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진 교수, 워크숍서 환자 101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발표
희귀질환자 실질적인 고충은 '돌봄'…정부 제도적 지원 필요
서울대병원 외래환자 10명 중 1명(10.68%)이 희귀질환 진단명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희귀질환센터 전담 교수는 7명이지만, 희귀질환 진료에 참여하는 교수는 410명에 달했다.
서울대병원 권용진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26일 희귀질환 워크숍에서 서울대병원에 내원한 희귀질환자의 진단방랑 즉, 진단이 늦어지는 경향 등 지난 1년간의 현황을 발표했다. 권 교수는 공공진료센터 이외 임상유전체의학과 희귀질환센터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그는 "서울대병원 10명 중 1명은 희귀질환 코드를 지난 환자이며 해당 진료에 참여하는 교수가 410명이다. 이는 전체 교수가 1000명 근무하는 것을 고려할 때 다양한 진료과에서 복합질환자를 진료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는 권 교수가 서울대병원에 내원한 희귀질환자 10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및 인터뷰를 진행해 '진단방랑'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한 결과다.
서울대병원은 지난 2019년부터 진료부원장 산하에 임상유전체의학과장-희귀질환센터장(희귀질환 중앙지원센터장)을 배치하고 희귀질환센터 산하에는 운영실과 희귀질환 중앙지원센터 사무국으로 구분했으며 성인과 소아를 구분하고 있다.
성인 진료부의 경우 24개 분과, 42개 희귀질환 클리닉을 운영하며 여기에는 55명의 전문의를 배치했으며 소아진료부는 29개 분과, 39개 희귀질환 클리닉을 운영 중이며 69명의 전문의를 투입하고 있다.
권 교수가 제시한 최근 3년간 서울대병원 외래 환자 대비 희귀질환자 수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 2020년 전체 외래환자 수는 총 223만명 중 희귀질환(RD) 외래 환자 수는 연 22만6천명(10.13%)를 기록했다. 21년, 22년도 또한 희귀질환 외래환자 비율은 10.09%, 10.63%로 꾸준히 10%대를 유지했다.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희귀질환 진료에 참여하는 의료진 수. 서울대병원이 지난 2019년 희귀질환 중앙지원센터로 지정된 당시 384명이었던 참여 의료진 수는 매년 증가해 2022년 410명까지 꾸준히 늘었다.
희귀질환자 수는 2019년 21만명에서 2020년 22만명, 2021년 24만명, 2022년 26만명. 환자가 증가하는 만큼 이에 참여하는 의료진의 수도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추세다.
그는 먼저 "희귀질환자는 진단을 받기까지 평균 4번의 오진단을 경험한다"면서 "상급병원 내원 이후에도 환자 측의 이유로 포기하거나 의사의 역량 부족 등 다양한 이유로 진단 시기가 늦어질 수 있다는 해외 연구보고서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워크숍에 참석한 패널들도 희귀질환은 과학적 지식의 한계로 진단이 느려지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데 공감했다.
권 교수가 파악한 진단방랑 현황을 보면 희귀질환 첫 증상 발현 이후 6개월 이내 진단을 받은 비율을 살펴보면 지역별 편차가 컸다.
101명으로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거주지역과 확진지역의 불일치 정도는 59명으로 절반이상에 달했다. 특히 인천, 강원, 제주에서는 확진율이 0%로 전무했으며 충청, 전라도 또한 2%, 5% 수준으로 매우 낮았다.
권 교수는 "서울 이외 비수도권 거주 환자는 거주지역이 아닌 곳에서 확진된 비율이 매우 높았다"면서 "이는 보호자의 학력 및 소득수준, 병원비 지출 등과도 무관하게 나타났는데 이는 진단방랑 변수가 예측하기 어렵다는 반증"이라고 전했다.
또한 101명 중 98명이 정부지원을 받고 있었지만 불만족(매우 불만족 포함)하다는 응답이 39.2%로, 만족(매우 만족 포함)한다는 응답률 40.4%와 비슷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돌봄. 이들은 공통적으로 '돌봄'의 어려움을 호소했다고 전했다. 질병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갑작스러운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답답하고, 재활병원 대기가 너무 길어서 지역을 옮겨야 하는 등의 어려움도 호소했다.
권 교수는 "특히 부모가 사망 후 아이가 혼자 남겨졌을 때 아이에 대한 걱정이 높았다"며 "의사로서 마음이 아팠다"고 전했다. 실제로 응답자의 53%가 돌봄 때문에 직장을 그만둔 경험이 있다고 답해 돌봄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여실히 드러났다.
그는 정책 지원방안으로 정신건강의학과 부모 심리상담 등 정서적 지지체계 마련과 더불어 재활치료기관 확충을 위한 희귀질환 아동 비급여 재활치료 실태조사를 제안했다. 특히 장애아동 가정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서울대병원은 희귀질환 진단 환자를 대상으로 교육 및 상담 프로그램을 개설했다"면서 "유전상담, 산전진단 의뢰 및 예방적 가족검사, 사회적 결정요인 및 위기수준 상담, 유전성 대사장애 질환 교육 등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번 워크숍은 새로운 희귀질환 유전진단법과 상담 사례를 공유하고자 마련한 자리로 좌장을 맡은 채종희 희귀질환센터장 또한 "최첨단 진단법이 거론됐지만 실질적인 부분은 환자 및 보호자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