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허위사실 유포 등 직무유기로 복지부 장·차관 파면 요구
불법진료 근절 대책으로 공공의대 설치·의대정원 확대 촉구
간호법 제정에 고배를 마신 대한간호협회가 불법진료 신고센터를 통해 접수된 사례를 기반으로 해당 의료기관을 수사기관에 고발조치 하겠다고 나서 주목된다.
간협은 7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5월 18일부터 6월 5일까지 불법진료 신고센터를 통해 접수한 내용을 공개했다.
불법진료 신고센터 접수 건수는 모두 1만4234건. 10곳 중 7곳은 수도권에 위치한 의료기관이었다.
불법진료 행위 신고 유형별로 보면 검사(검체 채취, 천자)가 9075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처방 및 기록 8066건, 튜브관리(L-tube 및 T-tube 교환, 기관 삽관) 3256건으로 뒤를 이었다.
이어 치료·처치 및 검사(봉합(stapler), 관절강내 주사, 초음파 및 심전도 검사) 2695건, 수술(대리수술, 수술 수가 입력, 수술부위 봉합(suture), 수술보조(scrub아닌 1st, 2nd assist)) 1954건, 약물관리(항암제 조제) 593건 순이었다.
불법인지 알면서도 불법진료를 한 이유로는 '병원 규정, 관행, 당연한 문화, 업무상 위계 관계, 환자를 위해서'라는 답변이 36.1%(3875건)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할 사람이 나밖에 없어서'라는 답변이 25.6%(2757건)로 뒤를 이었다. 또한 '고용주와의 위계 관계' 24.3%(2619건), '고용 위협' 14%(1514건)이라는 답변도 나왔다.
실명으로 신고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은 359개 기관으로 가장 많은 지역은 64기관이 실명으로 신고된 서울에 위치했다.
이날 간협은 현장 간호사들이 준법투쟁의 참여하고 있는 형태와 불이익 당하고 있는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불법진료 신고센터 운영현황과는 별개로 준법투쟁 현장 실태조사 분석 결과도 함께 공개했다.
지난 5월 29일 오후 1시부터 6월 5일 오후 4시까지 진행된 준법투쟁 현장 실태조사에는 모두 5095명이 참여한 결과 응답자 51%는 준법투쟁에 '참여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중 '불법진료행위 거부'로 준법투쟁에 참여하고 있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준법투쟁 핀버튼 착용', '면허증 반납', '부분연차 파업' 순이었다.
준법투쟁에 참여한 이유에 대해서는 '간호사 업무범위를 명확히 마련하기 위한 간호법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서'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현장에서 준법투쟁으로 351명의 간호사가 불이익을 당했다고 답했다. 불이익 사례로 '부당해고'를 당했다거나 '사직 권고'를 받은 사례도 각각 4명과 13명이 있었다. 또 간호업무 외 추가 업무 배정(55명), 부당한 근무표 배정(30명), 일방적 부서 이동(17명), 무급휴가 권고(9명) 등도 강요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간협은 병원의 조직적인 간호사 준법투쟁 방해 행위사례도 나왔다고 밝혔다. 준법투쟁에 참여하는 간호사들의 정당한 요구를 위력관계로 겁박하거나, 업무가 줄었으니 간호사를 줄이겠다는 압박을 가했다는 신고도 있었다.
지방에 위치한 B병원의 경우 의사가 시키는 일은 뭐든지 해야 한다고 간호사를 겁박했고, 서울 C병원은 하던 일 계속하고 싫으면 나가라는 사례도 접수됐다.
특히 서울 A대학병원은 수술 후 간호사가 환자 채혈을 거부하자 한 교수가 법대로 해보자며 인턴에게 중환자실 채혈을 하지 말라로 협박했다는 신고도 나왔다.
간협은 신고 자료를 토대로 불법진료 행위를 지시한 의료기관과 의사를 수사기관에 고발조치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간호사 면허증 반납운동과 함께 간호법 허위사실 유포, 간호사 준법투쟁에 대한 직무유기 등에 대해 보건복지부 장·차관을 고발하고 파면을 요구할 방침이다.
대한간호협회 탁영란 제1부회장은 기자회견에 앞서 "간호사 준법투쟁은 불법이 난무한 현행 의료체계를 정상화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간호법에 대한 가짜뉴스와 대통령의 부당한 거부권 행사에 맞서는 저항운동"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