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필수의료 해법으로 권역통합 등장…"인프라 부족 극복"

발행날짜: 2023-06-12 21:52:40
  • 의료윤리연구회, 대표적 의료취약지 경북 필수의료 문제 조명
    인프라·인력 부족으로 쏠림 악순환…"환자·의사 잡을 대책부터"

지방 필수의료 살리기 대책으로 비교적 의과대학이 많은 지자체와 그렇지 않은 지역을 하나의 의료권역으로 묶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행정구역이 다르면 인접한 의료 인프라를 이용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12일 의료윤리연구회는 지방의 필수의료 살리기를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다. 주제 발표를 맡은 경상북도의사회 대의원회 장유석 의장은 현 필수의료 문제의 핵심으로 지역 내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목했다. 병원 간 연계·협력 미흡하다는 분석이다.

의료윤리연구회 지방의 필수의료 살리기 강의서 경상북도의사회 대의원회 장유석 의장이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중증·응급질환의 경우 24시간 대기가 필요하지만 당직이 병원별로 각각 이뤄지면서 의료 인력근무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 이는 인력 이탈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는 등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지역별 분만진료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데 분만수요 감소로 병·의원급 분만의료기관이 줄어들면서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는 우려다.

소아진료 역시 중증·응급진료 접근성이 악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소아환자 감소로 어린이병원 적자가 누적되면서 소아외과 등 중증소아 진료를 위한 전문의 배치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한 어린이공공전문진료센터의 2019년 손익률은 -8.1%였다. 2021년 기준 전국 10개 어린이공공전문진료센터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수 역시 266명, 소아외과 전문의 수는 19명에 불과했다.

여기에 소아진료 인프라에서 지역 간 격차가 발생하면서 지방거주 소아청소년 환자 및 가족의 어려움 가중되고 있다는 우려다.

장 의장은 이 같은 문제의 원인으로 인력을 유입시킬 수 있는 유인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필수의료 의사는 비필수·비응급·비중증분야 의사와 비교해 근무여건 면에서 당직근무 등 업무가 과도하고 의료사고의 부담을 지고 있어 심리적으로 위축된다"며 "산부인과 전공의 역시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한 보호 부재로 미래가 어둡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과중한 업무 부담에 비해 임금수준은 높지 않아 응급 상황이 적고 덜 위험한 분야로 필수의료 전문의 이탈하고 있다"며 "특히 지방근무는 생활·자녀교육 및 진료 여건 격차로 지역 인력이 유출된다"고 우려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병상이 늘어난 상황도 이 같은 문제를 키운다고 지적했다. 의료이용과 공급이 수도권으로 쏠리면서 지방 의료인력 이탈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는 것.

실제 2017~2021년 수도권 병상증가율은 인천 8.5%, 경기 7.7%, 서울 5.6%로 증가했다. 반면 지방은 광주광역시 -5.0%, 경상북도 -3.3%, 강원도 -2.6%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수도권 근무 의사 비중 역시 2020년 기준 54.6%로 과반수다.

장 의장은 그중에서도 경상북도가 의료취약지가 가장 많은 지역이라고 말했다. ▲분만 취약지는 9개군 ▲소아청소년과 취약지는 5개군 ▲인공신장실 취약지는 3개군이며 ▲응급의료는 16개군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2021년 기준 경북지역 치료가능 사망률은 45.8명으로 서울특별시보다 7.2명 많았다.

구체적으로 경북 의료 인프라는 종합병원·요양병원을 제외하곤 대부분 종별의 의료기관이 전국 평균보다 적었다. 인구 1000명 당 의사 수 역시 전국평균보다 2.1명 적었다.

경상북도는 전국 평균보다 대부분 의료기관 및 의료직역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대한민국 전체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선 공공정책수가를 마련하고 별도 기금 및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응급의료기금·국민건강증진기금처럼 필수의료기금을 설치해야 한다는 것.

우선 필수의료 분야 지원을 위한 예산을 별도 편성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면서 사회복지에 치중된 예산을 전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공공·공익적 민간의료기관 정부 지원 ▲의료사고 및 분쟁 관련 법제도적 정비 ▲근무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장 의장은 "의사 당직 및 근무시간 관련 제도에 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의사의 장시간 근로가 환자의 안전과 의사 본인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데 이를 조사해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며 "단순히 법적으로 근무시간을 제한하는 방식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관련 대책으로 대중교통처럼 필수의료도 국가·지자체 차원에서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평균 수익을 보장하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적어도 180억 원을 지원할 수 있는 예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 지역 특성에 맞는 맞춤형 수가제 및 의료전달체계 확립으로 필수의료를 제공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대구·경북, 광주·전남 등 의료 인프라 상황에 따라 의료권역의 광역화하는 식으로 지역필수의료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현재 지방에선 행정구역이 다른 경우 119구급대가 각 지역을 오갈 수 없어 인접한 인프라를 사용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

실제 코로나19 당시 대구·경북에서 행정구역이 달라 확진자 수용이 안 돼 환자가 인접 병원에 입원하지 못하고 서울까지 올라갔다는 설명이다.

정부 필수의료 강화 대책의 일부인 지역완결형 필수의료 제공 및 권역 내 협력체계 구축을 고려하면 이를 통한 혜택을 기대할 수도 있다. 병원 간 순환당직제 및 이송체계 개편은 의료기관 자체가 부족한 지역에선 혜택을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지역 의대 졸업생이 지역 의료기관에서 근무할 시 인센티브 제공하는 우대정책으로 지역 의료기관의 서비스 수준을 높이는 것도 유효하다고 봤다.

다만 이 같은 조치를 위해 환자의 수도권 의료기관 선호 인식 전환, 의료기관의 자체적인 서비스 수준 향상 노력, 지자체 지원이 동반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마지막으로 장 의장은 "소아청소년과를 보면 전문의가 모자란 것은 아니라 신생아·응급·중증 등의 분야에서 일할 의사가 부족한 것이다. 이제 오랜 시간 일하는 것을 원치 않는 시대가 왔다"며 "이를 고려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 수가 모자라는 것에 방점이 찍혀있는데 하는데 우리나라 외래 진료 횟수는 OECD 평군의 2~3배다. 반면 수가는 미국의 10분의 1, OECD 평균의 5분의 1에 불과하다"며 "이는 햄버거·콜라 등의 가격에서 우리나라와 외국 간의 큰 차이가 없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제품에 상응하는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필수의료를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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