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유행 이후 업무 시간외 로딩 최대 50%까지 상승
원격 처방 등 60%까지 일 늘어…그나마 전화 문의는 감소
코로나 대유행 이후 비대면 진료가 확산되면서 이에 대한 의사들의 업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진료 시간에 이뤄지던 일들이 사실상 24시간 업무 체계로 변화하면서 원격 처방이나 이메일 확인, 의료 조언 등의 업무가 겹겹이 쌓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지시각으로 23일 미국가정의학회지(Annals of family medicine)에는 코로나 대유행 이후 의사들의 전자 건강 기록(EHR) 업무량에 대한 분석 연구 결과가 게재됐다(doi.org/10.1370/afm.3047).
실제로 코로나 대유행으로 비대면 진료가 증가하고 웨어러블 등 디지털헬스케어 기술이 진보하면서 과거 진료실에서 이뤄지던 진료 행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추세다.
과거에는 일단 의료기관을 찾아 의사를 만나는 것만이 유일한 진료 방법이었다면 이제는 원격으로 건강 정보를 전달해 의사의 검토를 받는 일이 일반화되고 있는 것.
미국을 포함해 이같은 진료 방식은 EHR로 불리는 플랫폼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 환자의 건강 기록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의사가 진단이나 처방을 내리는 중심 줄기인 셈이다.
그렇다면 과연 코로나 대유행과 비대면 진료의 증가는 실제 의사들의 업무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을까.
위스콘신 의과대학 브라이언 아른트(Brian G. Arndt)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이 이에 대한 검토에 나선 배경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코로나 대유행이 EHR 업무와 의사들의 진료 행태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지난 2019년 5월부터 2023년 3월까지 총 141명의 대학병원 주치의의 EHR 사용 시간과 업무를 추적 관찰하고 연도별로 이를 비교했다.
코로나 대유행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지속됐으며 이 기간에 비대면 진료 등의 업무가 급증했다는 점에서 그 전과 후 업무량을 비교한 것이다.
그 결과 비대면 진료의 증가는 의사들의 업무량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EHR에서 보내는 시간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외래 진료 시간을 8시간으로 산정했을때 코로나 대유행 전에 비해 의사들이 EHR에 쏟는 업무 시간은 평균 28.4분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가장 업무 부하가 심한 것은 원격으로 접수된 처방 정보를 입력하는 것으로 코로나 전에 비해 58.9%나 업무시간이 늘었다.
또한 환자나 다른 진료과목에서 보낸 메일 등을 확인하는 시간이 24.4% 증가했으며 차트 검토에도 13%나 코로나 전에 비해 시간이 더 소요됐다.
업무시간 외에 실제 업무량도 많이 늘어났다. 같은 환자수와 외래 진료시간으로 보정을 해도 코로나 전에 비해 환자의 의료 조언에 대한 요청 메시지가 55.5%나 늘어났으며 처방 요청도 19.5%가 증가한 이유다.
이는 곧 업무 외 시간까지 영향을 미쳐 정해진 외래 진료 시간이 아닌 경우도 과거에 비해 19.9% EHR을 켜고 업무를 보는 시간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그나마 장점도 있었다. 이메일이나 EHR 메시지 등으로 전달되는 메시지가 늘어나면서 환자나 다른 진료과목의 전화 요청은 10.5%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러한 진료 행태 등의 변화에 맞춰 의사의 로딩을 최적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 연구진의 결론이다.
브라이언 아른트 교수는 "이렇듯 코로나를 기점으로 EHR을 통한 일부 업무가 1.5배 이상 증가하면서 의사의 진료는 물론 개인 시간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며 "실제 대면 진료 업무에 차질을 주거나 번아웃 등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의사들의 EHR 업무의 급증에 맞춰 로딩을 최소화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직업적 스트레스의 증가 등으로 의사의 이탈이 가시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