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윤 사회수석, 라디오 출연해 의대 증원 규모 논의 가능성 시사
복지부 "조정 없다" 발언 하루만…의료계 "지지율 하락 때문 아니냐"
이날 대통령실이 2000명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관한 대화가 열려 있다고 발언하면서 이후 의료계와의 협상이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다만 이는 그동안의 보건복지부 발언과 상반된 입장이어서 의료계에서 의심의 눈초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18일 대통령실 장상윤 사회수석은 CBS 라디오에 출연해 의대 증원 문제에 대해 지금이라도 대화의 장을 열고 그 주제에 상관없이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증원 규모 역시 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 또 보건복지부와 의료계가 물밑에서 계속 소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의료계에서 나오는 주장인 350~500명 의대 증원과 관련해선 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 2000명 증원은 과학적·논리적 근거가 있는 만큼, 의료계를 설득하겠다는 것.
하지만 이는 전날 있었던 복지부 발언과 상충하는 모습이다. 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지난 17일 YTN에 출연해 2000명 증원 방침에 대해 절대 조정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에 반발해 의사가 현장에 남지 않게 된다면 전세기를 동원해 외국에서라도 환자를 치료하겠다는 설명이다. 또 이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을 의료계가 책임져야 한다는 발언도 내놨다. 이번에야말로 정부 정책이 의사들의 반대에 무산되는 악순환을 끊겠다는 것.
또 박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통령실 발언과 관련해 "모든 논제에 대화 가능하다고 말했지만, 정부는 2000명 증원에 대한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만약 의료계가 이보다 더 객관적이고 더 과학적인, 그리고 더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한다면 논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이런 차원에서 말한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고 정부 입장은 변함 없다"고 전했다.
대통령실과 정부가 상반된 목소리를 내면서 의료계에서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는 의료 대란 장기화로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세인 것을 의식한 발언이라는 주장이다.
실제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 의뢰로 지난 11~15일 유권자 2504명을 대상으로 여론을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38.6%를 기록했다. 이는 3월 1주차 주간집계 대비 1.6%포인트 낮아졌으며 3주 연속 하락세다. 또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58.4%로 2.3%P 높아졌다.
정부가 의대 증원에 대한 의료계 반발에 잘못 대응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한국갤럽이 지난 15일 공개한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49%가 정부가 잘못 대응하고 있다고 답했다. 정부가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38%로 11%포인트 낮았다.
또 2000명 의대 증원 방침에 대해선 응답자 중 47%가 정부안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41%는 규모·시기를 조정한 중재안 마련해야 하고, 6%는 철회해야 한다고 응답하는 등 찬반이 팽팽한 상황이다.
이에 의료계에선 대통령실의 기조 변화가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그러면서 복지부와 입장을 통일하지 않아 오히려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의료계 한 관계자는 "뭘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의료계는 의대 정원 규모를 논의하자고 대화하자는 것이다. 대화하자면서 조정은 없다는 것은 기만이나 다름없다"며 "대치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대통령실이 의료계에 대화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것을 보여만 주려는 것 같다. 현 사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라고 꼬집었다.