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학교 의과대학 조윤아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 같은 PK(병원실습) 조의 조원이 한 드라마를 아냐고 물어보았다. 드라마 시청이 취미라 당연히 봤다고 대답했지만 "애들이 재밌다던데" 하는 그의 태도로 보아 요새 꽤 인기인 듯했다.
의대생들은 무릇 자신들의 미래 모습이 담긴 의학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 편이기에 의학드라마, 그중에서도 특히 희귀한 주제인 정신병동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가 인기가 있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했다. 바로 '정신병동에도 아침은 와요'라는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다.
드라마의 배경은 명신대학교병원이다. 종합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는 폐쇄병동(보호병동)뿐 아니라 경증의 외래부터 타과 협진의뢰까지 환자를 폭넓게 다룬다. 여기서 볼 수 있는 환자의 분포는 천차만별이다.
꾸준히 약물을 복용한다면 정상인과 다름없이 생활할 수 있고 본인과 가족의 협조가 매우 좋아 외래로만 관리가 되는 환자들도 있는 반면, 자타해 위협가능성이 있어 폐쇄병동 입원이 필요한 환자도 있다.
따라서 폐쇄병동에는 환자들이 위험 도구로 쓸 수 있는 물건을 두지 않는다. 정신병동의 커튼 또한 이 과정에서 사라졌고, 정신병동은 다른 병동보다 아침이 빨리 찾아오는 곳이 되었다.
종합병원 폐쇄병동의 환자들은 급성기의 정신병 환자들이 많다. 급성기의 정신분열증, 양극성 장애, 치매 등은 자타해의 위협을 초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족 간의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어 조기에 개입하여 중재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약물적/약물적 치료를 적절한 병용하여 조기에 증상 완화가 가능하기만 하다면 환자는 안정감을 얻고 다시 살아갈 힘을 찾는다. 드라마 속 우울증으로 보호병동에 입원한 한 환자가 치료를 지속하며 "아침이 오는 게 점점 즐거워지기 시작했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아침'은 환자들에게 어쩌면 다시 살아갈 희망을 의미할지도 모르겠다.
이때 우리는 만성화된 정신 질환자를 수용하는 전문 정신병원 또한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곳에는 주로 정신분열증 환자가 많은데, 수없이 재발하고 만성화되었고 일부는 약물로 인해 부작용까지 나타난 채 그들은 병동에서 생활하고 있다.
스스로 몸을 돌보고 약을 복용할 수 없는 정신 질환자들이 모인 이곳은 치료라기보다, 수용과 관리가 주목적으로 보인다. 매주 동일하게 진행되는 스케줄과 일부 환자들에게 허용되는 매 식사 전후의 산책 시간이 그들의 일상 전부이며, 가끔씩 찾아오는 가족들을 기다리며 조용히 하루를 보낸다. 정신과 전문의 한 명이 60명 가까이의 환자들을 살펴보며 너무나도 바쁜 일상을 보낼 뿐이다.
정신분열증에 대해 생각해보면 많은 사람이 뉴스에서 나온 폭력적인 사건을 떠올릴 것이다. 의대생인 나조차도 그러했으니 할 말 없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병이 만성화될수록 정신분열증 환자들은 환각, 망상, 와해된 언어, 폭력을 쓰는 일이 줄고 감정은 둔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저 논리적으로 대화하거나 적절한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니 사회생활을 지속하기 어렵고, 그들은 혼자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본과 3학년 PK 올해 마지막 실습으로 정신과를 돌고 있다. 환자들의 모습은 지금까지 보아왔던 다른 과의 그 어느 환자들보다 외로워 보인다. 그럼에도 그들은 스스로 "건강한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한다. '내 사람들과 함께하는 삶'을 꿈꾼다. 진심으로 그들에게도 '아침'이 오기를 응원하게 되었다.
정신분열증을 포함해 만성 정신질환자들 대부분이 낮은 사회경제적 위치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정부가 중재하지 않으면 그들은 의료의 사각지대 안에서 행복권을 보장받지 못하게 된다. 우리가 그들을 도와야 한다.
사람들이 만성 정신질환자들을 마냥 두려워하지 않도록 병의 경과를 정확히 알리고, 다른 만성 질환자들처럼 정신 질환자들을 위한 경제적·사회적 지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 그들이 자신의 상태에 맞는 적절한 프로그램을 듣고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 많은 의료 인력과 경호 인력을 배치해 한 환자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게 할 필요가 있다. 이번 '정신병동에도 아침은 와요' 드라마 흥행을 계기로, 만성 정신질환에 대한 관심이 함께 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