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병협, 치협 "보험금 청구 자료 의무 제출 조항 강제 부당"
무상의료운동본부에 환자단체까지 "법안 폐기하라" 한목소리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이 국회 상임위 법안소위를 통과하자 의료계를 비롯해 시민단체까지 나서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앞서 국회 정무위원회는 16일 법안소위를 열고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골자로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해당법안은 2009년부터 정무위에 등장한 것으로 보험업계와 의료계의 해묵은 대립 과제다.
법안은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단체 의견이 반영돼 중계기관을 통하지 않고 직접 전송하는 방식도 가능하도록 법 조항이 바뀌고, 중계기관 이름도 자료의 집적과 무관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전송대행기관으로 수정됐다.
상임위 법안소위를 통과하자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는 17일 공동성명서를 통해 "국민 편의보다 민간보험사 이익을 우선하는 법안은 단호히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이들 단체는 다양한 소통창구를 통해 정부와 국회에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법안의 문제점을 알리며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해왔음에도 통하지 않았다. 심지어 정부, 의료계, 보험협회로 구성된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방안 마련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
이들 단체는 "의료기관에서 환자의 보험금 청구 자료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는 강제조항이 바뀌지 않은 것은 가장 심각하고 큰 문제가 있다"라며 "실손보험 실제 계약 당사자도 아닌 의료기관에서 협조차원이 아니라 의무사항으로 강제하는 법안 자체가 매우 부당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무리 기업의 이익과 실리추구가 중요하다고 해도 국민에게 위해가 되거나 공익에 반하는 것이라면 정도를 지켜야 하는 것이 대한민국 기업의 기본 윤리"라며 "아직 상임위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 등 절차가 남아있는 만큼 국민의 진료정보 보호와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고 국민 편의를 실질적으로 충족할 수 있는 합리적인 법안을 만들수 있도록 협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역시 해당 법안의 상임위 법안소위 통과를 강하게 비판했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이하 무상의료운동본부)는 같은날 성명서를 통해 "청구 간소화는 민간보험사가 환자의 내밀한 진료 정보를 축적할 수 없는 방식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보험사들은 한사코 거부했다"라며 "민간보험사의 이윤을 위하 건강보험을 공격하고 환자를 궁지로 몰아넣는 정부와 국회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성명서에는 무상의료운동본부뿐만 아니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한국루게릭연맹회, 한국폐섬유화 환우회, 한국다발성골수종환우회 등 환자단체들도 이름을 올렸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실손보험의 존재는 국민건강보험을 위태롭게 한다"라며 국회는 해당법안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