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환자들이 국립대병원 선호할 수 있는 구조개편 시급"

발행날짜: 2023-12-28 12:05:11
  • 충북대병원 이기형 진료부원장, 정부 지원정책 제안
    "수도권 의료진 우월하다는 인식 개선 필요" 강조

정부가 국립대병원 중심으로 필수·지역의료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지역 국립대병원이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 병원이 필수·지역의료 주축으로 자리를 잡으려면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 충북대병원 이기형 진료부원장(60·혈액종양내과)을 직접 만나 의료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국립대병원 중심 필수·지역의료, 늦었지만 다행"

충북대병원 이기형부원장은 국립대병원 중심 필수의료 정책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먼저 이기형 진료부원장은 국립대병원 중심의 필수·지역의료 체계에 대해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국립대병원 중심 필수의료는)진작에 추진 했어야 했다. 과거 정권에서도 의지는 보였지만 실제로 추진한 것은 처음"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국립대병원은 전국 각지 10곳에 퍼져 있어 지역 연결형 의료정책을 추진하는데 적절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특히 그는 전국 각지 국립대병원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선 의료전달체계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고 했다.

현재 지역 내 환자들이 막연하게 수도권 의료진의 역량이 우수하다고 생각하는 심리가 팽배한 실정. 이 진료부원장은 "출발선은 크게 차이가 없었지만 의료환경적 요인으로 격차가 벌어질 수 밖에 없다"면서 "필수·지역의료 정책을 추진하기에 앞서 의료전달체계를 바로 잡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국립대병원 기피현상 극복할 당근책 필요"

그는 먼저 환자가 선호하는 지역 국립대병원이 되려면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역 내 국립대병원을 이용했을 때 보상을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가령, 충청권 거주 환자가 충북대병원에 내원했을 경우 진료비 혜택을 적용하는 식이다. 암 환자 이외 중증질환에 대해 산정특례 5%를 적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게다가 젊은의사도 지방 국립대병원 근무를 선호하지 않으면서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에 근무한 의료진은 환자쏠림 현상으로 더 많은 경험을 축적해 매년 실력을 쌓아 나가는 반면 지방 국립대병원 의료진은 진료 경험이 떨어지면서 실력차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의사들조차 지방 국립대병원을 꺼리는 게 문제라는 얘기다. 직업적 측면에서 볼 때 성장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몰려가기 마련이다. 국립대병원 근무하는 것이 자신의 역량을 높이고 발전가능성을 체감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환자의 수도권 선호현상도 문제이지만, 젊은의사들의 수도권 선호현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도 관건"이라며 현재 소위 말하는 빅 5병원에서 국립대병원 중심으로 빅 10병원으로서의 비전을 제시해줄 것을 주문했다.

이와 더불어 그는 정부차원에서 정책적 지원과 더불어 적극적인 홍보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지역 환자들이 중증도가 높다는 이유로 빅5병원으로 몰려가지만 사실 지역 국립대병원에서도 해당 환자군의 90~95% 질환을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기형 진료부원장은 개원시장이 아닌 지역 국립대병원을 택할 수 있는 강력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개원시장 아닌 대학병원 택할 수 있는 환경 필요"

또한 이기형 진료부원장은 의과대학 증원 정책에 찬성 입장을 내비쳤지만, 핵심은 의료자원 배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막연히 의사 수만 늘려서는 필수·지역의료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중증·응급의료를 감당하는 의료기관은 종합병원 이상의 의료기관인데 최근 개원시장 붐으로 병원 대신 개원을 택하는 현상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이런 상태에서 의사 수만 늘린다면 개원시장만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다.

이 진료부원장은 "과거에는 대학병원에 남아 교수가 되는 것을 선호했지만 최근에는 개원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분위기"라며 "당연히 대학병원은 인력난을 겪을 수 밖에 없는 구조로 필수의료가 붕괴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젊은의사들의 인식을 뒤집을 수 있는 파격적인 혜택으로 '선택진료비'제도 부활을 제안하기도 했다.

과거 1960년대 개원시장 호시절 대학병원 의료진이 부족하다보니 대학병원 의사들의 수입을 보존해주기 위한 방안으로 나온 것은 '특진비'. 이후 '선택진료비'로 전환하고 3대 비급여로 환자 비용부담 요인으로 꼽히면서 폐지된 바 있다. 동일한 제도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대학병원 의료진이 개원시장으로 떠나지 않을 수 있는 보상 혹은 혜택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젊은의사들은 사명감 하나로 버티던 과거 의사들과는 다르다. 인생의 가치관 자체가 달라 인건비 이외 업무강도를 줄이는 노력도 필요하다"면서 "결국 충분한 인력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인건비를 감당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병·의원 기사

댓글

댓글운영규칙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
더보기
약관을 동의해주세요.
닫기
댓글운영규칙
댓글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으며 전체 아이디가 노출되지 않습니다.
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