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근거 연구자 3인 "2천 말한 적 없다…인용 부적절"

발행날짜: 2024-03-07 12:04:10 수정: 2024-03-07 14:38:03
  • 의사 수 추계 연구자 긴급 토론회서 3인방 모여…2천명 증원 비동의
    "시나리오 다양한데 호도…증원 동의하지만 속도 조절 필요해"

정부 의과대학 정원 확대의 근거가 된 연구의 책임자들이 2000명 증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대 증원 자체는 반대하지 않지만, 그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다.

7일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의사 수 추계 연구자 긴급 토론회'를 개최했다. 정부가 2000명 의대 증원 근거로 참고한 3개의 의사인력 추계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자들이 모인 자리다.

정부 의과대학 정원 확대의 근거가 된 연구의 책임자들이 2000명 증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서울대학교 의대 홍윤철 교수

패널로 참여한 서울대학교 의대 홍윤철·오주환 교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명예위원, 한국개발연구원(KDI) 권정현 박사는 5~10개의 질문을 중심으로 토론을 진행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의대 증원에 찬성하느냐는 질문에, 홍윤철 교수는 본인의 연구엔 2000명 증원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해당 보고서엔 여러 시나리오를 담고 있는데 연구자 입장에서 가장 합리적인 시나리오는 500~1000명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홍 교수는 정부와 의료계가 2000명 대 0명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의대 증원 규모는 객관적인 근거를 토대로 선택할 사안이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는 2045부터 2050년까진 우리나라에서 의사가 부족해지지만, 그 이후부턴 과잉된다며 이를 고려해 의대 정원을 조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홍 교수는 이처럼 필요 의사 수가 과다 추계되는 것은 의료 개혁의 부재 때문이라며 관련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홍 교수는 "본인의 연구에서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해 내린 결론은 500~1000명 증원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2000명 증원 이야기를 보고서에 쓴 적은 없다"며 "2000명 증원은 부적절한 인용이지만, 다른 시나리오인 500명 증원, 750명 증원, 1000명 증원 1500명 증원 모두 전부를 만족시키진 못한다. 이는 의료제도가 개혁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권정현 박사

이어 "의료 개혁은 적절한 의료를 제대로 공급해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며 "이렇게 개혁한다면 현재와 같은 체계를 가져갈 이유가 없다. 현재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가는 것을 전제했기 때문에 과다한 추계가 될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려면 의료 개혁이 이뤄져야 하지만 관련 논의가 실종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권정현 박사 역시 정부 정책에서 본인의 연구가 호도되는 방식으로 인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가 제시안 시나리오는 2024년부터 1000명씩 증원해 총 4000명을 증원하는 안과 매년 5% 증원해 2030년까지 4500명 정원 유지하는 안, 7%, 10% 증원 등이다. 2000명씩 5년간 증원해 정원으로 1만 명으로 늘리는 시나리오는 없었다는 것.

의료 수요 변곡점을 고려해, 수요가 증가하는 시기까지 정원을 늘리고, 다시 줄어드는 시기에 정원을 줄이는 방향이 본인 연구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이를 연구자 입장에서 고려한다면 매년 기존 정원의 5~7%를 점진적으로 늘리는 방안이 합리적이라는 것. 첫해엔 기존 의대 정원 3058명의 5%인 153명을, 다음 해엔 늘어난 정원 3211명의 5%인 160명을 늘리는 식이다.

권 박사는 "의사가 부족한 특정 시점에 부족한 인력을 충당할 수 있다고 판단한 시나리오는 기존 정원의 5~7%를 매년 증원하는 안이다"라며 "이 같은 점진적 증원을 주장한 이유는 한 번에 증원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교육·수련 현장 문제점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명예위원

이어 "정부 2000명 증원은 기존 정원 60%여서 여러 문제가 생길 것으로 생각된다. 정부는 관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책 지원을 동반해야 한다"며 "어떻게 지원해야 어떻게 교육 현장을 개선할 것인지 정해야 이 인력을 우리가 필요로 하는 의사로 키울 수 있다. 이런 고민이 더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신영석 명예위원 역시 정부의 2000명 의대 증원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총 1만 명 증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해도, 이를 5년이 아닌 10년간 늘리는 편이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의사가 배출되는 시기에 따른 의료시장 상황을 고려해 완급 조절해야 한다는 것.

이와 관련 신 명예위원은 "2035년만 보고 정부 2000명 증원에 동의하냐고 물었다면 그렇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의대 정원을 5년간 1만 명 늘리겠다는 것은 속도 조절을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개인적으론 2000명씩 1만 명이 아니라 1000명씩 1만 명으로 늘리는 것이 속도 조절면에서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 속도라면 의대 증원이 끝난 2029년까지 당시 의료시장 상태가 어떨지 판단하기가 대단히 어려울 것 같다. 호흡을 길게 가지고 가는 게 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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