진 사후관리의 부실함을 해결하고 검진기관평가에 사후 관리에 대한 항목을 반영해 과도하게 공장식 검진을 수행하는 기관들을 퇴출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국가검진제도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제도가 시대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현장에서 여러 시스템적인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우려다.
일례로 현자 국가 대장암 검진 검사 전 복용하는 장정결제는 수가에 묶여있어 임의로 변경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프로그램상 다른 장정결제로 바꿔서 처방하거나, 아예 청구하지 않고 다른 제품을 제공하는 등의 조치가 불가능하다는 것.
최근 맛이 좋은 장정결제나 알약형 제품도 나오고 있어 이를 원하는 환자들이 많은데, 시스템상 어려워 환자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이창현 총무이사는 "대장 내시경에서 양성으로 나오면 추가로 대장암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새로운 약을 받아가야 하는 경우 기존 제품을 회수하기 어렵다. 환자도 갑자기 맛없는 약을 먹으라고 하면 반발한다"며 "시스템이 이렇다 보니 장정결제 때문에 부당청구가 되는 상황도 많다. 환자 자율권 존중 차원에서 더 편한 약을 사용할 수 있도록 수가를 분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진결과를 우편으로만 보내야 하는 것도 문제로 꼽았다. 모바일이 대중화되면서 메일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환자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상황에서 검진결과를 우편으로 보내도 아예 읽지 않거나 잃어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
LDL 콜레스테롤 검사 문제도 조명했다. 이는 중성지방을 먼저 계산해 그 수치가 400을 넘겼을 때 진행하는 검사다. 하지만 첫 검사 후 24시간 안에 LDL 콜레스테롤까지 검사해야 해 시간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24시간 이후 수가를 청구하는 경우 부당청구로 분류되는 사례가 많다는 것. 유관 학회 자문 결과 이 같은 시간제한은 의학적으로도 근거도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검진학회 신창록 회장은 "중성지방은 별도 방적식으로 계산해야 하는 내용이고 이 결과가 나와야 LDL 콜레스테롤을 검사할 수 있는데 이를 하루에 다 시행하기는 어렵다"며 "특히 유관 학회 자문결과 처리만 잘하면 1주일 안에만 LDL 콜레스테롤을 검사하면 된다는 자문결과를 받았고 이를 담당부처에 전달한 상황이다. 24시간을 넘겼다고 환수되고 부당청구로 낙인찍히는 상황도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가건강검진기관 4주기 평가 중간결과에서 진단검사의학분야가 26%로 많은 미흡을 받은 상황에 대해선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특정 분야 비중이 과도하게 큰 것은 평가방법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로 인한 회원 피해가 없도록 학회 차원에서 대응하겠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박 이사장은 "위암·대장암·일반검진이 똑같이 나온 게 아니고 한 분야에서만 미흡이 많이 나온 건 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결론이 도출되면 회원 다치지 않게 노력하겠다"며 "다만 검사 질 평가 거의 서류작업인 만큼 서류를 잘못 올리는 등 여기서 미비점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판단이다. 원인을 잘 분석해 대책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검진학회 조연희 총무부회장은 "문제는 두 번 연속 미흡이 나오면 90일 검진 정지에 3회 이상이면 취소된다. 이번에 미흡이 나온 곳이 많아 누적된 기관의 검진이 정지되면서 문제가 생기는 지역이 있을 수 있다"며 "수도권은 몰라도 지방은 1~2개 기관에서만 검진을 하는 곳이 많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검진의 질을 유지하면서 회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방향과 방법을 찾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