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진 풀린 해외 비대면 진료…여행사 연계 서비스 등장
아직까진 실효성 물음표…의료계 "국내보다 위험" 우려
시범사업으로 위축됐던 비대면 진료가 늘어나는 관광 수요로 새 국면을 맞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국민 해외관광객 증가로, 이들을 대상으로 한 비대면 진료가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반면 비대면 진료로는 현지에서 추가 진료 및 처방에 어려움이 있어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 역시 공존하는 상황이다.
25일 여행사와 연계해 현지에서 관광객에게 비대면 진료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의료계 관심이 끌리고 있다. 그 배경은 지난해부터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국민 해외관광객 수다.
실제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국민 해외관광객은 2030만 명으로 2022년 전체인 655만 명과 비교해 3배 이상 증가했다. 11개월 만에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관광객 수 2871만 명을 70% 이상 따라잡은 것.
이에 해외관광객 관련 산업이 역동하는 가운데, 비대면 진료 산업계에서도 이를 기회로 보고 사업 확장에 나서는 모습이다.
발 빠르게 나선 것은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라이프시맨틱스가 운영하는 닥터콜이다. 닥터콜은 내국인·재외국민 대상 ▲진료 예약 ▲화상 진료 ▲온라인 상담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인데, 지난해 10월 여행사 노랑풍선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해외관광객으로 저변을 넓혔다.
기존 서비스에 더해, 시간 제약 없이 국내 의료진의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간호 인력으로 구성된 전문 상담팀을 배치해 24시간 건강 상담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말, 재외국민 외에도 유학·파견·여행 등으로 해외에 나가 있는 국민에 초진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기로 한 바 있다. 여기에 해외 관광객 증가세가 더해지면서 재외국민 대상 비대면 진료를 하며 쌓아왔던 인프라를 확대해 활용할 수 있게 된 것.
구체적으로 보면 현재 지원하는 진료과목은 가정의학과·신경과·한의학 등이며 향후 수요에 따라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다만 규제샌드박스에 따라 참여 의료기관은 '의사 및 병원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만약 응급 상황이 발생한다면 의료진이 화상 비대면 진료를 통해 현지에서 조달 가능한 일반의약품을 안내하거나 현지 병원으로 연계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처방의 경우 국가 간 처방전 인정 범위가 상이하고, 단기 여행 기간 안에 약 배송이 어려울 수 있어 실제로 이뤄지는 경우는 드물 것이라고 봤다.
이와 관련 라이프시맨틱스 관계자는 "엔데믹 이후 해외관광객이 지속 증가하고 있으며 코로나19 이전보다 여행 중 가능한 의료서비스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커지고 있다. 비대면 진료 및 건강 상담이 그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이에 더해 국가별 필수 예방 접종, 유용한 헬스케어 기기 및 의약품 정보 제공 등 서비스를 개발·고도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다수의 회사와 전략적 제휴를 협의하고 있으며 이번 제휴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제휴 기관 역시 계속 늘려나갈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국내 의료관광객의 사전진료 및 사후관리를 위한 비대면 진료를 제공하고, 의료관광에 대한 협진 등으로 서비스 범위를 확대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비대면 진료 플랫폼 운영사들은 해외 진출 기회를 엿보면서도, 사업성엔 물음표를 찍는 모습이다. 초진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다고 해도 의료 상담에 그친다면 수요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아직까진 해외관광객 비대면 진료 수요가 많지 않은 것도 난점으로 꼽았다.
이와 관련 원격의료산업협의회 선재원 공동대표는 "회원사 중 해외관광객 비대면 진료를 구상하던 곳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현재는 소식이 없다"며 "내부적으로도 해외관광객 비대면 진료 요청이 적은데 결국 처방 받을 약국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대면 진료가 제대로 되려면 현지 약국과 연결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다. 결국 의료 상담에 그쳐 경쟁력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며 "다만 재외국민 비대면 진료는 기회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는데 특히 정신건강과 관련해 진료 요청이 많다"고 설명했다.
초진 비대면 진료의 위험성을 우려하는 의료계 목소리도 여전하다. 특히 IT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국가에서 화상 비대면 진료를 시행할 시 해상도 저하 등으로 환자의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했다고 해도, 환자나 의료기관이 의료 상담으로 얻는 실익보다 의료사고로 인한 부담이 더 크다는 것.
이와 관련 대한의사협회 김이연 대변인은 "결국 화상 의료 상담을 전제로 해야 하는데 국내보다 해상도 등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상담 자체도 시차 등으로 이용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이 경우 환자나 의료기관에 어떤 메리트가 있을지 모르겠다. 관광객이 귀국 후 재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일 수 있겠지만,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될 것인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무엇보다 국내 비대면 진료도 불완전해 의사들이 선호하지 않는 상황인데 해외에서 이뤄진다고 하면 신속한 대응이 더욱 어렵다"며 "의료 영역은 안전성이 1원칙이다. 국내라면 비대면 진료라고 해도 119구급대 등의 선택지가 있지만 해외에선 원활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원 문석균 부원장은 "응급 상황에서 해외에 있는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는 효과는 있을 것이다. 경증이라면 현지에서 간단한 의약품 구매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국내와 현지의 약국 정보가 달라 실효성이 있을진 의문"이라며 "특히 실제 처방이 이뤄질 수 없기에 실효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