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팜, 의사·약사가 초진·약 배송 동의한다는 조사 발표
의료계 "법안소위 앞두고 여론몰이…표본 편향돼 무의미"
의사 80%가 비대면 진료에 찬성한다는 국회 스타트업 연구모임 유니콘팜 인식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의료계에서 반발이 일고 있다. 관련 법안을 다루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를 앞두고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회 스타트업연구모임 유니콘팜은 전날 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함께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를 발표했다.
비대면 진료를 경험한 환자 1000명과 의사 100명, 약사 1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 조사에서 응답 의사의 81%가 초진으로 비대면 진료를 시행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71%의 약사와 49.4%의 환자도 비대면 진료의 대상이 되는 환자 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약 배송과 관련해서는 약사의 85%가 약 배송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약 배송 도입으로 수익이 증대하면 안정적인 약국 운영에 도움이 될 수 있고, 신속한 약 전달로 환자의 질병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면이나 메시지로 복약지도를 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는 응답도 87%에 달했다. 79%의 의사와 76.5%의 환자도 약 배송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혔다.
환자의 자율성을 인정해 이전 진료 이력과 상관없이 환자가 병원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질문에는 의사 83%, 약사 76%가 동의했다. 의료기관 가산 수가와 관련해선 의사의 71%가 동의했지만, 환자 77.7%, 약사 59%는 동의하지 않았다.
이 같은 인식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의료계는 반발하고 있다. 초진 비대면 진료는 대한의사협회가, 약 배송은 대한약사회가 반대하고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조사에서 선정한 의사·약사 표본은 애초에 비대면 진료에 동의하는 이들로 편향됐다는 지적이다.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논의하는 가운데, 이 같은 조사결과를 내놓는 것은 여론몰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특히 대한의사협회는 이를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밝혔다. 이 조사를 접한 회원 반응도 회의적이며 통계적 유의성도 없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의협 김이연 대변인은 "우리 입장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100명을 표본으로 이뤄진 인식조사가 이슈 거리냐는 회원 반응이 많고 협회 차원에서도 통계적 유의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며 "이는 오히려 비대면 진료를 하는 의사 중에서 19명이나 초진 비대면 진료를 반대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대한약사회 역시 성명서를 내고 이 같은 편파적인 조사를 국민의 뜻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오히려 이번 조사로 비대면 진료에 참여하는 약사들은 그 위험성보다 수익 증대에 더 관심이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대한약사회는 "이런 편향된 여론조사가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 연구모임에서 할 수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조사에 참여했다는 약사 100명은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에 적극 참여해 온 약사일 뿐이다"라며 "일선 약국 현장에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표본 선정에 있어 기본적인 원칙은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