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학술팀 황병우 기자
비만 치료 영역에 신약이 쏟아지면서 관련 시장이 급격하게 커지고 있다.
노보노디스크의 삭센다가 꾸준한 매출을 유지하는 가운데 후속 치료제인 위고비가 공급 이슈를 겪을 정도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릴리의 당뇨병 치료제인 마운자로가 최근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허가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국내에는 아직 삭센다만 처방이 가능한 상태이지만 연내 위고비가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며 임상현장과 환자들의 기대감이 커져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볼 문제는 치료제의 효과와 별개로 비만 치료제의 '체중감량'이라는 키워드에 매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8년 삭센다 출시 당시 품귀현상을 만들 정도로 인기를 끌면서 개원가의 경쟁이 치열했다.
비급여 처방이라는 점 때문에 삭센다 가격 경쟁이 이뤄졌으며, 일부 의료기관의 경우 이벤트에 참여하면 큰 폭의 할인을 내거는 경우도 존재했다.
이 같은 이슈는 비만치료제를 '다이어트약'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 삭센다가 살빠지는 주사로 열풍을 일으키면서 당시 오픈채팅방을 통해 1펜에 가격이 더 저렴한 곳을 공유하거나 용량, 용법을 개인적 체감을 바탕으로 조정하는 사례들이 심심치 않게 발견됐다.
이 때문에 당시 대한의사협회는 전 회원에게 비만치료주사 '삭센다펜주'의 오남용 예방 및 안전한 사용을 위한 지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문제는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위고비 허가 소식과 함께 삭센다 출시와 비슷한 반응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위고비만 검색해도 효과와 예상 가격, 부작용 등에 대한 내용에 공유되고 있다. 많은 글에 인용된 주요 키워드는 '다이어트'로 전부는 아니겠지만 일부에서는 쉬운 다이어트를 위한 선택지로 비만치료제를 고려하고 있는 셈이다.
위고비의 적응증은 성인 환자의 체중감량 및 체중 유지를 포함한 체중관리를 위해 칼로리 저감 식이요법 및 신체 활동 증대의 보조제로서 ▲초기 체질량지수(BMI)가 30kg/m2이상인 비만 환자 ▲또는 한 가지 이상의 체중 관련 동반질환[예, 이상혈당증(당뇨병 전단계(pre-diabetes) 또는 제2형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폐쇄성 수면 무호흡 또는 심혈관 질환]이 있으면서 초기 체질량지수(BMI)가 27kg/m2 이상 30kg/m2미만인 과체중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다이어트에 개념은 상대적이다. 비만 치료제가 비급여 영역인 만큼 실제 필요한 환자 외에도 신약 처방을 요구하는 환자가 많을 것이라는 점은 삭센다 출시 당시의 경험을 통해 이미 충분히 검증된 사실이다.
비만약에 대한 임상현장의 기대감은 비만당뇨 등 체중조절이 필수적인 환자에게 큰 치료 혜택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삭센다 사례에서 봤듯이 다이어트라는 키워드에 치료제의 효과가 빛이 바랠 수도 있다. 비만 치료제 신약에 대한 기대와 함께 생길 수 있는 여러 부작용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