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에게 묻는다]다인메디컬그룹 이성훈 대표이사
비뇨기 연성 내시경 시장 진출…프리미엄 시장 정조준
"우리나라 내시경 수준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데 국산 장비가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이 늘 아이러니였어요. 그렇다면 우리가 한번 해보자. 그렇게 시작한 것이 바로 다인메디컬그룹이죠."
내시경 국산화. 정부와 의료계, 산업계 모두가 10여년 이상 필요성을 강조하던 숙원 사업 중 하나다. 하지만 그 긴 시간 동안 시장에 나온 제품은 단 하나도 없었다.
정부가 수많은 과제로 분위기를 조성했고 소화기내시경학회 등 각 학회가 물심양면 지원도 약속했지만 이에 도전하는 기업은 드물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나마 과감히 도전장을 던졌던 기업들도 상용화 단계까지 이르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하기 일쑤였다. 굴지의 글로벌 기업이 막강한 점유율을 가진 시장에 대한 공포였다.
첫 국산 1회용 연성 내시경 출시 "비뇨기 시장부터 잡겠다"
그러던 중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마침내 국산 내시경 개발에 성공해 양산에 들어간다는 소식이다. 주인공은 3년전 국산 내시경 개발 소식을 알렸던 다인메디컬그룹이었다.
그렇게 3년만에 다시 찾은 다인메디컬그룹은 완전히 다른 기업으로 변모해 있었다. 그리고 이성훈 대표의 손에는 첫 국산 1회용 연성 내시경인 'URUS'가 들려있었다.
"3년간 진단 내시경부터 인공지능, 다회용 내시경까지 수많은 프로토 타입을 개발했어요. 그 중에서 1회용 연성 내시경이 가장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했죠. 마침내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가 가시화됐다는 점에서 다음 달 첫 국산 내시경이 시장에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다인메디컬그룹이 개발해 양산에 들어간 제품은 신장결석제거술 등에 활용되는 비뇨기 치료용 연성 내시경이다. 'URUS™'라는 이름을 달고 이제 막 양산에 들어간 상황.
그렇다면 다인메디칼그룹은 왜 많은 내시경 분야에서 치료용 1회용 연성 내시경을 가장 먼저 선보인 것일까.
이성훈 대표는 "현재 비뇨기 내시경은 연 15% 이상 고속 성장하고 있는 분야로 특히 교차 감염과 잦은 고장 등의 문제로 빠르게 1회용 연성 내시경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며 "새롭게 시장에 들어간다면 가장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비뇨기 내시경 분야는 지속되는 교차 감염 문제와 고장 문제로 인해 빠르게 1회용 연성 내시경이 확산되고 있는 상태다.
실제로 불과 몇 년전만 해도 비뇨기 내시경 분야에서 20% 미만의 점유율을 가졌던 1회용 연성 내시경이 이미 50%까지 치고 올라왔다.
이 대표는 "인구 고령화로 인해 신장, 요관 결석 제거술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과거 경성, 다회용 내시경의 한계로 인해 미충족 수요가 여전한 상황"이라며 "교차감염 우려가 전혀 없고 세척과 고장에서 자유롭다는 점에서 1회용 연성 내시경 시장의 성장성은 담보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그만큼 경쟁도 치열한 분야 중 하나다. 특히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인 보스톤사이언티픽이 50% 이상의 점유율을 보이며 강자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황.
여기에 OTU나 PUSEN, HUGEMED 등 중국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상태다. 결국 이들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성훈 대표는 "보스톤사이언티픽은 글로벌 영업망과 브랜드로, 중국 기업들은 가격경쟁력으로 시장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URUS는 여기서 채워지지 않는 미충족 수요를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사용자 경험 기반 미국 시장 도전 "2030년 10대 기업 목표"
사용자 경험에 기반한 새로운 시도에 나선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실제로 URUS는 내시경의 워킹 포지션, 즉 관이 6시 방향에 위치해 있다. 보스톤사이언티픽과 올림푸스, 칼스톨츠 등의 기기들이 3시나 9시에 위치한 것과 는 차별화된 부분이다.
3시 방향의 경우 좌측 신장에의 접근이, 9시 방향의 경우 우측 신장에의 접근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착안해 자문 의사들의 의견을 모아 시도한 방안이다.
이 대표는 "3시나 9시에 관을 넣을 경우 제작은 훨씬 편하지만 결국 좌, 우측에의 접근에 방해를 받게 된다"며 "와이어가 12시에 위치해 간섭이 생길 수 있어 다른 기업들이 시도하지 않던 부분을 기술적으로 해결해 양측 시술에 유리한 기능을 갖추는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핸드피스에 캡쳐와 레코딩, 조명 밝기 등을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을 넣은 것도 URUS가 최초다.
현재 내시경시 캡쳐 등을 위해서는 의사의 설명에 따라 간호사나 간호조무사 등이 셋톱박스나 모니터 등을 조작해야 하는 상황. 하지만 URUS는 의사가 조작하는 핸드피스에 이 기능을 아예 탑재해 1인 시술이 가능하도록 조치했다.
이성훈 대표는 "1회용 연성 내시경 중 캡쳐와 레코딩, 조명 밝기 등을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은 오직 URUS에만 있다"며 "간호사나 조무사 등의 도움없이 이 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1인 시술이 가능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레이저가 고출력인 만큼 현재 시판중인 제품들은 레이저 출력시 영상이 깨지는 문제가 있었지만 자문 의사들의 조언에 따라 이를 최소화하는 기능을 추가했다"며 "단순히 영상만 비교해봐도 확연하게 노이즈가 적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기반으로 다인메디컬그룹은 빠르게 미국 시장에 진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특히 미국이 파격적인 수준으로 1회용 연성 내시경에 보험 적용을 진행중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상황.
이 대표는 "미국에서 최근 65세 이상 메디케어 환자에 대해 1회용 연성 내시경을 100% 환급하는 제도를 마련했다"며 "중국 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을 성능으로 완전히 꺾을 수 있는 기회가 열린 셈"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이미 중국 기업들이 지난해 공격적 가격 할인 정책으로 1000달러까지 내시경 가격을 인하하면서 저가 라인으로 고착화된 상황"이라며 "100% 환급 시스템 안에서는 가격경쟁력보다 성능과 안전성이 우선하는 만큼 보스톤사이언티픽과 함께 프리미엄 군을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이미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위한 시험증명서 등 준비를 오버 스펙 수준으로 맞춰놓은 상태라는 점에서 빠르면 내년 상반기 허가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며 "그야말로 순풍을 달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2030년 한국 10대 의료기기 제조사로서 '한국형 글로벌 기업'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